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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독일 대표팀에 대한 소감

srv2012.06.20 21:29조회 수 7012추천 수 16댓글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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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사정으로 심야 경기를 비록 라이브로 함께 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kicker, Spiegel, Spielverlagerung.de 등의 경기 분석들과 하일라이트 정도는 챙기고 있습니다. 독일 경기는 파일로 복습하고 있습니다.

어쨌거나 조별예선을 끝낸 독일 대표팀과 관련한 제 소감을 Q&A 형식으로 풀어 보겠습니다.

Q: 예선 3경기에 대한 전반적인 소감은?

독일이 속했던 B조가 이번 대회 최고의 '죽음의 조'로 꼽혔다는 사실을 먼저 상기하고 싶습니다. 독일의 상대였던 세 팀은 모두 훌륭한 성적으로 예선을 거쳐 본선에 올라온 팀들이며 만만하게 볼 수 있는 팀이 어디 하나 없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비록 네덜란드가 3패라는 예상하지 못했던 처참한 성적을 내긴 했지만 이는 결과론적인 이야기이고 독일은 어려운 세 팀을 상대로 꽤 좋은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저는 대부분의 독일 경기에 거의 만족합니다. 어려운 팀을 맞아서 잘했습니다.


Q: 그러나 경기 내용은 그다지 돋보이지 못했다는 평이 있습니다. 독일 내에서도 독일 대표팀이 좀 더 아름다운 축구를 보여줄 것이라 기대했지만 그렇지 못해 실망스럽다는 비판이 적지 않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선 저는 분명 다른 의견입니다.
독일 대표팀의 감독인 뢰브는 지난 두 번의 메이저 대회에서 번번이 스페인에게 막힌 이후 클린스만 체제 이후 발전시켜 왔던 전술의 기본틀을 바꿔야 할 필요성을 느꼈고, 지난 월드컵 이후 점진적으로 팀의 색깔을 바꾸는데 노력을 했습니다. 즉, 전력이 비슷하거나 강한 팀을 만났을 때 빠른 스피드의 역습을 득점 루트로 노려왔습니다만 역습할 공간을 주지 않는 스페인을 상대로는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는 이를 바꿔 왔다는 것입니다. 뢰브는 이제 어떤 팀을 상대하던 경기의 주도권을 최대한 가져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비록 그 모양새가 좀 어설픈 바르셀로나 같을지는 모르겠지만 스피드 보다는 컴비네이션을 바탕으로 공격을 풀어나가는 전술을 지난 2년 동안 점진적으로 선보여왔습니다. 그 좋은 예가 바로 브라질과 네덜란드와의 친선 경기였죠. 그 경기들을 기억하시는 분들은 독일이 어떤 변화를 겪어 왔는지 알고 계실 껍니다. 물론 이번 유로에서 독일은 그때와 같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진 못합니다. 그러나 뢰브는 만만치 않은 팀을 상대해야 함에도 조별예선 단계부터 과하게 힘을 주는 경기를 원하지 않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승점 3점을 확보할 수 있을만큼만 움직이고 있다고 해야겠죠. 경기의 주도권을 되도록 끌어오면서도 과도한 에너지는 쏟지 않으며 능률적인 경기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공수의 밸런스도 좋고 선수들의 체력적 안배도 잘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팀의 주축인 바이언 선수들이 겪어야 했던 뼈아픈 경험을 극복하는데 많은 촛점을 맞췄다고 봅니다. 이제 누구도 챔피언스 리그 결승 경기에 대해 질문하지 않을테니까요. (그동안 잉글랜드 기자들이 집요하게 이에 대한 질문을 했다더군요.) 그밖에 선수들은 경기 내 다양한 시스템을 구사하는데 어려움이 없어 보입니다. 기본적인 4-2-3-1 시스템을 4-4-2나 4-1-4-1로 쉽게 변주시키며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좋은 선택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그동안 분데스리가 클럽들이 전술적으로 얼마나 발전을 이루었는지를 알려주는 좋은 예라고 생각됩니다.


Q: 그렇다면 선수 기용의 폭이 좁다는 것에 대한 비판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크로스, 괴체, 로이스 등은 벤치에만 앉아 있기에는 너무 아깝습니다.

