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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갠적인 단상)유망주에게서 무엇을 먼저 봐야하는가??

pedagogist2014.05.16 11:08조회 수 4079추천 수 4댓글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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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는 하루 아침에 세워지지 않았다'는 유명한 문구가 있는데.. 유망주에게도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어느 누구도 처음부터 잘할 수는 없으며, 애초에 지능이란 측면에서 '훈련과 경험'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그 지능은 구현되지 못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이야기하는 '축구지능'이란 용어가 사용되는 경우를 뜯어보면 '근본적인 지적능력'으로서의 지능이 아닌, 단순히 축구에서의 문제해결능력에 가깝죠. 그런 문제해결능력은 경험을 통해 어느 정도 보완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처음 자전거 탈 때엔 어떻게 탈지 미숙하지만, 점차적으로 몸에 익어가면서 나중엔 오르막길에서 지그재그로 올라가는 방식을 터득하게 되는 것처럼요.





마이클 셔머란 과학사가는 '과학의 변경지대'에서 '천재는 번뜩이는 아이디어에 의해 탄생한다는' 속설을 '아마데우스 신화'라고 이야기하였는데.. 전문가와 비 전문가, 예를 들어 체스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결정적인 차이는 결정적인 수를 생각해내는 번뜩이는 지능이 아니라, 체스를 얼마나 자주 두었느냐의 차이이죠. 체스 전문가들은 잦은 체스 경험을 통해 가능한 경험의 수를 학습하고, '그걸 외워버립니다'. 그렇기에 언뜻 보면 번뜩이는 수처럼 보이는 것이 실제로는 이전에 경험해본 '익숙한 수'가 되는 것이죠. 아무튼, '경험의 양'이란 양적인 요소가 축적이 되다보면 어느 임계점을 넘어서서 '질적인 차이'로 이어지는데, 이게 바로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차이입니다(덧붙이면.. 모차르트는 5살때 작곡을 하였다고 알려져있지만, 실제 그 '작곡'은 다른 곡의 패러디에 가까웠다고 하죠. 모차르트가 진짜 천재성을 발휘한건 혹독한 아버지의 지도를 받으며 성장한 이후입니다.).




물론, 이런 문제해결능력에 있어서 근본적인 지적능력의 영향력은 상당히 큰데.. 지능지수가 75 밑선인 '저능아'들은 학습의 속도가 느릴 뿐더러, 아예 과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리고, 프로무대처럼 '여러 전문가'들이 모인 자리에선 경험으로 쌓인 문제해결능력을 뛰어넘는 요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토마스 뮐러나 마르코 로이스처럼 다른 선수들보다 뛰어난 '축구지능'으로 먹고사는 선수들이 그렇죠.




다만, 유망주레벨에선 이런 '축구지능'으로 평가하기엔 조금 어렵습니다. 물론, 대체적인 유소년 선수들도 나름 잦은 경기경험을 통해 다른 일반인과는 비교되는 '전문가적 지능'을 어느 정도 지녔다고 볼 수 있는데.. 문제는 유소년 무대와 성인 무대의 질적 차이 때문에 기존의 경기경험을 통한 경기스타일에 변화를 줄 필요가 생긴다는 점이죠.




예를 들어 전반기 때 도르트문트가 어느 하위리그 팀과 맞붙었던 포칼 경기를 보면.. 이 경기에서 에릭 둠, 올리버 키르히, 오바메양, 율리안 쉬버가 경기에 뛰었는데.. 에릭 둠은 이전엔 보여주지 못했던 화려한 드리블 돌파능력을 보여주었고(이건 후반기에 본격적으로 성인무대에도 드러납니다.), 도르트문트의 대표적인 쩌리인 올리버 키르히는 마치 피를로가 빙의한듯한 볼키핑능력과 쓰루패스를 보여주었으며, 킥력만 좋은 육상선수란 비아냥을 듣던 오바메양은 마치 앙리가 재림한듯한 치달과 드리블 돌파를 보여주었죠. 그리고 율리안 쉬버는 율리안 시버처럼 뛰었습니다(응??).




