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디 푈러는 유로1992에 독일 주장으로 참가하지만 개막전에서 부상으로 교체당한 뒤 1경기도 뛰지 못합니다. 이미 서른을 넘긴 나이였던 푈러는 92년 10월 멕시코전을 끝으로 대표팀에서 은퇴하고 클럽에 전념합니다. 그러다 1994월드컵을 앞둔 5월, 푈러는 아일랜드전으로 복귀신고를 합니다.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인 34세의 노장이었고, 몸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일단 후반 교체투입으로 쓸 거라고 했습니다만 그럼에도 많은 독일인들은 푈러의 복귀를 반겼습니다. 푈러는 조별리그 2경기인 스페인전에서 낯선 13번을 달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16강 벨기에전, 푈러는 마침내 선발로 나와 2골 1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독일을 8강으로 이끕니다. 실수 없이 완벽한 경기는 아니었습니다만 공백기간이 긴 34세로선 대단한 활약이었고 독일 축구계는 푈러가 월드클래스의 모습으로 돌아왔으니 이번 월드컵 해볼만하다고 난리가 납니다. 뭐 결과는 다들 아시다시피 8강에서 무더위를 견디지 못하고 불가리아에게 3분만에 2골 허용하며 무너집니다만.

푈러는 불가리아전을 끝으로 다시 대표팀을 떠나고, 벨기에전은 푈러가 독일 대표팀에서 보여준 마지막 불꽃으로 남습니다. 다만 클럽에서는 레버쿠젠으로 이적하여 인상적인 활약을 선보이고 은퇴하죠. 단 2시즌인데도 레버쿠젠 역대 베스트11에 단골손님으로 뽑힐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