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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분데스리가는 두 계층으로 되어 있는가?

용천뱅이2013.11.01 20:26조회 수 3942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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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독일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발단은 지난 시즌 말미에 바이에른 회장 율리 회네스의 발언이었습니다. 

http://www.sportal.de/bundesliga-uli-hoeness-befuerchtet-spanische-verhaeltnisse-1-2013041526299900000

지난 4월 15일자 기사에 따르자면 바이에른 회장 율리 회네스는 도르트문트 회장 바츠케와의 대화를 통해서 혹시 분데스리가가 'spanisches Verhaeltnis', 즉 스페인식의 관계가 된 것이 아닌가에 대한 두려움을 표현하였습니다. 스페인식의 관계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우리가 장난삼아서(혹은 진심을 담아서) 스페인 리그를 신계와 인간계로 구분하는 식으로, 압도적인 두 팀이 리그 내에 존재하고 나머지 팀들이 그들과 큰 격차를 두고 있는 리그 상태를 이야기합니다. 

이 기사에 따르자면 1999년 이후로 세번의 예외 2004년의 브레멘, 2007년의 슈트트가르트, 2009년의 볼프스부르크를 제외하면 도르트문트와 바이에른이 우승을 양분하였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이러한 율리 회네스의 발언은 지난 시즌 7스필탁을 남겨 놓은 상태에서 바이에른 뮌헨이 압도적인 성적으로 우승을 결정지어놓은 상태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더욱 시사하는 바가 클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이야기를 율리 회네스가 하였다는 점에서 아이러니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러한 이야기는 이번 시즌에 다시 이야기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 펠틴스 아레나에서 열렸던 샬케와 바이에른간의 경기에서 바이에른이 0대 4으로 승리하면서 이 이야기는 명확하게 수면위로 올라오게 되었습니다. 이 경기는 상징적이었는데, 왜냐하면 바이에른이-적어도 큰 틀안에서- 압도적으로 샬케에게 승리를 거두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샬케라는 팀은 어떤 관점에서 보아도 리가 내에서 약팀이라고 할 수 없는 팀입니다. 비록 시즌을 안좋게 시작하였다고 하여도, 4. 스필탁에서 레버쿠젠에게 2대 0 승리를 거두면서 이어진 마인츠, 슈테우아 전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면서, KPB의 영입 효과를 똑똑히 보고 있는 샬케 였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즉 일반적인 판단에 의하면 샬케의 폼은 그렇게 나쁘지 않았고 샬케 정도의 팀이라고 한다면 적어도 바이에른과 나쁘지 않은 경기를 보여주어야만 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에른은 샬케에게 압도적으로 승리를 하였고, 이는 바이에른과 샬케가 서로 다른 리그에 속해있다는 느낌을 받게 합니다. 마치 스페인에서 레알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가 발렌시아나 세비야-이제는 예전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 못한 후자의 두팀들이지만-를 리그에서 줘 패고 다니는 느낌이었다는 겁니다. 경기가 끝난 직후 KPB는 다음과 같이 인터뷰를 합니다. "나머지 리가 팀들이 이것을 넘어설 수 있으면 합니다."(http://www.fussball.de/bundesliga-droht-zwei-klassen-gesellschaft/id_65620566/index 또한 회베데스 역시도 인터뷰에서 "클라스 차이"에 대해서 언급합니다, 더욱이 이날의 패배는 32년전에 보쿰에게 0대 6으로 패한 이후 샬케입장에서는 최악의 홈경기 패배였습니다. 