이런 점으로 놓고 볼 때에... 맞이하는 무대의 수준 차이는 플레이의 질에 상당히 영향을 미칩니다. 키르히나 오바메양같은 선수들은 성인무대에선 자주 보여주지 못했던 상당한 온더볼 능력을 하부리그 팀 상대로 보여주었는데.. 반대로 생각하면 낮은 수준의 무대에서 맹활약한 선수들은 보다 높은 수준의 무대에선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 자체를 바꿔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하부리그에서 개인드리블로 자주 드리블 돌파를 시도했던 선수들은 그게 자주 성공하기만 한다면 그런 드리블돌파시도가 가장 최적의 플레이스타일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보다 높은 무대에서 드리블 돌파시도가 막히게 될 경우, 드리블과 패스의 빈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문제에 직면하게 되죠.





결국 유소년 선수들이 성인무대에서 맞이하는 '탐욕스러운 플레이'나 '바보같은 플레이'들은.. 성장을 위한 '시행착오'에 해당한다고 봅니다. 그런 시행착오들을 통해서 성인무대에서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플레이스타일을 모색해 갈 수 있게 되는 것이죠. 결국 유소년 선수들은 기존 '전문가적 지능'을 획득하기 위한 과정을 넘어서서, 더 큰 무대에서의 '축구 문제 해결능력'을 습득하기 위한 시행착오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개중엔 유소년무대에서 성인무대로 넘어서자마자 곧바로 최적의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들도 있지만(괴체라던지..) 대체적으론 초반에 시행착오를 자주 겪는 편입니다. 이런 점에서 성인 무대에 갓 데뷔한 유망주에게 성인선수들과 동일 선상에서 축구지능을 논하는건 다소 가혹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갠적으론 유망주에게서 우선적으로 봐야할 것은... 아무래도 신체적 조건이라던지, 개인 기술과 같은 요소가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감독의 전술을 이해하는 지적능력도 중요합니다만... 대체적인 축구 경기들은 플랜대로만 돌아가진 않습니다. 수많은 가변적인 요소들로 가득 차 있고, 그런 가변적 요소들은 초기의 플랜 자체는 비웃듯이 깨버리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그런 가변적 요소들이 팀에 악영향이 되지 않도록, 혹은 그런 가변적 요소로 인해 생겨난 유리한 국면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있어서도 개인적인 축구능력은 상당히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볼터치 기술이 부족하다거나, 상대의 강한 몸싸움을 버틸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할 경우, 볼을 자신의 '계획'대로 소유하지 못하여 플랜이 깨지게 되죠. 아니면, 센터백이 애매하게 떨어진 볼을 클리어링하기 위해 전진하였는데, 근소한 차이로 공격수가 볼을 선점하여 실점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동시에, 드리블이 뛰어난 선수는 상대의 잘 짜여진 수비라인에 균형을 깨뜨릴 수 있고, 민첩성이 좋은 공격수는 문전 앞 혼전상황에서 득점찬스를 잡아내어 '축구의 가변성'을 자신의 팀에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게 됩니다.





이런 점에서 유망주에게 있어서 '축구선수로써의 툴'이 먼저고 그 이후에 축구지능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실제 현대 축구에서 축구지능으로 칭찬을 받는 선수들은 분명 축구 지능 외에 또다른 툴도 지니고 있는 경우가 상당히 흔합니다. 토마스 뮐러는 공간인식능력 외에도 상당한 스피드와 공중볼 경합능력, 골결정력을 지닌 선수이고... 마르코 로이스는 꽤나 뛰어난 볼터치능력에다 스피드, 양발 킥력을 보유하고 있죠.







유망주에게 있어 '툴'이 '축구지능'보다 우선적으로 발전한다는 생각을 들게 하였던게 바로 리카르도 로드리게스였는데... 아마 구자철 선수가 있었던 시기에 리카르도 로드리게스도 국내팬들에게 욕을 꽤 얻어먹었을겁니다. 빌드업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드리블돌파를 시도하고(아시다시피, 빌드업 상황에서 볼을 빼앗기면 상당히 위험한 위기상황이 연출됩니다.), 더 심각한건 한 번 드리블돌파를 시도하면 상대 선수를 완전히 제치지 전엔 패스를 생각하지 않는 장면이 많았다는 것이죠. 이 때문에 간간히 빌드업 전개가 더 비효율적으로 이루어지기도 했고, 볼이 빼앗겨서 실점위기로 이어지기도 했죠(그나마 로드리게스의 볼키핑능력이 좋은 편이라 생각보다 위기상황은 적었죠.). 


