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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지에 몰린 사람의 선택

LarsRicken.2017.06.14 05:45조회 수 1397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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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타우크님의 신세계 관련 글과 댓글을 보고 생각이 나서 써봅니다.


이건 문초할때 실록의 기사 입니다.


임금이 반역(反逆)한 이유를 묻게 하니, 남이가 사실대로 대답하지 아니하므로, 이에 곤장을 때렸더니 남이가 큰 소리로 말하기를,

“원컨대 우선 천천히 하소서. 신의 꾀한 일을 말하자면 깁니다. 원컨대 한 잔 술을 주시고 또 묶은 끈을 늦추어 주면 하나하나 진달하겠습니다.”
하므로, 명하여 술을 내려 주고 묶은 끈을 늦추게 하니, 남이가 말하기를,
“신이 과연 반역을 꾀하고자 하였습니다. 유자광(柳子光)과 더불어 이야기한 말이 모두 옳습니다.”
하고, 강순(康純)을 돌아보며 말하기를,
“저 이는 바로 신의 당류입니다. 지난해 9월에 세조께서 승하한 뒤에 마침 성변(星變)이 있었고 강순밀성군(密城君)과 더불어 도총부(都摠府)에 입직하였는데, 신이 가서 보았더니 곧 밀성군은 안으로 들어가고 강순이 신의 손을 잡고 말하기를, ‘바야흐로 이제 어린 임금이 왕위를 이었는데 성변이 이와 같으니 간신이 반드시 때를 타서 난을 일으킬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되면 우리들은 세조의 은혜를 받아 장군이라 이름하였으므로 반드시 먼저 화(禍)를 입을 것이니, 장차 어떻게 할 것인가?’ 하기에, 신이 응답하기를, ‘약한 자가 선수(先手)함이 가하겠는가?’ 하니, 강순이 옳게 여겼습니다. 다른 날에 강순과 더불어 같은 날 입직(入直)하였는데, 강순이 신의 숙직하는 곳에 이르러 서로 더불어 《고려사(高麗史)》를 열람(閱覽)하다가 인하여 강조(康兆)166) 가 그 임금 송(誦)167) 을 시해(弑害)하고 순(詢)168) 을 세운 것을 논하기를, ‘그때는 잘못이라고 하였으나 후세에서는 잘했다고 하니, 지금으로 보면 형세는 달라도 일은 같다.’고 하였습니다. 신이 말하기를, ‘계책이 이제 이미 정하여졌다. 장차 우리가 임금으로 삼을 이는 누구일까?’ 하고, 인하여 영순군(永順君)을 들자, 강순이 말하기를, ‘영순군과 귀성군(龜城君)은 한 몸뿐이고 그 후사(後嗣)가 미소(微少)하다. 내가 일찍이 보성군(寶城君)과 더불어 국가의 일을 말하였는데 보성군이 탄식하지 아니함이 없었고, 그 아들 춘양군(春陽君)이 세 번 우리 집에 왔다가 갔으므로 이도 또한 마음에 없는 것이 아니니, 우리들의 계책으로는 이만한 것이 없다. 그 뒤에 우리들이 공을 이루고 물러가 쉬면 사람들 가운데 누가 옳지 못하다고 하겠는가?’ 하였습니다. 다른 날에 강순이 다시 말하기를, ‘성상께서 일찍이 여러 재상을 인견하고 산릉(山陵)의 길흉(吉凶)을 물었는데, 내가 천어(天語)169) 의 정녕(丁寧)함을 들으니 참으로 명철(明哲)한 임금이다. 어떤 간신이 있어 그 사이에 틈을 내겠는가? 우리 무리는 마땅히 마음을 달리하지 말고 힘써 도울 뿐이다.’ 하였습니다. 또 먼젓날 성상께서 풍양(豊壤)에 거둥하여 산릉 터를 보고 종친·재추들과 더불어 길흉을 논할 때에 강순이 신에게 눈짓하여 말하기를, ‘내가 일찍이 말하지 아니하던가? 너도 천어(天語)를 들었느냐?’라고 하였습니다.”
하고, 장차 또 말을 하려는 듯하더니 유자광이 뒤에 있는 것을 보고 마침내 다시 말을 하지 아니하였다. 강순에게 물으니, 강순이 숨기므로, 곤장을 때렸더니 강순이 말하기를,
“신이 어려서부터 곤장을 맞지 아니하였는데, 어찌 참을 수 있겠습니까? 남이의 말과 같습니다.”
하였다. 취초(取招)하도록 명하니, 강순이 붓을 당겨 즉시 이름을 쓰지 아니하고 남이를 돌아보며 꾸짖기를,
“내가 어찌 너와 더불어 모의하였느냐?”
하니, 남이가 말하기를,
“영공(令公)이 말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는가? 나와 같이 죽는 것이 옳다. 또 영공은 이미 정승이 되었고 나이도 늙었으니 죽어도 후회가 없을 것이나, 나 같은 것은 나이가 겨우 스물 여섯인데 진실로 애석하다.”
하고, 한탄하기를,
“영웅의 재주를 잘못 썼구나!”
하였다. 강순이 곧 복초(服招)하였고, 또 당여(黨與)를 물으니 강순이 없다고 말하였다. 장신(杖訊)하기를 명하자 강순이 말하기를,
“신이 어찌 매질을 참을 수 있겠습니까? 만약 좌우의 신하를 다 들어서 당여라고 하여도 믿겠습니까?”
하므로, 남이에게 강순의 당여를 물으니, 대답하기를,
“신도 알지 못합니다. 다만 강순이 일찍이 말하기를, ‘홍윤성(洪允成)은 기개(氣槪)가 활달하여 더불어 일을 의논할 만한 자라.’ 하고는 말을 하려고 하다가 말하지 아니하였습니다. 강순이 또 말하기를, ‘본향(本鄕) 보령(保寧)의 군사 가운데 당번(當番)으로 서울에 있는 자가 1백여 인(人)인데, 만약 때에 임하여 말하면 반드시 따를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남이에게 난을 일으킬 계획을 물으니, 대답하기를,