샬케와 호펜하임의 전 감독이자 현재는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 레드 불과 3부 리가의 라이프치히 레드 불의 스포츠 디렉터인 랄프 랑닉은 SPORT1과의 인터뷰에서 '2계층 사회'로서의 분데스리가에 대해서 언급하였습니다.(http://www.sport1.de/de/fussball/fussball_bundesliga/artikel_801099.html) 물론 랄프 랑닉의 이러한 언급은 너무 중시해서는 안됩니다. 왜냐하면 우선 랑닉의 언급은 그의 인터뷰 중에서 한부분에 불과하며, 그 주제를 꺼낸 사람도 랑닉 스스로가 아닌 인터뷰어였고 랑닉의 대답 자체도 어떻게 보면 일반적이고 형식적인 이야기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맥락에도 불구하고 '2계층 사회'라는 의식이 분데스리가에 어느 정도 보편적으로 퍼져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는 점에서는 랑닉의 언급은 유의미하다고 하겠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google검색을 해본 결과 이미 2007년에 2계층 사회로서의 분데스리가에 대해서 이야기가 되고 있더라는 것입니다.(http://www.zeit.de/online/2007/36/bundesliga-zweiklassengesellschaft) 하지만 더욱더 흥미로운 사실은 이 당시에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정말로 두 계층이며, 현재와 같은 '스페인식 관계'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2007년에 문제시 되었던 상황은 리가 상위권 팀과 하위권 팀들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으며, 빌레펠트나 칼스루헤 팀의 팬들은 결코 우승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식의 '격차'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현재 이야기되고 있는 것은 2007년에 이야기되고 있는 것과는 다른 것입니다. 2007년에 두 계층이 6-7 팀들과 9-10팀들로 나누어진 구분이었다면, 현재는 2-3개의 팀들과 그 나머지로 구분되는 구분입니다. 7스필탁 시점에서 당시 4위 하노버와 3위 레버쿠젠 사이의 승점 차이는 6점이었고, 그 시점에 그 승점 차이는 sport1의 보도에 따르자면 (http://www.sport1.de/de/fussball/fussball_bundesliga/artikel_784631.html) 승점 3점 제도가 시작된 이래로 가장 큰 점수차였다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현 상태의 리가 테이블을 보자면 현재 명확한 차이가 보이는 것은 1-3등과 4등 이후의 승점차이입니다. 현재 10경기 씩을 치룬 상태에서 3등과 4등의 승점차이는 9점입니다.  그에 비하여서 4위와 11위까지의 승점 차이는 3점 이내입니다. 적어도 결과상으로는 이러한 차이는 명백하게 보입니다. 물론 경기력 면에서 결과의 차이가 곧 승점의 차이로 나타날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경기력을 보여주는 확연한 지표는 무엇인지는 모르겠네요.


물론 위에 언급된 기사에서 sport1의 칼럼니스트인 토마스 베르트홀트는 레버쿠젠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습니다. "바이에른과 도르트문트는 자신들만의 리그에서 플레이를 합니다. 레버쿠젠은 현재는 거기에 매달려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속도를 얼마나 따라갈 수 있는 지는 지켜보아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선두권 두 팀은 다른 팀들과 큰 거리를 벌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레버쿠젠을 나머지 중의 최고(der Beste von Rest)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결코 외부적인 시각만이 그런 것은 아닙니다. 하노버전에서 승리한 후 히피야는 "우리가 바이에른과 도르트문트에게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 지는 알 수 없다." 라고 이야기하였고, 바이에른전이 끝난 다음에 지몬 롤페스는 "바이에른과 같은 팀을 상대로 승점을 얻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이야기하였습니다. 히피야 역시도 바이에른을 상대로 승점을 얻기 위해서 수비적인 전술을 들고 나왔다고 언급하기도 하였고요. 


이러한 이야기를 생각해보자면 아마도 '스페인식 관계'가 분데스리가에도 형성되고 있다고 생각해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니 형성되고 있다고 해야 할지 혹은 형성되었다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군요. 그 원인과 과연 그것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는 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오리무중이기는 합니다. 원인은 여러가지로 들수는 있을 것입니다. 재정적인인 격차와 공격적인 투자 혹은 역사적인 배경 등등등. 부정적인 원인으로서는 나름 선두권 팀이 될 수 있는 몇몇 팀들의 몰락을 들수도 있을 것 같구요. tm에서 이와 관련된 쓰레드(http://www.transfermarkt.de/de/drohen-der-bundesliga-spanische-verhaeltnisse/topic/ansicht_44_143582_seite1.html)에서는 대략 45.1퍼센트의 대답이 그렇다고 대답하였습니다. 


적어도 현재의 시점에서 보았을 때,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우승경쟁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것이 좋은 일인지 안 좋은 일인지는 각자의 판단에 맞길 수 밖에 없는 일이고, 적어도 이러한 현상이 스페인 리가 같이 신계와 인간계로 구분되는 그러한 상황까지는 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네요.


ps뭔가 길게 적으려고 했다가 딱히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일이기에...