하지만, 올시즌 후반기에 들어서 리카르도 로드리게스는 상당히 변화하였는데.. 기존에 무리한 드리블 돌파시도가 줄어들었다는 점이죠. 물론, 요근래도 빌드업 상황에서 드리블돌파시도를 하긴 합니다만, 이전처럼 완전히 제칠때까지 드리블돌파를 시도하는게 아니라, 패스 공간이 열리도록 하는 한도에서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는 정도입니다. 필립 람이 풀백으로 뛸 때에 적절하게 드리블 돌파를 하며 패스 공간을 열어내는 것과 마찬가지이죠. 이런 '축구 지능'의 변화 이전에 리카르도 로드리게스 특유의 '볼키핑능력'을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올시즌 후반기의 로드리게스는 빌드업 상황에서 상당히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플레이어로 돌변하였습니다.












아무튼, 제 뇌피셜을 결론지어보면... 

1, 우리가 말하는 '축구지능'은 '문제해결능력'에 가까우며, 경험을 통해 향상이 된다.

2, 유망주들은 맞이하는 무대의 수준 때문에 시행착오를 겪는 경우가 흔하다.

3, 유망주들이 얼마나 '탐욕'을 부리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그 탐욕을 통해 '찬스를 만들어 낼 능력'이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p.s 싸줄을 탈퇴하긴 했지만, 간간히 좋은 글들을 읽기위해 싸줄에 들리는데... 거기서 Stunde Null님께서 쓰신 글(http://www.soccerline.co.kr/slboard/view.php?uid=1989563162&page=1&code=columnboard&keyfield=name&key=Stunde+Null&period=1989487965|1989599186)?이 너무 인상깊었습니다. Stunde Null님께서 쓰신 글과 제가 쓴 뇌피셜 글을 함께 읽으시면 될 것 같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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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2
  • 노력과 경험의 반복이 전문성으로 이어지기는 하는데, 그것과 별개로 선험적인 무언가가 있다고 봅니다. 정말 단순하게 '이게 왜 안 돼?'라든가 '이걸 못 해?' 같은 수많은 레전드들의 에피소드들이 그렇고요. 그들 전부가 피나는 노력과 풍부한 경험으로 성장한 건 아니고, 모든 선수가 선형적으로 발전하지는 않습니다. 경험이 없어도 그냥 더 명확하게 본질을 꿰뚫어보는 경우가 있어요. 17세나 18세에 데뷔해서 엄청난 커리어를 쌓아가는 선수들이 경험이 또래들보다 풍부해서 더 지능적인 플레이를 한 건 아닐테니까요. 물론 신체능력이나 뛰어난 발재간으로 우월함을 가지던 선수들이 그게 안 통하는 성인무대에서 성장착오를 겪으면서 자신의 플레이스타일을 재정립한다는 데는 동의합니다. 그러나 이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축구지능과는 좀 다른, 스타일의 문제라고 보고요.

    또 '전술에 대한 이해'와 '높은 지적 능력'이 요구되는 건 말씀하신 가변적인 요소가 넘쳐나 플랜이 뒤틀린 필드에서 더 빛을 발한다고 봅니다. 모든 것이 플랜대로 가면 선수들은 그저 외운대로만 하면 됩니다. 그러나 워낙 변수가 많고, 끊임없이 바뀌는 상황을 명확하게 분석하고 최적의 플레이를 해내기 위해선 외운 걸 넘어서 스스로 이해하고 결정해야 하는 능력이 필요하죠. 그래서 축구지능이라는 얘기가 나온다고 봐요. 특히 어느 정도 이상의 클래스가 되기 위해서는 필수불가결한, 그런 거죠.


