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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리 슈틸리케는 언론에서 말하는대로 기대할 만한 인물인가?

Raute2014.09.05 17:38조회 수 6538추천 수 2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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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ports.media.daum.net/sports/soccer/newsview?newsId=20140905100709693

당초 이용수 기술위원장이 고려한다고 했던 8가지 조건에 슈틸리케가 얼마나 부합하는가를 다룬 베스트일레븐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서는 4가지만 부합한다고 밝히고 있죠. 사실 이 기사도 잘못됐습니다. 슈틸리케는 코트디부아르에서 월드컵 예선경기를 지휘한 적이 없거든요. 슈틸리케는 아들의 투병 때문에 2008년 1월에 감독직을 사임했는데, 2010월드컵 아프리카 예선에서 코트디부아르가 치른 첫 경기인 2차예선 1차전은 2008년 6월 1일에 있었으며, 슈틸리케가 아들의 임종을 본 후 스위스로 건너가 시온의 감독이 된 게 5월 30일입니다. 즉 슈틸리케의 국제대회 지휘경험이라곤 스위스를 맡았던 유로92 지역예선(탈락)과 2008 네이션스컵 지역예선(본선 직전 사임)이 다라는 겁니다. 판 마르바이크와의 협상이 실패하자 이용수는 조건을 완화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적이 있는데 아마 이런 배경에서 이뤄진 선임이겠죠.


http://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2571098

http://sports.chosun.com/news/ntype.htm?id=201409060100067020003979&servicedate=20140905

http://www.sportalkorea.com/news/view.php?gisa_uniq=2014090510514580&section_code=10&key=&field=&cp=se&gomb=1

언론들은 슈틸리케를 전설적인 명수비수, 독일축구의 중흥을 이끌었던 유소년 육성 전문가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전자는 말할 필요도 없죠. 돈 발론 4연패를 차지한 인물은 슈틸리케와 라울뿐입니다. 4회 수상은 라울에 이은 2위, 외국인 1위입니다(돈 발론은 외국인과 스페인을 따로 주는 상으로 피구가 라리가 MVP 3연패를 차지했다고 하는 상이 바로 돈 발론 외국인 상입니다. 몇 년 전에 잡지가 폐간되면서 폐지되었습니다). 레알 마드리드를 넘어 라리가 역사상 최고의 용병 중 한 명으로 꼽힐 정도의 인물입니다. 그런데 감독으로서의 능력은 선수시절의 활약상과 명성이 담보해주는 게 아닙니다. 그렇게 따지면 디에고 마라도나는 세기의 명장이어야 하고, 주제 무리뉴는 2부리그 팀을 맡아야 할테고, 2부리그의 마인츠에서만 뛰었던 위르겐 클롭과 아르헨티나 주장까지 했던 디에고 시메오네는 비교대상조차 못될 겁니다. 슈틸리케가 선수 시절 아무리 위대한 선수였다고 한들 그게 감독으로서 선임되는데 영향을 주어선 안 됩니다. 명성 있던 선수를 감독으로 삼는 건 스타성을 이용한 마케팅 전략이거나 프랜차이즈를 불러들여와 팬덤의 집결을 꾀하거나 혹은 선수시절 쌓아왔던 인맥을 기대하는 걸텐데 지금 우리나라 실정상 슈틸리케는 해당되는 게 없습니다. 까놓고 우리나라 축구팬들 중에 슈틸리케라는 이름을 알았던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또 문제가 유소년 육성입니다. 언론들은 지금까지는 굴곡이 있었지만 독일의 중흥을 이끌었던 유소년 전문가다, 그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받고 젊은 선수를 길러내기 위한 큰 그림을 그리는 선임이라는 식으로 언급하고 있는데 과연 슈틸리케가 그런 기대에 부합하는 인물이냐는 거죠. 슈틸리케가 독일에서 맡았던 건 국가대표팀 수석코치, U-21 감독, U-20 감독, U-19 감독, 그리고 팀 2006의 감독입니다. 먼저 수석코치는 98월드컵 이후 에리히 리벡 체제에서 맡았는데 유로2000 직전에 의견 충돌로 사임하고 호어스트 흐루베쉬가 대체했습니다. 2004년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유로2000이 독일축구에 어떤 대회였는지는 다들 아실테니 생략.


2001년 슈틸리케는 U-20 대표팀을 이끌고 U-20 월드컵에 나가게 됩니다. 당시 독일은 브라질에 이은 조 2위로 16강에 진출했다가 프랑스에게 패하며 탈락. 그때 멤버 중 이름있는 선수로는 톰 슈타케, 안드레아스 힌켈, 하노 발리치, 저메인 존스, 벤야민 아우어, 크리스티안 티퍼트 등이 있습니다. 여기서 슈타케, 발리치, 티퍼트는 이전에 청대 뽑혀봤던 선수들입니다. 나머지는 불확실하네요. 슈타케, 발리치, 아우어는 주전이었고 특히 아우어는 이때의 활약으로 한때 독일 최고의 유망주로 여겨졌습니다. 티퍼트와 존스는 로테이션이었고, 힌켈은 1경기도 못 나왔습니다.