유로 같은 단기 대회에서 백업 멤버들의 중요성은 몇번이나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베스트 일레븐과 비슷한 수준의 백업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감독에게 전술적 히든카드를 여러장 쥐고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죠. 게다가 백업 멤버들은 훈련시 주전선수들의 상대가 되어야 합니다. 훌륭한 백업멤버가 많을수록 주전선수들의 훈련의 효과가 상승할 수 밖에 없죠.
일단 주전 일레븐일 것이 확실했던 클로제와 메르테사커의 탈락은 그리 놀랍지 않습니다. 두 선수는 부상 기간이 길었고, 실전 경험이 거의 없는 상태였기에 오히려 선발로 세우는 쪽이 위험 부담이 더 컸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클로제는 앞으로 적극적으로 활용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괴체와 크로스는 사실 좀 안타깝습니다. 이 둘은 포돌스키와 뮐러를 충분히 대신할 수 있는 선수들이니까요. 그러나 괴체는 이번 시즌 결장의 기간이 꽤 길었고, 복귀한 후에도 그리 좋은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크로스는 시즌 내내 지금 뮐러가 맡고 있는 역할이 아니라 외질이나 슈바인슈타이거의 롤을 플레이 해왔죠. 만약 팀에 변화를 주고자 한다면 이 둘은 좋은 조커로 활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
로이스의 경우는 2006년 월드컵의 오돈코어 같은 역할로 사용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의 소속팀인 MG는 빠른 버티컬 패스와 컴비네이션을 이용한 역습을 주공격루트로 사용했던 팀입니다. 로이스는 그러한 공격의 마지막 부분을 담당하고 있었죠. 그러나 현재 독일 대표팀은 그런 패턴의 공격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만약 스피드를 이용한 공격이 꼭 필요하게 된다면 그때 로이스가 투입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로이스가 이번 시즌 정말 좋은 플레이를 했지만 독일 대표팀에선 아직 이정도의 역할정도가 적당해 보입니다. 뢰브는 결코 조광래 같은 스타일의 감독이 아니며 선수 기용에 있어서 매우 보수적인 타입이니까요.

고메즈, 포돌스키 등의 기용에 대해 독일 현지에서도 대회 전에 말이 많았습니다. 특히 메멧 숄은 고메즈에 대해 노골적인 비판을 했었죠. 그러나 두 선수 모두 중요한 득점을 올리며 이에 대해 확실한 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덕분에 이들은 충분한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지요. 그런 점에서 감독의 용병술이 잘못되었다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Q: 좋습니다. 지난 세 경기에서 독일팀의 베스트 플레이어를 꼽는다면?

당연히 마츠 훔멜스입니다.
사실 저는 훔멜스-바트슈투버 라인을 이렇게 빨리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당연히 메르테사커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훔멜스는 대회 전 친선경기에서 썩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줬기에 더더욱 선발 출장은 예상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그는 왜 그가 현재 독일에서 가장 훌륭한 중앙수비수중 한명인지 확실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상대 플레이의 예측 능력과 준수한 스피드는 물론이고 훌륭한 패스능력과 전술 이해 능력을 확실하게 증명시켜주며 독일 수비의 주축으로 올라섰습니다. 6번이나 8번에서 시작해야 할 날카로운 공격 패스가 수비 라인에서 올라오니 독일은 다양한 전술적 전개가 가능해졌습니다. 게다가 그의 파트너인 바트슈투버 역시 좋은 패스 능력을 가졌기 때문에 (게다가 왼발!) 독일은 쉽게 예측하기 힘든 플레이가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Q: 그밖에 할 얘기가 있다면?

우리나라 중계 방송에서 독일 선수들의 이름을 제대로 불러줬으면 좋겠습니다.
외칠이 뭡니까. 외칠이. ㅠ.ㅠ 무슨 칠득이도 아니고. 쩝.
그리고 진행자와 해설자 모두 경기를 좀 더 넓은 시각에서 봤으면 좋겠습니다. 말은 끊이지 않는데 도무지 들을만한 얘기가 없네요. 휴식시간에는 좀 더 심도높은 분석이 가능할텐데 그렇지 못한 것도 아쉽습니다.
sr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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