    덧붙여, 기술은 그래도 어찌어찌 느는데 전술에 대한 이해는 진짜 안 느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경험이라고만 보긴 어렵다고 생각하고요.

  • Raute님께
    pedagogist글쓴이
    2014.5.16 12:02 댓글추천 0비추천 0
    물론, 한 시대를 풍미하는 선수들은 대체로 어릴 적부터 돋보이는 경우가 많죠. 그런 선수들을 '축구천재'라고 부르고요. 다만, 이런 축구천재들은 축구 지능 외에 분명히 성인무대에 올라가자마자 통할만한 다른 무기들도 지니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봐야하지 않나 싶네요. 제 아무리 축구에 대해 보는 눈이 뛰어나다 할지라도, 기본적인 기술적인 능력이 없이는 그런 지능을 발현하기가 어려우니깐요.


    그리고, 성인무대에서 '축구지능'의 중요성은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일반적인 유망주들을 평가하는데에 있어서 '축구지능'이 부족하다고 비판하는건 가혹하다고 보네요. 물론, 말씀하신대로 어릴 적부터 축구지능이 타고난 선수들도 있는데.. 이런 선수들이 아닌, 보다 늦게 발현되는 유망주들에게 축구지능으로 비판하는 것보단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게 제 글의 논지였습니다. 물론, 여담으로 말씀하신 것처럼 죽어도 늘지 않는 선수도 있는데 이건 '지적능력'의 차이나, 태도문제(지나치게 자부심이 강하거나 예민한 선수들은 시행착오로부터 성장하기 어려울 수 있겠죠.)에 영향을 받을 수 있겠구요.
  • pedagogist님께
    아무래도 브레멘 팬이다보니까 최근에는 마린, 과거에는 나우두의 기억이... 으허허허... 뭔가 기술은 점점 발전하는 거 같은데...
  • Raute님께
    pedagogist글쓴이
    2014.5.16 12:18 댓글추천 0비추천 0
    허허.. 요새 나우두가 볼북에서 하는걸 보면 상당히 수비센스가 뛰어난데.. 경험치를 뒤늦게 얻어먹은 모양이네요..ㅎㅎ
  • pedagogist님께
    개인 능력이야 원래 출중했죠. 근데 정줄 놓고 뛰쳐나간다든가 마킹 놓쳐버리고 엉뚱한데 있는다든가... 그런거 때문에 무뇌 수비 소리 듣기도 했고, 멀대 없으면 진짜 경기력 차이도 심하다 싶었고요. 브레멘 거의 마지막 시즌쯤 되어서야 해결이 되었죠.
  • 무쟈게 좋은 글입니다. 축구 유망주를 잘 길러내기로 유명한 아약스에서도 어린 선수를 선발할 때 제일 먼저 발이 빠른가를 본다고 하더군요.
    축구라는 것을 보면 볼 수록 가장 원초적인 것들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신체능력이나 볼 컨트롤 같은 것들 말이죠.
    전술 수행 능력이나 지적인 부분이 후에 어느정도 학습으로 보완이 가능하다는 것에도 공감하구요.

  • 개인적으로는 다 중요하다고 봅니다. 크루이프가 선수를 평가할 때는 반대로 축구 지능을 매우 중시했죠.

    '바티스투타는 주위를 판단하지 못하기 때문에 언제나 둘러쌓여서 힘들게 경기한다, 반대로 호마리우는 언제나 주변을 살펴보고 적절한 위치에서 경기를 하기 때문에 쉽게 경기를 풀어나간다'

    '지단이 위대한 이유는 그가 가지고 있는 기술이 아니다. 그 기술을 언제나 올바른 타이밍에 활용할 줄을 안다는 것이다.'

    축구에서 환상적인 플레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지는 않거든요. 어차피 결국 골은 같은 골일 뿐...
    토마스 뮐러의 믿기지 않는 득점력도 사실 가진 신체와 기술력만 보면 절대로 그 정도를 할 수가 없는데 축구 지능에서 비롯된 것이죠.