이 대회가 끝난 후 팀 2006이라는 프로젝트의 감독이 됩니다. 이건 '월드컵 개최도 확정되었는데 유로2000에서 하는 것처럼 하다간 우리 망하겠다'라는 위기의식에서 나온 프로젝트였죠. 젊고 유능한 선수들 모아다놓고 굴려서 경험을 쌓아 미래를 대비하자!라는 개념이었는데 2002년부터 2005년까지 총 10경기를 했습니다. 슈틸리케가 로베르트 엔케, 슈테판 키슬링, 페어 메르테자커 등을 키웠다는 건 이걸 두고 하는 말일텐데 문제는 슈틸리케가 지휘한 건 단 2경기가 다라는 겁니다. 그것도 홈에서 1무 1패. 2002년의 첫경기 선발명단을 보면 티모 힐데브란트, 아르네 프리드리히, 프랑크 파렌호스트, 클레멘스 프릿츠, 팀 보로프스키, 크리스토프 다브로스키, 마르쿠스 다운, 안드레아스 포스, 다니엘 비로프카 등이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이들은 전부 차이는 있어도 각급 청대를 밟고 올라왔던 선수들입니다. 독일쯤 되는 나라에서 자신들의 미래를 걸고 특별팀을 꾸렸는데 감독이 무명의 선수를 뽑아온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거죠. 파비안 에른스트, 케빈 쿠라니, 지몬 옌취 등 몇 명의 선수들이 더 있는데 이들 역시 U-21 정도는 뛰고 온 선수들입니다. 적어도 독일 위키피디아를 통해 확인했을 때 2002년의 팀 2006이 첫 대표팀 출장인 선수는 벤야민 렌제, 마틴 마이헬벡, 알렉산더 마이어 이 3명뿐입니다. 물론 마이어 말고는 1부리그급 선수로 성장하지도 못했고요.


로베르트 엔케, 마이크 한케, 슈테판 키슬링, 파트릭 헬메스, 저메인 존스, 벤야민 아우어, 마누엘 프리드리히, 페어 클루게, 지몬 롤페스, 크리스티안 겐트너, 안드레아스 오틀, 토비아스 라우, 마리오 고메스, 로만 바이덴펠러 다 슈틸리케가 떠나고 난 뒤, 그 후임자인 에리히 루테묄러가 뽑은 선수들입니다. 존스와 아우어는 위의 U-20 월드컵 멤버니까 슈틸리케가 발탁했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슈틸리케가 지휘한 팀 2006의 2경기에는 저 선수들이 없었습니다. 이어서 청소년대표팀 대회를 보면 각급 대표팀을 이거 맡았다 저거 맡았다 하다가 2번의 대회에 나갔습니다. 2004년 U-21 유로와 2005년 U-19 유로죠. 먼저 2004년의 대회는 홈에서 열렸습니다만 1승 2패로 8강 조별예선에서 탈락했고, 2005년의 대회는 2승 1패로 4강에 올라 프랑스에게 졌습니다. 이 대회는 프랑스가 우승. 그러면 멤버를 봐야겠죠.


2004 U-21 : 팀 비제, 알렉산더 마틀룽, 로베르트 후트, 미모운 아자우아

2005 U-19 : 사샤 둠, 니코 분거트, 플로리안 뮐러, 쿤리 파겐부르크


이 정도 말고는 다 기존에 뽑히던 선수들입니다. 예를 들어 노이어는 2004년에 U-18에 데뷔한 다음 U-19로 올라왔고, 케빈 프린스 보아텡은 U-15부터 밟고 올라왔습니다. 여기서 비제 말고 확실하게 국가대표급 선수로 성장한 선수는 아무도 없습니다. 마틀룽과 후트가 그나마 1부리그에서 주전자리 꿰찰 만한 선수로 성장했고, 플로리안 뮐러는 슈틸리케가 발탁한 건지는 모르겠는데 2005년에 프릿츠 발터 U-19 금메달 1호 수상자로 굉장한 기대주였습니다만 물론 바이언으로 건너간 후 완벽하게 망했죠.


잘한 거라면 2002년에 U-19 유로 나가서 준우승한 적이 있는데 여기 멤버 중 슈틸리케가 발탁했다 싶은 인물이 거의 없는 게 함정. 메르테자커가 이때 처음으로 뽑혔던 거 같긴 한데 정작 경기를 안 뛰었어요. 그나마 다비드 오돈코어? 프랑크푸르트의 마이어와는 스펠링이 다른 알렉산더 마이어라는 수비수가 있었는데 이 선수는 팀 2006 1경기 뛰고 사라졌고... 필립 람과 피오트르 트로초프스키도 이미 U-18 뛰었었고요. 그러니까 이 대회 역시 실질적으로 슈틸리케가 발굴한 선수는 몇 되지도 않고 그 선수들은 다 망했으며, 네임밸류 좋은 선수들은 이미 청대에서 이름을 드러낸 엘리트 선수들 or 슈틸리케가 뽑기만 하고 쓰지 않은 선수들이라는 거죠.