참고로 분데스리가 팀들의 재정상황에 대한 기사

http://www.focus.de/finanzen/news/tid-32711/der-grosse-finanzcheck-zum-saisonstart-das-sind-dir-schulden-meister-der-bundesliga_aid_1061276.html


분데스리가 팀들의 재정적 상황과 연봉등을 적어 놓은 사이트 http://fussball-geld.de (정확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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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르크는 어떻게 약팀이 되었나? (by 메롱나라) 프랑크푸르트, 역대 레전드 11 선정 (by Ra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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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ttp://fussball-geld.de 에 들어가봤습니다만, "언론에 공개된 액수"만 정확하고 몇몇 비공개들은 " (alter Vertrag)" 표시를 해놨습니다. 번역을 돌려보니, 이건 예전 계약이라는 뜻이더군요.

    어째 크게 신뢰성이 있는 자료 같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분데스리가 재정상황에 대한 기사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샬케04의 부채는 10/11에는 포인트삭감 여부를 두고 논란이 있을 정도였는데, 이것이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로 인해 이러한 이야기가 많이 흐지부지 되어있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샬케04의 재정은 매우 위험한 상태가 맞네요.
  • 사실, 저는 이런 말이 나오고 있는 것자체가 '스페인식 관계'가 어느 정도 형성이 되었다고 봅니다.

    다만, 이것은 도르트문트의 엄청난 상승세에 절반조차 따라가지 못한 중위권들의 몰락도 큽니다.

    브레멘, 함부르크, 슈투트가르트, 재정적으로 튼튼한 볼프스부르크까지 포함하면, 이들은 좀 '방황하고'있습니다.


    오로지 레버쿠젠만이 '정상'이며(사실 레버쿠젠이 엄청난 상승세!로 3위를 한다기보다는 경쟁자들이 알아서 우수수 떨어져나간 느낌입니다.)


    저는 오히려 샬케04가 억지로 정상과 방황 사이에서 헤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샬케의 재정은 정말 위험했던 상황에서 챔피언스 리그 4강 진출과 포칼 우승으로 이제 위험한 수준까지 간신히 온 것이죠. 호어스트 헬트가 잉여 자원들과 고연봉 선수들을 정리하면서 임금 부분에서는 어느정도 해결이 되었지만 아직도 부채가 2억 유로에 육박하는 수준이고 결코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그래서 샬케가 꾸준히 챔피언스 리그 진출을 필요로 하는 것이고요.

    분데스리가의 두 계층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저는 원래부터 압도적이였던 바이에른과 더불어 도르트문트의 비정상적인 성장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봅니다. 레버쿠젠은 두 팀에 비해 떨어지지만 잘 따라가고 있다고 생각하고요. 애초에 바이에른과 다른 클럽들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도르트문트 어려웠던 상황에서 뛰어난 구단 운영으로 본인들의 탄탄한 기본 베이스를 잘 살려 이를 극복해냈지만 다른 클럽들은 이 차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죠. 2000년대 중~후반 도이쳐 마이스터가 주인이 엎치락뒤치락하던 시기는 어떻게 보면 바이에른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압도적인 차이를 잘 살리지 못했었고 도르트문트도 급격한 변화의 시기에 있었기 때문에 이루어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샬케도 이 과도기적 시기를 노려 펠릭스 마가트를 선임하며 마이스터를 노렸지만 결국 실패했고요. 하지만 지금은 바이에른이 '작심'을 했고 도르트문트도 구단 개혁에 성공하면서 결과는...

  • 저는 대체적으로 유사하게 봅니다만, 조금은 다르게 보는게.. 현재 분데스리가는 양강체제라기보단 구조적으로 바이에른 뮌헨과 나머지로 구분되어 있으며, 현재의 도르트문트는 '나머지'들 중의 1위라고 보고 있습니다. 물론, 미시적으로 바라보면 21세기 들어 매년 바이에른 뮌헨과 다른 팀 간의 승점차이가 크지 않았던 것은 맞죠. 문제는 거시적으로 분데스리가 역사상 매년 1인자 혹은 2인자 자리를 꾸준하게 유지했던 팀은 바이에른 뮌헨 뿐입니다. 다른 팀들은 잠시 1인자 자리를 빼앗거나 2인자에 올라설 수는 있어도, 장기적으로 그 자리를 유지하지 못하고 다른 팀에게 그 자리를 내주고 있습니다.