    이러한 높은 지능이 후천적인 지도로서 완벽히 길러질 수 있는 분야인지에 대해서는 조금 회의적이구요.
    괴체만 보더라도 데뷔 때부터 판단에 있어서 거의 완벽함을 보여줬는데 그게 괴체가 경험이 많아서는 아니듯이 재능도 작용하는 분야이고
    혹은 선수 나름대로 마치 공을 다루면서 테크닉을 높히고 차면서 슈팅을 기르듯이 경기 내적인 통찰을 기르고자 한 오랜 노력일 수도 있다고 보네요.

    물론 선수를 활용할 때에 어떠한 역할을 부여해서 살려주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축구 지능이라는 게 조금 덜 돋보일 수는 있겠으나
    어느 위치에 세워둬도 납득이 가지 않는 선택을 거의 하지 않는 선수라면 그건 탁월한 킥력 혹은 탁월한 테크니션 못지 않게 굉장한 재능이라 생각합니다.

  • letzte님께
    pedagogist글쓴이
    2014.5.16 12:27 댓글추천 0비추천 0
    뭐, 제가 이야기한건 축구지능이 중요하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유망주를 평가할 때에 있어 축구지능이 부족한 것으로 비판할 수 있는가의 문제라서요.
  • pedagogist님께

    저는 비판할 수가 있다고 보는 측면이란 거죠. 테크닉, 킥과 마찬가지로 어느 정도 타고나는 면이 있고 선수 개인의 오랜 노력도 작용한다는 점에서 말이죠. 사실 축구 지능이라는 게 조금 저평가를 받는 능력이지만 한 선수가 경기 내에서 눈이 호강할 플레이를 하는 건 물론 공을 다루고 차는 능력일지 몰라도 경기 안에서 실수를 최대한 적게 하는 건 축구 지능이 좋을 때라고 보거든요. 그렇게 줄어든 실수는 얼핏 보기에는 그냥 당연한 플레이를 한 것처럼 보일 때가 많고요. 마치 슈바이니의 존재감이 과소평가되는 것처럼 말이죠. 그러다가 막상 없으면 난리가 나는 거고. 그런 면에서 축구 지능에 대한 것도 테크닉과 킥에 비해서 그냥 대충 무리수가 적어보이면 된다 정도로만 판단내려지는 건 조금 아쉽다고 봅니다.(님 글이 그렇다는 건 아니고 전반적인 논의에서...) 적절한 포지셔닝과 올바른 곳에 패스를 주는 판단력, 드리블-패스 타이밍의 구분, 지단이나 크로스같은 플레이 메이킹 이런 측면은 결코 쉽게 뛰어난 수준을 보유하기가 어려운 부분이죠.

  • letzte님께
    pedagogist글쓴이
    2014.5.16 13:38 댓글추천 0비추천 0

    축구지능이 중요하느냐의 문제 자체는 저도 축구지능이 중요하다고 보는 편이죠. 제가 슈바인슈타이거나 데 브뤼네를 좋아하는게 참 영리해서 그런거..

    그런데, 제가 본문에서도 썼다시피.. 이미 산전수전 겪은 베테랑 선수들에게 요구하는 수준의 축구지능을, 유망주선수들에게 요구할 수 있느냐란 점이죠. 그에 대해서 전 유망주의 축구지능은 타고난 선수도 있지만, 상당수는 경험을 통해 축적되는 것이고.. 축구에 관련된 기본적인 툴도 같이 지닌 선수여야 축구지능이 발현되는 것이겠죠.

    예를 들어 전유성씨는 개그 아이디어를 내는 능력이 상당히 뛰어나지만, 웃기는 재능이 없어서(...) 개그맨으로 큰 성공은 못한 것처럼요.

  • 좋은 글이네요. 좀 더 시야를 넓히는 글이기도 하구요.

    더하여, 몇몇 어린 선수들의 변화를 관찰하며 이들이 현재 어떠한 상황에 놓여있는가. 잠재적인 능력의 추정은 얼마나 되며 그것을 어떻게 관찰할 수 있는가. 에 대한 의견 교류가 답변으로 어울릴 것 같습니다.