애초에 날마다 같이 훈련하고 수 년 뒤를 내다보며 미래를 준비하는 클럽 코치와 길어야 2, 3년 잠깐 같이 뛰어보고 마는 청소년대표팀 감독 중 어느 쪽이 선수의 성장에 더 영향을 줄까요. 당연히 클럽 쪽일 겁니다. 감독들이 선수들의 연령에 맞춰 로테이션 돌아가는 시스템인 것도 아니었고, 그때그때 돌아가면서 감독이 바뀝니다. 연속적으로 이어지면서 지도하는 것도 아닌데다 특히 슈틸리케는 U-20 -> 팀 2006 -> U-21 -> U-19 -> U-20으로 왔다갔다 했습니다. 청소년대표팀은 청소년대표팀일 뿐입니다. 청소년대표팀에서 스타가 나왔다고 한들 그게 곧 선수를 육성하는 재주가 있다는 뜻으로 여겨서도 안 되고, 청소년대표팀에서의 능력을 그대로 성인대표팀에서 발휘할 거라고 기대해서도 안 됩니다. 청대 감독으로 유명했던 사람이 성인팀 맡아서 무너진 사례로는 이탈리아의 피에를루이지 카시라기, 프랑스의 레이몽 도메네크가 있었죠. 그리고 슈틸리케는 청소년대표팀에서조차 인상적인 업적을 남기지 못했습니다.


http://news.donga.com/Main/3/all/20140905/66242615/1

슈틸리케가 외질과 괴체를 키웠다는 동아일보의 기사입니다. 외질은 2006년에 U-19에 이름을 올렸고, 슈틸리케는 2005년까지 U-19를 맡다가 U-20으로 옮겼고, 2006년에 U-20을 떠났습니다. 마리오 괴체는 저 때 중학생이었습니다. 축구협회의 언플인지 아니면 그냥 일단 지르고 보자는 언론의 욕심인지는 모르겠지만 참 깝깝합니다. 차라리 2008 U-19유로와 2009 U-21유로를 연거푸 우승한 흐루베쉬를 데려오면 이런 말도 안 하죠. 칠러, 노이어, 라이나르츠, 토프락, 벤더 형제, 노이어, 후멜스, 회베데스, 보아텡, 외질, 케디라, 카스트로, 벡, 아오고, 마린, 존슨, 프롬로비츠 등을 이끈 흐루베쉬는 진정 위대한 명장인 걸로.


http://www.kicker.de/news/fussball/intligen/startseite/611251/artikel_stielike-heuert-in-suedkorea-an.html

슈틸리케가 대한민국의 감독이 되었다는 키커의 보도. 선수시절 커리어를 길게 써주고, 감독으로선 DFB에서 수석코치와 유스팀에서 몇 년간 일했고, 스위스와 코트디부아르 감독 등을 하고 최근에는 카타르에 있었다고 사실 나열만 해주고 땡입니다. 슈틸리케를 독일축구의 중흥을 이끌었다는 평은 어디에서 볼 수 있을까요? 전 슈틸리케가 갑자기 대회 앞두고 사퇴하지나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미 우리는 데트마르 크라머라는 감독의 사퇴를 경험해본 적이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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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
  • 믿고쓰는 독일산이라면서 기대들 많이 하시네요.. 우리나라사람들 독일사랑이 ㅎㄷ
  • 많은 내용 알아갑니다

    우려되는 점도 있지만 그래도 이미 선임되었으니 기대걸고 응원하렵니다^^
  • 우리가 외국인 감독을 원한 기간이 길었던만큼 기대감도 같이 커지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이 경우는 기대치를 되도록 낮추어야 서로 그리 나쁘지 않은 기억을 남길 듯해요.
  • 다른 사이트에서 본걸로는 중동에서 성적도 꽤 부진하던데 선수육성만 바라보기엔 너무 부풀려진게 많고 그렇다고 감독의 전술적 역량도 보여준것도 실망스럽고 검증되지 않은 사람 데려다 로또 긁는 심정이네요.

  • 크라머의 경우는 당시 올림픽팀 총감독이라는 직책을 맡았었고 그 업무가 기술고문도 아니고 역할이 애모모호한 성격이었습니다...
    또한 감독이었던 전 동북고 감독 김삼락과 훈련방식을 두고 노골적으로 불화를 겪으며 스테프진에게 왕따를 당하는 상황이 벌어졌고 이후 크라머는 사퇴를 유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당시 외국인 지도자를 견제하는 실력없는 국내지도자들 때문에 서정원, 김병수 등 올림픽대표팀 주전선수들이 그의 사퇴를 아쉬워했습니다...
    당시 그를 쫒아낸 주도적 인물이 감독 김삼락, 코치 김호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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