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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의 재능과 맞지 않은 전술은 패배를 불러온다.

angrydog2012.06.30 00:37Views 8391Votes 17Comment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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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전에 뢰브 감독은 '피를로는 막지 않는다' 라고 말했는데,

막상 경기때 토니 크루스를 투입시켰습니다.

하지만 경기를 다시보니 크루스는 진짜로 피를로를 막기 위해 투입된 선수인가? 하고 의문이 들더군요.


최후방에서 수비수로부터 볼을 받고 움직이는 피를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선수는 고메즈와 외질
크루스는 측면에 서있습니다.


볼을 전달받기 위해 움직이는 피를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선수는 고메즈
하지만 이 장면에서 고메즈는 롱패스를 받기 위해 점프한 직후라 피를로를 마크하지 못합니다.
강백호가 아닌 이상 점프 착지후에 바로 뛰기는 힘들지요.


방해없이 볼을 받은 피를로, 왼쪽 풀백으로 나온 키엘리니가 손을 들며 뛰어갑니다
아무도 키엘리니를 보는 선수가 없군요.
정확히는 크루스가 마크해야될 선수지만, 측면에 익숙하지 않은 크루스는 중앙에 머물러 있다 이 움직임을 놓칩니다


피를로의 정확한 롱패스는 키엘리니에게 전달됩니다.
키엘리니의 주변 공간이 허허벌판입니다.
이후 이탈리아의 공격은 실패하지만, 독일은 몇분 뒤 이런 키엘리니를 내버려둔걸 뼈저리게 후회하게 됩니다


다시 이탈리아의 공격전개입니다. 피를로를 괴롭히는 선수가 없군요.


피를로가 볼을 받고 움직이자 토니 크루스가 달려듭니다만, 늦습니다.
피를로는 무난하게 공을 우측 측면으로 돌리며 빌드업을 진행합니다
이런 일련의 장면은 몇번이고 반복됩니다. 피를로는 이전에 치룬 경기들과 마찬가지로 자유로웠습니다.


다시 이탈리아의 공격장면입니다.
카사노로부터 볼을 받은 몬톨리보가 좌측면 깊숙히 침투하는 카사노에게 다시 볼을 줍니다.
이 장면에서 눈여겨볼 곳은 중앙입니다.
중앙에서 데로시와 피를로가 마실나가듯이 평화롭게 전진하고 있습니다.


카사노가 중앙까지 들어온 데로시에게 패스를 내줍니다.
이 평범한 패스를 데로시가 힐킥으로 환상적인 패스를 피를로에게 연결합니다
느슨한 압박이 환상적인 패스 플레이를 불러온 셈입니다.


패스를 받은 피를로, 우측으로 발자레티가 뛰어가고 완전히 공간이 비어있습니다.
만약 이 패스가 연결되면 엄청나게 위험한 장면이 연출됬을지도 모릅니다만,
다행히 피를로는 중거리 슛을 시도했고, 육탄방어에 막혀 공격은 실패합니다.


실패이후 바로 다시 이탈리아의 공격입니다.
전방 박스라인까지 갔던 피를로가 어느새 다시 내려와 볼을 받습니다.
독일 선수들은 적극적인 전방 압박을 펼치지 않습니다.


몇번 두리번거릴 정도로 자유로운 피를로는 단숨에 롱패스를 날립니다.


이 롱패스는 발로텔리가 받습니다만, 불안정안 첫터치로 인해 훔멜스에게 막힙니다.
하지만 터치가 제대로 이루어졌다면 충분히 위협이 될만한 장면인건 분명했습니다.


이 장면은 독일과 비교되는 장면입니다.
수비수 바트슈트버가 공을 받자 4-3-1-2의 꼭지점 미드필더로 나온 몬톨리보가 적극적으로 달려들어 전방압박을 펼칩니다.
경기의 MOM은 발로텔리였겠지만, 수훈갑은 사실 몬톨리보의 몫입니다. 몬톨리보는 이 경기에서 몇번씩이나 헌신적인 플레이를 펼쳤습니다.


이후 독일의 '위협적이지만 소득없는' 공격이 반복됩니다.
이때 선제골이 터졌으면 어땟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탈리아의 공격입니다. 볼을 전달받은 몬톨리보, 외질이 적극적인 압박을 펼치자 볼을 피를로에게 돌립니다.


피를로는 중앙으로 전진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외질이 다시 적극적으로 마크하자, 한템포 쉬어서 뒤로 물러섭니다.


피를로가 라인 바깥으로 떨어지자 다시 마크하는 선수가 아무도 없습니다.
피를로는 결정적인 롱패스를 날립니다.


피를로의 이 결정적인 롱패스는 전반 2분경과 같이 허허벌판을 묵묵히 달려온 키엘리니가 받습니다.
마크하는 선수가 없었기에 편안하게 달려와서 안정적으로 받습니다.


카사노가 측면 바깥으로 공을 받으러 와주고 키엘리니는 카사노에게 공을 내줍니다.
훔멜스가 카사노를 뒤따라가지만 환상적인 턴동작에 회전문같이 돌면서 공간을 내줘버리고


카사노의 크로스에 발로텔리의 첫 골이 터집니다.
훔멜스가 벗겨지자 당황한 바트슈트버가 순간적으로 커버를 가야하나 생각하다 발로텔리의 움직임을 놓쳐버렸습니다.