    샬케04의 마이어, 레버쿠젠의 엠레 찬, 마인츠의 가이스, 슈투트가르트의 뤼디거 정도가 올 시즌 성장 및 폼의 변화가 있었던 선수들로 꼽을 수 있고, 사전에 잠재성도 인정받은 선수들입니다. 이 선수들을 언급하며 위의 글의 시점을 적용하여 볼 수 있겠습니다. 답변이 길어지겠네요.
  • 역순으로 가봅시다. 먼저 뤼디거 입니다.

    뤼디거의 성장곡선은 전형적인 Sin 곡선입니다. 전반기에는 훌륭했으며, 슈투트가르트의 수비 핵으로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경기가 더 해질 수 록 경기력이 나빠지더니, 후반기 시작부터 중반을 지나면서 거대한 부진을 겪었습니다. 수비의 핵이었던 뤼디거의 부진이 길어지며 슈투트가르트의 성적은 급속도로 나빠졌고, 뤼디거는 한번 감을 잃은 포지셔닝을 돌이킬 수 없었습니다.

    금 시즌 뤼디거를 보면서, "유망주에게 전술의 핵심 포지셔닝의 기준 역할을 맡는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보여주는 케이스라고 봅니다.

    뤼디거는 제법 빠른 시기에 수비라인 조율, 위치선정이라는 "경험이 크게 유효한 역할"을 맡았고, 팀의 사정, 미드필더의 변화에 맞추어 포지셔닝을 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자신의 앞에 있는 미드필더의 맴버는 매번 변화했죠. 케디라, 라이트너, 겐트너, 보카, 마지막은 그레조까지 들어왔었습니다. 심각한 수준 이었어요.

    유망주에게는 경험이 필요합니다. 이것까진 맞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좋은 경험이건 나쁜 경험이건, 충분한 시간을 들여 경험을 줘야한다"는 겁니다.

    유망주는 유망주인 만큼,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는 개념에 대해 능숙하게 대처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뤼디거가 그렇습니다.
  • 두번째는 가이스 입니다.

    가이스의 성장 곡선은 y=x-a에 가깝습니다. 그는 전반기 소토와 짝을 이뤄 플레이한 미드필더지만 소토의 부진, 낮은 수비라인, 수비에 치중한 포지셔닝을 가져가야만 했고, 이에 그의 장점인 킥과 플레이메이킹이 제대로 영향력을 주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더할 수 록, 마인츠의 감독 투헬이 박주호-디아즈의 혼용을 시도하며 미드필더를 점진적 강화했고, 가이스 자신의 특징인 포지셔닝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수비부담을 줄일 수 있었고, 점차 위치가 올라가며 킥과 플레이메이킹도 살아났습니다. 시즌 막바지에는 킥과 플레이메이킹 능력을 갖춘 수비적 포지셔닝이 가능한 훌륭한 미드필더로 성장했습니다.

    가이스는 우리에게 "재능적 능력"과 "경험적 능력"이 서로 독립적으로 존재함을 말해줍니다. 그는 뤼디거 만큼 거대한 변화를 겪지 않았으며, 특정 경험을 충분한 시간을 들여 흡수 할 수 있었으며 "경험적 능력"이 발휘되었습니다. 더하여, 1부 리그에서 살아남아야하는 유망주에게 감독이란 어떤 존재인가를 말해줍니다.
  • 세번째는 엠레 찬입니다. 이 선수는 일종의 가이스의 반례이네요.

    그는 뤼디거보다 더 큰 변화를 이번 시즌에 겪은 선수입니다. 그는 올 시즌 중앙 미드필더, 좌측면 수비수, 우측면 공격수까지 사선을 그리는 포지션 배치를 부여받았고, 이는 어린 선수에게는 어마어마한 변화였습니다.

    엠레 찬이 처음부터 에고(Ego, 이기주의, 아마 이 글에서는 팀워크를 훼손하고 개인기량에 치중한 플레이의 빈도수. 정도를 의미하겠네요.) 적 플레이에 집중한 스타일이었다, 아니다를 알 수는 우리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가 극심한 포지션 변화를 겪으며 스스로 "나는 대체 어느 포지션인가, 수비수인가 미드필더인가, 윙인가, 왼쪽인가, 중앙인가, 오른쪽인가 정체성이 흐려졌을 것 같습니다.