창덕궁·수강궁 두 궁은 얕아서 겉으로 드러나 거사(擧事)할 때에 바깥 사람이 알기가 쉽기 때문에 산릉에 나아갈 때에 사람을 시켜 두 궁을 불지르게 하고 성상이 경복궁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려서, 12월 사이에 신이 강순과 더불어 일시에 입직(入直)하기를 약속하여, 신은 입직하는 겸사복(兼司僕)을 거느리고, 강순은 입직하는 군사를 거느리고 거사하려고 하였습니다.”
하였다. 또 당여를 물으니, 남이민서(閔敍)·변영수(卞永壽)·변자의(卞自義)·문효량(文孝良)·고복로(高福老)·오치권(吳致權)·박자하(朴自河)·조경치(曹敬治) 등을 하나하나 들어서 헤아리고, 모의에 참여시키려고 하다가 미처 말하지 못한 자가 20여 인이라고 하였다. 조경치를 나치(拿致)하도록 명하여 곤장 30여 대를 내려 고신(?訊)하여도 불복하였다. 다시 남이에게 물으니, 남이가 말하기를,
“신이 만약 말을 하고 조경치가 다만 ‘저 말이 옳다.’고 하면 믿을 것이 못되고, 조경치가 스스로 말하여 신의 말과 같은 뒤에야 믿을 수가 있습니다.”
하므로, 다시 조경치를 매질하니, 그 말하는 바가 과연 남이의 말과 같았다. 남이가 말하기를,
“주상께서 성명(聖明)하신데 신이 복(福)이 적어서 이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또 신과 강순은 모두 일등 공신(一等功臣)이니, 원컨대 원방(遠方)에 유배(流配)하든지 아니면 죽음을 내리소서.”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네가 이와 같을 것을 알지 못하고 모반(謀反)하였느냐?”

하고, 곧 백관을 모으도록 명하여, 강순·남이·조경치·변영수·변자의·문효량·고복로·오치권·박자하를 저자에서 환열(?裂)170) 하고 7일 동안 효수(梟首)하게 하였다


태종 이방원의 딸의 손자라는 고귀한 혈통에 세조의 신임을 받아 예종 즉위년에 20대의 나이에 병조판서에 오른 남이입니다. 기존 권신들과 사이도 안 좋았지만 무엇보다 예종에게 상당한 위협이 되었기에 반역죄로 고문 받고 거열형으로 죽죠. 여기서 문초 당할때 남이의 모습을 실록에서 보면

1. 넌 역모의 마음을 가졌다. 2. 아니다. 

이후 고문등을 통해 3. 그렇다. 하려고 했다.로 번복하게 됩니다.(이게 위 실록의 기사) @@그러고 강순을 끌어 들입니다.@@(실제로 강순은 남이와 함께 여진족과 싸운 전우기도 한데 이미 정승급 위치에 무엇보다 여든 가까운 나이로 반역을 일으켜도 이득이 될것을 찾기 힘들죠.) (이후 강순도 함께 처벌 당합니다.)

즉 억울하고 분에 받혀서 소위 물귀신 작전으로 다 죽자 이런 마음으로 끌어들이는 거죠. 일각에선 한명회도 끌어들이려 했다 하는데  이건 제가 못 찾았습니다.


이야기가 길어 졌는데 제가 하고 싶은 말씀은 사람이 궁지에 몰리면 누군가는 항소이유서를 쓸 수도, 누군가는 변절하기도 ,누군가는 물귀신작전을 쓸 수 도 있는등 어떤 행위도 할 수 있다가 결론입니다. 다만 그 당시 그 인물이 처했을 감정을 생각해보면 안타까울때가 많죠. 우리도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살면서 궁지에 몰릴때가 있기도 하고요. 개인도 조직도 사회시스템도 누군가를 한계까지 모는 일이 적어지길 기원합니다. 


역알못이 쓴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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