이후 뢰브의 지시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크루스와 외질이 자리를 바꿉니다.
크루스는 피를로를 마크하고 외질은 측면쪽으로 빠집니다


하지만 크루스는 박지성과 같이 모기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합니다.
공을 돌린 피를로는 오히려 크루스를 버려두고 전방으로 쇄도해서 슈바인슈타이거를 압박합니다.


그러니 이는 되려 독일 역습의 찬스를 불러옵니다.
피를로의 전방압박으로 비어있는 공간을 파악한 케디라가 볼을 잡고 달립니다.
이날 케디라의 활동량만큼은 마테우스가 부럽지 않습니다.
(하지만 슛팅은 마테우스가 부럽...)


케디라는 적토마처럼 달리지만 그림자처럼 따라온 몬톨리보의 태클에 막혀 역습이 중단됩니다.
크루스가 적극적으로 리바운드 볼을 따내기 위해 달려들면 어땟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 장면입니다.


독일의 공격실패 이후 이탈리아의 공격입니다.
공을 받은 몬톨리보, 키엘리니의 상황과 마찬가지로 앞 공간이 훤히 비어있습니다.


공격에 나선 이후 복귀하던 훔멜스가 뒤늦게 몬톨리보를 압박하지만,


늦었습니다. 몬톨리보의 킬패스는 발로텔리에게 전달되고,
독일의 수비진은 역습 한방에 무너집니다.


ㅠㅠ


이후 경기 장면은 따로 뽑아내지 않았습니다.

전 여기서 경기가 이미 끝났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독일은 이탈리아보다 이틀이나 더 쉬었고, 이탈리아는 연장전이라는 혈투를 치루고 올라왔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활동량이 더 많았던건 이탈리아 선수들이었습니다.

데로시와 마르키시오가 체력적으로 컨디션이 안좋은 모습을 보였습에도 불구하고

중원을 장악하지 못한 시점에서 이미 독일은 패배한거나 다름없다고 생각됩니다.

뢰브가 크루스를 왜 투입했는진 모르지만, 크루스는 이 경기에서 자신의 재능을 반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피를로를 적극적으로 마크한것도 아니고, 공격적이고 클래시컬한 게임운영을 가져간것도 아니고, 이도저도 아닙니다.

오히려 크루스의 측면투입이라는 악수는 오른쪽 라인 붕괴라는 참사를 불러왔습니다.

그리고 그 원인은 선수의 재능과 맞지 않은 전술을 강제로 입혔기 때문입니다.

1966년 월드컵 결승전에서 헬무트 숀 감독은 베켄바워에게 보비 찰튼 전담마크를 지시했고,

그 결과 보비 찰튼이라는 미끼에 낚여 월드컵에서 단 1골도 기록하지 못했던 제프 허스트에게 헤트트릭을 당하는 굴욕을 맛봅니다.

1970년 월드컵 8강에서 잉글랜드와 조우했을때도 숀 감독은 다시 고집을 부렸고,

지지부진한 경기로 인해 4년전과 마찬가지로 2골을 먹히고 리드당하게 되죠.

이후 찰튼이 교체되고 나서야 베켄바워는 족쇄가 풀려, 그 천재적인 재능을 그라운드에 표출하고

통렬한 중거리슛으로 추격 선제골을 터뜨려

독일은 후반 막판 동점, 연장전 역전골로 승리하게 됩니다.

축구 역사상 손에 꼽는 재능인 베켄바워조차 맞지 않는 전술을 입었을때 엄청나게 무력해지는데,

어린 토니 크루스는 어떠하겠습니까...

글을 마치 크루스가 패배의 원흉이라고 써논 제가 이런 말을 하면 이상할지 모르지만

전 뢰브 감독이 패배의 원흉이라고 생각됩니다.

선수가 감독에게 항명하지 않는 이상 감독이 시키는대로 하는수 밖에 없습니다.

체스말을 다루는 이가 '룩'에게 '나이트' 역할을 부여하고 플레이하면, 제대로 플레이가 되겠습니까?
폰에게 먹히지나 않으면 다행이지요

조심스러운 이야기입니다만, 독일은 전술적으로 이탈리아를 아직까지 따라잡지도 못했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저런 고집과 아집이 반복된다면, 어쩌면 영영 전술의 아주리를 잡는 광경을 보지 못할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98 참사 이후 독일은 개혁을 시도하면서 변화를 추구했습니다.

그 개혁의 햇빛을 쬐며 자라난 세대가 지금 독일 국가대표 선수들이죠.

개혁을 해서 변화를 추구했으면 확실하게 변화해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선수들에게만 변화를 요구 하지말고, 위에 있는 모든이들부터 스스로 변화하는 모습을 좀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전술은 선수의 재능을 꽃피게 해줘야지 희생양이 되게해선 안됩니다.

그건 전술이라 부를 수 없으며, 그저 패배만을 불러올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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