    역사학에서 '아날학파'의 주장으로부터 비유를 하자면... 슈투트가르트나 볼프스부르크가 1년 우승한건 '단기지속'이고, 묀헨 글라드바흐, 함부르크가 바이에른 뮌헨과 경쟁하였던 것은 '중기지속'에 속하며, 분데스리가 역사를 통틀어서 바이에른 뮌헨에 맞먹을만한 분데스리가 구단이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은 '장기지속'이라고 볼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물론, 바이에른 뮌헨이 분데스리가에서 압도적인건 '중기지속'에 해당하겠지만, 여기는 그저 비유일 뿐이니..). 잠시나마 반짝 우승이 있었던건 그저 한 두번 나오는 일화적 사례에 불과하고, 구조적으로 바이에른 뮌헨이 1인자 자리를 내준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합니다.



    구조적인 면에서... 바이에른 뮌헨 외의 다른 팀들은 기존의 선수진이 노쇠화를 겪거나, 이적하게 될 경우에 그걸 유지할만한 역사적, 재정적 능력이 고만고만하다는 점이죠. 소인국에 걸리버 하나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도르트문트도 현재까지는 이런 '바이에른 뮌헨과 아이들' 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생각이에요. 그걸 단적으로 보여준게 바로 '괴체의 바이에른 뮌헨으로의 이적'이죠. 그만큼 도르트문트가 바이에른 뮌헨과 비교하기엔 재정적으로나 명성으로나 상당히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도르트문트가 현재 전술적으로나 스쿼드 면으로나 바이에른 뮌헨에 못지 않은 능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이게 지속적으로 유지될만한 '구조'가 정착되었느냐의 문제로 가면 이야기가 달라지죠. 현재 도르트문트는 단기지속을 넘어 중기지속에 있지만, 10년 후에도 전력을 유지할지는 지켜봐야겠죠(그래도 현 감독인 클롭이 샤프보단 더 유연한 감독이고, 팬층도 브레멘보단 도르트문트가 탄탄하기에 브레멘보다는 더 전망이 좋아보이긴 합니다만..).







    아무튼... 요 몇년 간의 단기적인 추세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도르트문트와 바이에른 뮌헨의 집단, 그리고 나머지 집단으로 갈리는 현상이 달갑진 않습니다. 갠적으론 도르트문트와 바이에른 뮌헨이 성장한 것도 있지만, 브레멘이나 슈투트가르트, 함부르크같은 중상위권 구단들이 몰락해버렸다고 볼 수 있거든요. 그 자리를 대체하는 묀헨 글라드바흐, 프랑크푸르트, 볼프스부르크같은 팀들은 이전 중상위권 팀들에 비하면 팬층으로나 전력으로나 다소 부족하다고 볼 수 있구요. 앞으로 어찌될지는 지켜봐야겠죠.
  • 몇 년 전에 사람들이 분데스리가 매력이 뭐냐고 물어보면, 다른 리그들과는 달리 뮌헨을 빼면 어느 팀이 강등될 지 가늠할 수 없는 팽팽함이라고 대답했던 기억이 나네요. 꽤 오래된 일이긴 하지만 라우턴은 승격하자마자 바로 우승을 한 경력도 있었고, 전 시즌 4위를 했던 베를린이 다음 시즌 바로 강등당하는 경우도 있었죠. 뭐, 팬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내일을 기약할 수 없다는 점에서 불안하기도 했지만, 분명 이런 스펙타클함이 다른 빅리그에서는 볼 수 없던 분데스리가만의 매력이었습니다.