    엠레 찬의 에고는 KPB의 그것과는 다릅니다. KPB의 에고는 그가 완숙한 플레이어인 만큼 그의 전성기 시절의 감각에 의존해야할 때를 아는 것이라면, 엠레 찬의 그것은 흐려진 정체성이 심화될 수 록 더욱더 개인플레이에 의존하는 자기보호적 심리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엠레 찬의 사례에서, 1부리그에서 성장과 생존 모두 도모해야하는 유망주에게 나쁜 감독이란 어떤 것인가를 우리에게 말해줍니다.
  • 네번째는 샬케04의 마이어 입니다.

    그의 성장은 감독 옌스 켈러의 지시와 영향이 주효했다기보다는 KPB라는 선수를 만나 자신의 성장방향이 반강제적으로 잡힌 케이스에 가깝다고 보고 있습니다.

    KPB는 샬케04에 합류하자마자 기존의 파르판 정도로 경기를 주도했고, KPB의 넓은 활동폭에 거진 도망가듯이 플레이해야만 했습니다. 마이어는 처음 이 과정에서 자신의 뒤에서 무작정 전진해오는 KPB로부터 도망가기(!!) 위해 최전방으로 전진하거나, 측면으로 빠져야했습니다.

    여기서 마이어는 자신의 작은 키와 볼터치 능력에서 기인한 활동량과 불안한 자세에서도 트래핑이 가능한 점을 살려 양측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10번 미드필더 방향으로 성장했습니다. 외질과 비슷한 스타일이 된거죠.

    마이어의 사례는 우리에게 "유망주와 함께하는 선수들이 유망주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 가를 말해줍니다. 계획되지 않은 상황과 환경에 대처하는 것도 타고난 축구 지능이라면, 마이어는 제법 괜찮은 축구지능을 갖춘 상태의 선수였고, 이것이 갖춰지지 않았었더라면 마이어는 금 시즌 저 정도로 성장하지 못했을 겁니다.

    하지만 마이어의 경우는 일종의 특례입니다. 저 선수는 영리했죠. 영리하지 않은 유망주, 선수도 있습니다. 거칠게 자란다는 건, 감독과 선수의 배려없이 자란다는 걸 의미합니다. 하지만 정해진 목표가 있고 한 경기 한 경기가 중요한 1부리그에서 한 유망주에게 온갖 배려를 해줄 수 있는 팀은 단연코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계획되지 않은 환경에 대처하는 능력"도 재능의 범주 안에 넣어야합니다.

    쓰다보니 글이 엄청 길어졌군요.
  • 귀뚜라기님께
    pedagogist글쓴이
    2014.5.16 13:44 댓글추천 0비추천 0
    허헐ㅇ러마ㅇㄻ로ㅘㅁ.. 장문의 댓글...ㄷㄷㄷㄷ


    암튼,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엠레 찬과 관계가 있는데.. 온갖 포탈에서 엠레 찬이 너무 까이길래 그게 정당한 것인지에 대해 의구심이 들었거든요. 물론, 성인무대에 데뷔하자마자 잘 하는 유망주도 있지만, 그건 극소수이고.. 상당수는 시행착오를 겪으며, 엠레 찬도 마찬가지라고 보고 있습니다.


    뭐, 저도 예전엔 어린 선수에게 축구지능에 대해 비판하기도 했지만.. 쏜이 성장하는 모양새나 위에서 말한 리카르도 로드리게스의 변화를 지켜보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 pedagogist님께
    엠레 찬은 개인적인 시선에서 안 쓰러운 선수입니다. 하지만, 이건 프로의 세계고 팀의 시점에서 볼 때 비판 받아야 마땅합니다.

    엠레 찬에 대한 의견이 갈리는 건 이러한, 시점을 어디에 두느냐로 좀 갈리는 것 같습니다.

    손흥민의 경우, 너무 빠르게 완숙했습니다. 아마, 차후 성장방향에 변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걱정인거죠.
  • 개인적으로 손흥민은 "6월에 익은 사과"입니다.

