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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뚜라기의 리그 리뷰] 클롭의 발목 잡은 도르트문트의 악순환 - 10R 뮌헨 vs 도르트문트

귀뚜라기2014.11.02 09:45조회 수 5300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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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클롭의 융통성으로 만들어낸 전반전의 우위



도르트문트의 클롭 감독은 좋은 의미에서건 나쁜 의미에서건 "게겐프레싱 원패턴 축구" 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습니다.


사실, 도르트문트가 현재 노골적인 역습 전술을 상대할 때는 1선에서의 결정력 부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에 "게겐프레싱이 어떻고 저떻고"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미드필더 싸움"을 전재로하는 축구가 "미드필더 싸움을 해주지 않는다"는 것부터 꼬여버리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바이에른 뮌헨은 "미드필더 싸움"을 해주지만, 도르트문트에게 "미드필더 싸움"에서 마냥 지는 팀은 아닙니다. 도르트문트가 챔피언스리그에서 만난 아스날, 갈라타사라이 같은 팀들 보다, 아니 어쩌면 유럽에서 가장 도르트문트를 잘 아는 팀이 바로 바이에른 뮌헨이니까요.


도르트문트는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고, 뮌헨은 3-4백 혼용 전술을 완벽에 가깝게 소화해내면서 최고조의 상태였습니다. 더욱이 경기는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렸죠.


따라서, 도르트문트의 클롭은 과감한 선택을 합니다. 언제나 그래왔듯, 4-2-3-1 포메이션을 쓸 것처럼 위장하고 경기에 임했지만


막상 나온 건 4-3-3-0에 가까운, 0톱. 무톱 전술을 해버립니다. 어느 누구도 최전방에 자리잡지 않았고, 3명의 공미, 로이스, 카가와, 오바메양의 역습력. 더 정확히는 오바메양이 우측면으로 달려가는 스피드를 노골적으로 이용합니다.


동시에, 최전방 압박을 포기하고 2-3선 압박에 집중함으로서 뮌헨의 지공을 무력화시키려 노력합니다. 물론, 이 과정이 순탄하진 않았지만 바이덴펠러가 최근 부진을 말끔히 잊은 연이은 선방 덕분에 전반전 무실점으로 이끌고 갈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도르트문트 식 노골적인 선수비 역습전술"은 사실 제가 "진정한 게겐프레싱"으로 표현하는 도르트문트의 "원패턴" 축구는 아닙니다.


최전방, 정확히는 상대 3선. 저 노골적으로는 "사비 알론소가 아예 공 조차 못 잡는 것을 노리는" 모습을 보여주진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도르트문트가 여타 자신들을 물 먹이던 패턴을 그대로 뮌헨에게 성공시키며 전반전을 1:0으로 마치게 됩니다.


적은 기회의 찬스와 도르트문트 자신들에게 낯선 축구였지만 전반전 45분만 놓고보만 그들은 진짜 훌륭하게 전반전 파이트플랜을 수행했습니다. 이것만으로도, 그 동안 클롭 감독에게 "융통성이 없는 것 아니냐" 하는 평가는 사라지기 충분했습니다.


여기까진 완벽했는데. 클롭이 아무리 뛰어난 기량을 발휘했고, 선수들이 이를 훌륭히 수행했다하더라도


그곳은 알리안츠 아레나였고, 벤치에는 리베리가 있었습니다.




#2 리베리



사실, 저러한 "도르트문트식 선 수비 역습 전술"은 도르트문트 자신들에게도 낯선 축구의 형태입니다. 따라서, 저 축구는 45분을 어떻게 해결해줄 수 있을 지언정 90분을 책임져주진 않습니다. 도르트문트가 저 전술을 꾸준히 해온 것이 아니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르트문트는 저 전술에 매달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정말 어쩔 수 없었어요.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기용되어야할 임모빌레와 아드리안 라모스는 순수한 기량저하이건, 적응의 문제건 그 시점에서 쓸 수 있는 선수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바이에른 뮌헨은 달랐죠. 나이가 36이지만 어쩔 때는 레반도프스키보다 더 확실한 스트라이커로서의 존재감이 있는 피사로도 있었고, 무엇보다 리베리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후반전 들어가면서 도르트문트의 변칙 전술에 익숙해진 뮌헨 선수들이 알론소와 센터백을 제외한 전원이 전방 공간을 메꿔버림으로서 꾸준히 유효슈팅을 기록했습니다. 2-3선 공간싸움에서 뮌헨이 서서히 우위를 점하고 있었고, 3인의 역습에 이따금씩 참여하던 두 풀백과 므키타리안은 수비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전개로 흘러갔습니다. 그리고, 역습 기회는 다시 오지 않았어요.


그리고 리베리가 들어옵니다.


"따라서" 경기가 끝납니다.


순수하게 전술이 어떻고 뭐가 어쨌고를 떠나 그냥 머릿수와 힘으로 밀어버린 것에 가깝습니다. 리베리의 스루패스를 수보티치가 차단한다는 것이 레반도프스키의 발 밑으로 갔고, 레반도프스키가 이걸 원터치로 처리함으로서 그대로 골로 연결이 됩니다.





#3 클롭의 빗나간 교체 선택



수보티치는 어쩔 수 없는 교체였습니다. 훔멜스가 부상의 조짐을 보인 상태였고, 당연히 수보티치가 들어가야했습니다. 긴터보다 확실한 수비수였으니까요.


수보티치를 이야기하고 싶은게 아닙니다.


경기가 1:1이 되었고, 더 이상의 역습 찬스는 효과적이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클롭은 "막기에 급급한 경기"만큼은 끌고가고 싶지 않았고, 철저히 "2-3선 싸움에서 우위를 점해야한다"는 생각으로 임했습니다.