    비록 근 몇 년간이 뮌헨과 도르트문트 팬 입장에서는 비약적인 성장이었겠지만, 사실 저는 그게 리가 자체의 발전이라고 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물론 뮌헨을 제외하고는 16강도 잘 못 올라가던 챔스에서 분데스리가 팀들끼리 결승전을 치르고, 수많은 선수들에게 분데스리가가 더 이상 프리미어 리그나 라 리가로 가기 위한 교두보가 아닌, 그 자체로 하나의 목표가 된 것은 '분데스리가 팬'의 입장에서 더 없이 기분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 영광의 거의 전부가 뮌헨과 도르트문트라는 두 팀에게 독식되고 있다는 거죠. 물론 도르트문트의 성장이 견실한 재정 및 스쿼드 관리 덕분이었다는 건 부인하지 않아요. 외려 책임소재를 따진다면 그런 점을 본받지 못한 다른 팀들에게 문제가 있겠죠. 저의 함부르크만 하더라도 결정적으로 아르네센의 돌아이 짓 때문에 몰락했다고는 하지만, 이미 그 전부터 방만한 재정 지출과 주먹구구식 구단 운영이 눈에 보일 만큼 심각했구요.

    그러나 책임 소재가 어떻든간에, 어쨌든 결과적으로 도르트문트를 제외한 과거 중상위 그룹 구단들에게 지난 몇 년은 결코 성장의 시기가 아니었습니다. 저의 기준에서 과거의 중상위 그룹이라고 하면 대충 '샬케, 함부르크, 브레멘, 레버쿠젠, 슈투트가르트, 도르트문트, 볼프스부르크, 헤어타' 정도를 뽑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물론 그 중에는 샬케, 레버쿠젠 등 그래도 어느 정도 버티고 있는 팀들도 있지만, 나머지 팀들은 대부분 외려 이 기간 동안 끝없는 추락을 겪었죠. 또 그 추락은 현재 진행형이기도 하고요.

    물론 이들 중상위 그룹이 무너지는 게 그 자체로 대재앙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원래 축구의 역사라는 게 잘 나가던 팀이 계속 잘 나가고 안 되는 팀은 쭉 안되는, 그런 건 아니니까요. 그러나 문제가 되는 건 이들 중상위 그룹이 몰락한 그 자리를 다른 중하위의 팀들이 메꾸어준 것도 아니라는 겁니다. 비록 지난 시즌의 프랑크푸르트, 프라이부르크처럼 매 시즌 약진을 보여주는 의외의 팀들이 있기는 하지만, 이는 사실 본질적으로 중상위 그룹의 몰락으로 인한 반사효과라는 측면이 크죠.

    아마 그 사실을 잘 보여주는 게 유로파리그에서의 성적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합니다. 몇 년 전까지는 챔스에서는 분데스 팀들이 상당히 고전한 반면, 유로파 리그에서는 그래도 압도적인 기량을 곧잘 보여줬죠. 우승 운은 좀 없었지만, 그래도 4강 이상은 꾸준히 기록하면서 상당한 포인트를 벌어 왔습니다. 그런 점에서 개인적으로 과거의 중상위 그룹은 분데스리가의 핵심 기반이었다고 보기도 해요. 그러나 요새 몰락한 중상위 그룹 대신에 유로파 리그에 진출한 구단들은 그런 과거의 성과를 재현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지난 시즌에는 8강에 한 팀도 진출하지 못했고, 16강에도 슈투트가르트 한 팀이 이름을 올린 게 고작이었죠.

    물론 여기에는 최근 유로파 리그 진출하는 구단들에게 대외컵 경험이 부족하다는 좋은 변명 거리가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할지라도 이 구단들이 호성적으로 시즌을 마친 후, 과거 중상위 그룹만큼의 양적&질적 스쿼드를 보충하지 못한 채 준비 부족 상황에서 대외컵에서 나가 시원찮은 성적을 거두고 만다는 것은 여전히 리가 내에서 몰락한 중상위 그룹의 공백이 작지 않으며, 동시에 그런 면에서 지금 리가의 상황이 결코 상향평준화라고 낙관적으로 볼 수만은 없음을 반증한다고 봅니다.