    너무 빨리 자신의 스타일이 확립되었고, 이것이 2년 동안 정체되었습니다. 아마 다른 방향으로는 정상하지 못할 겁니다.

    아마, 기회를 만드는 창의적인 플레이 부분도 차후에는 성장하지 못할 것 같지만, 센터 포워드로의 출장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불안합니다.
  • 선수는 뛰다보면 다 좋아지기 마련입니다. 힘 속도 등 피지컬적인게 우선 갖춰져야 본인에게 맞는 포지션을 찾던 하는거라... 저도 아약스 얘기 본적있는데 기술은 나중에라도 가르칠수 있으니 어찌보면 선천적인 것이 중요한게 사실이네요. 솔직히 손흥민도 저는 처음에는 그리 잘한다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스피드라는 무기가 있었고 여기에 슈팅이라던가 기술이 더해지면서 지금의 손흥민이 되었죠.

  • 늘 하위권을 전전하기는 하지만, 기아에서 드래프트로 투수를 뽑아갈 때 가장 중요시 하는 조건이 구속이죠. 윤석민도 양현종도 다 구속을 보고 데려온 애들이었고, 그 때문에 처음에는 정말 볼만 빠른 유망주에 불과했지만, 점차 제구와 볼카운트 싸움하는 법을 배워 지금만큼 성장한 거죠. (아직도 저는 신인 시절 양현종이 시범경기에서 LG를 상대로 1회에 10점인가 내주던 걸 잊을 수 없어요..)

    저는 유망주를 성장시키는 것은 변화된 상황에 대한 적응 능력이라고 생각하고, 이는 어떤 면에서 축구 지능과 유사어로 대치될 수 있겠네요. 그동안 자신이 즐겨 해오던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높은 수준의 무대에서 그 변화된 상황에 자신이 어떤 방향으로 스타일을 수정해야 할지 생각하고 결정하는 건 분명 지능적인 영역이니까요. 제가 아는 대부분의 실패한 유망주들 또한 바로 여기에서 벽을 넘지 못하고 좌초된 케이스들 같고요. 2군이나 유스 무대에서 잘 통했던 방식을 재차 반복해서 승부를 걸려고 하지만, 장점의 극대화라는 것도 전체적인 클래스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지요.
    그렇지만, 그 변화의 선택지 숫자 자체를 결정하는 것은 분명 피지컬과 기술적 능력인 게 맞습니다. 다만 저는 기술보다도 피지컬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기술은 시간이 지나면서 훈련을 통해 느리게나마 개선이 가능하지만, 피지컬은 그야말로 타고나는 것이기 때문이죠. 패싱이 약점인 선수가 하루에 천 번 패스 연습을 한다고 갑자기 토니 크로스가 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아슬란 정도까지는 성장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스피드가 안 되는 측면 플레이어에게 드리블 돌파가 주무기가 될 가능성은 없고, 피지컬이 안 되는 스트라이커가 190대의 장신 센터백들 사이에서 몸싸움으로 공간을 창출해낼 여지는 없겠죠.

  • 아아 굉장히 많이 배워갑니다. 이 맛에 분매 옵니다 ㅋㅋ
  •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실시간으로 경기장을 쿼터뷰로 내려다보는 천재들이 있다고 하며 샤비나 퍼디난드 보면 정말 그런 게 있긴 있구나 싶습니다만 보다 보편적으로 요구되는 건 좋은 경험에서 오는 차이죠. 크루이프와 사키가 훈련 과정 중 강조한 부분이기도 하구요. 무엇보다 유망주의 축구지능은 괴체처럼 독보적인 수준이 아닌 한 팬 입장에서 그 수준 여부를 따지기 어렵습니다. 또 압도적인 개인 전술에서 오는 여유를 축구 지능으로 받아들일 여지도 있구요. 바티스투타와 호마리우의 비교가 나와 한 말씀 드리자면, 저도 바티스투타를 굉장히 저평가하긴 합니다만 그와 무고?관하게 바티스투타 수준의 선수를 평하는 기준과 일반적인 유망주를 논하는 그것을 같게 보는 건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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