    여튼 쓰다 보니까 좀 길어졌는데, 스크롤의 압박을 고려해서 정리를 하도록 할게요.
    1. 뮌헨과 도르트문트가 성장하면서 분데스리가의 위상 자체는 올라갔지만, 동시에 중상위 그룹을 형성하던 여러 구단들이 몰락했다.
    2. 그런데 이 몰락한 구단들의 공백을 메꿔줄 만한 새로운 구단들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3. 고로 현 분데스리가의 상황은 상향평준화라고 보기 힘들며, 외려 양극화에 더 가깝다.
  • 2013.11.2 06:50 댓글추천 0비추천 0
    개인적으로는 10/11시즌이 분수령이었다고 봅니다. 샬케, 함북, 볼프스, 슈바벤 등의 중상위권 팀들이 리가우승과 챔스진출을 위해 나름 투자를 시작하면서 반니, 라울, 카모라네시 같은 선수들이 분데스리가에 입성했고 디에구, 메첼더도 돌아오고, 훈텔라르 ,키예르, 후라도 같은 알짜 선수들도 들어오고, 카차르, 베스터만, 프리드리히 같은 리가 내 정상급 선수들간의 이동도 있었는데 결과는 대실패. 샬케는 그나마 챔스 4강이라도 갔지 나머지 팀들은 저 선수단으로 어떻게 저런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의문스러울 정도로 한심한 경기력을 보여줬었던 시즌으로 기억합니다. 그때 결과들이 괜찮았다면 지금처럼 중상위권팀들이 이렇게 몰락하지는 않았을텐데요... 작금의 함북과 슈바벤의 모습은 참 안타까울뿐이고.. 레버쿠젠도 잘 버티고는 있지만 주축선수들이 이탈할 경우 언제 브레멘처럼 추락할 지 모르는 일이고.. 재정은 어려워도 수위권을 유지해주고 있는 샬케와 성적만 좀 받쳐주면 크게 올라갈 수 있을 재정적 잠재력을 갖춘 볼프스라도 하루빨리 좋은 관리자를 만나서 팀을 추스르고 일어나게되면 좋겠습니다
  • 도르트문트의 수준을 바이언과 함께 끼워넣는 것은 에라라고 봅니다.
    주급규모가 EPL 풀럼급이라는 팀을 어찌 바이언과 한데 묶을 수 있겠습니까.

    현재 꿀벌은 클로포가 만들고 있는 마법 그 이상의 지속성이 담보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봅니다.
    아직 갈길이 많이 남았어요.
  • 저도 보루센의 팬이지만, 이 글의 의견에는 동의하기가 힘든 것이 현재 도르트문트의 엄청난 상승세는 바이언과는 틀리게 클롭의 벌떼 축구 전술과 선수들과의 긴밀한 관계를 기반으로 한 효율 극대화이죠. 바이언의 다른 리가 팀들을 압살시킬 정도의 자금력과 유스팀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능력과는 별개입니다. 즉 도르트문트의 현재 아우라는 지속되기 힘듭니다. 그럴 가능성은 적어보이지만 클로포가 이탈한다면 예전의 도르트문트로 돌아갈 가능성이 상당하죠. 댓글에서 나왔다싶이 현재 도르트문트의 자금력은 EPL 풀럼 수준 밖에 되지 않습니다.

    즉, 분데스는 전통적으로 바이언이 독주할 수 밖에 없는 체제 하에 있다는 의견입니다. 보루센 팬이 된 것도 이 체제를 박살내버렸으면 하는 기대를 갖고 시작했지만, 거의 깨기 불가능한 체재라는 것도 사실이죠. 결론적으로 도르트문트 또한 바이언을 제외한 나머지 17개 팀 중 유난히 독보적인 팀이 맞다고 봅니다.
  • 말도안되는소리.. 분데스가 라리가처럼 바르샤,레알의 2강체제인가요? 20년넘게 레알or 바르샤만 우승하게?
    분데스는 epl못지않게 춘추전국시대였습니다(08년부터) 돌풍팀도 있었고,뮌헨도 우승을 적지않게 놓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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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VfB 슈투트가르트 10/11 시즌 리뷰 및 11/12 시즌 전망12 srv 2011.08.03 7762
24 제프 마이어 이후 독일 GK 계보9 Battery Park 2011.04.01 11066
23 10/11 보루시아 묀헨글라드바흐 전반기 리뷰6 이병장 2011.01.03 6881
22 VfB 악순환의 근본적 이유18 srv 2010.10.20 8050
21 K-K 이야기18 불타는소년 2010.08.04 6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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