그래서 들어온 것이 카가와 <-> 그로스크로이츠, 오바메양 <-> 라모스 입니다. 귄도간이나 긴터로 더욱더 수비적으로 움츠러드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2-3선 싸움을 계속 유도해야한다."는 의도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클롭은 자신이 준비해온 변칙 전술로 90분을 꽉꽉 채울 생각이었던 겁니다.


그리고 수보티치가 다시 실수를 범하며 경기가 2:1이 됩니다. 경기는 사실상 이렇게 끝이 납니다.




경기가 끝나고 모리님과 많이 대화를 해봤습니다. 뭣보다 이 경기는 "데어 클라시커"였으니까요. 순위 1위 vs 순위 16위의 싸움은 확실히 아니었습니다.


"어째서 클롭 감독이 더욱 수비적인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에 대해서 모리님이 간단한 답변을 해줬습니다. 그리고 이게 맞는 답인 것 같습니다.


도르트문트는 어느 누구보다 승리를 필요한 팀이었습니다. 설령 상대가 바이에른 뮌헨이건, 그곳이 알리안츠 아레나건, 너무나도 승리가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역사적인 부진, 시즌이 1/4가 지났음에도 팀의 순위는 16위. 이미 리그 우승은 물건너갔고 준우승도 아닌 4위권 진입을 노려야하는 상황에서 


"수비적으로 굳혀 무승부를 노린다." 는 선택지를 클롭 감독이 선택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클롭 감독의 상황은 지난 9라운드 파브르 감독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인 겁니다.


파브르 감독은 경기 전에도, 경기가 흘러가는 중에도, 마음이 편했습니다. 비겨도 된다. 비겨도 이긴거나 진배없다는 마인드를 파브르 감독은 가질 수 있었습니다.


자신들의 홈에서 점유율을 33%만 가져갈 정도로 소극적이고 노골적인 역습전술을 선택했고, 바이에른 뮌헨에게 많은 슈팅을 허용했습니다. 그래도 그들은 마음을 편하게 먹을 수 있었어요. 2위니까. 상위권에 있으니까. 이대로만 간다면 내년 챔피언스리그를 갈 수 있으니까.


클롭 감독은 그러지가 않았던 거에요. 앞서나가던 경기가 1:1 동점이 되었어도 클롭이 선택한 교체는 공격수를 새로운 공격수로 바꾸는 교체였습니다. 


그곳이 알리안츠 아레나였고 자신들이 언제 실점 당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롭은 승리를 노렸습니다.


2승 1무 6패였으니까. 승점이 7점밖에 없으니까. 순위가 16위니까. 자신들의 목표는 우승, 적어도 준우승이었으니까. 1점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까요.


클롭은 무승부를 노리지 않았어요. 패배하는 일이 있더라도 승리를 노렸습니다.


그래서 패배했습니다. 도르트문트는 졌어요. 


승리를 향한 갈망은 프로의 필수조건이긴하지만, 어쩔 때는 조금 물러날 줄 알아야할 때도 있는 겁니다. 리베리가 들어오면서 바이에른 뮌헨 쪽으로 완벽히 흐름이 바뀌었고, 이를 뒤집을 수 있는 카드가 도르트문트 쪽에는 없었어요.


축구든 승리든 뭐든, 놓아줄 때를 알아야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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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줄 요약


1. 클롭의 깜짝 무톱 전술로 1:0


2. 사기 유닛 리베리, 벤치 막강 뮌헨


3. begin again, and know when to let go "다시 시작하되, 놓아줄 때를 알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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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
  • 귀뚜라기글쓴이
    2014.11.2 09:47 댓글추천 0비추천 0
    뉴베가스. 좋은 게임이죠.
  • 돌문이 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한이 있어도 어떻게든 이기겠다는 식의 도박을 했는데 실패했다...그런 말씀이시군요
  • 진작에 괴체를 빼고 리베리를 넣어야했었는데..ㅠ ㅠ 그래도 이겨서 다행.

  • 클롭의 교체는 그동안 감독 성향으로 봤을때는 충분히 예상된 교체였는데 ㅋ

    이경기에 놀란거는 저는 펩이었어요

    보통 돌트에게 선제골 먹고 무리한 라인조정이나 공격적인 전방 전술로 뒷공간을 내주면서 무너진 경기가 한두경기가 아니었고ㅠ


    그래서 최근 패턴이 전반에 승기를 잡는 감독이 가져가는게 보통의 패턴이라
    사실 감독 대결에서는 전반에 클롭이 펩을 이겼다고 봐서 돌트의 승리로 끝나거나 적어도 역습에서 고생할줄 알았는데


    수비라인을 적절하게 조정하고 특히 이날 알론소가 빌드업에서 상당히 애를 먹었지만 공을 차단 후 역습하는 돌트의 빌드업 형태
    중 하나인 므키타리안의 전진 드리블을 파울이나 몸싸움 견제로 역습 위험성을 최소화 하면서 극복한 모습이 좋았어요


    특히 이런 패턴의 경기에서 보통 뮌헨이 항상 상대의 역습시에는 수적 열세에 시달렸는데 이날 만큼은 로이스나 오바메앙 카가와로 오는
    공을 차단 못한경우에도 베나티아와 보아탱의 라인이 적절하게 견제할수 있는 라인으로 구축되어 있고 여기에 알론소가 후반부터 많이 올라서지 않으면서
    측면자원들이 수비가담할 시간을 만들어준 점도 저번시즌보다 개선점으로 보였는데


    돌트 입장에서는 이제 더이상 선수들의 질이 수적열세 상황을 반전시켜줄만 한 카드가 없는 느낌이라
    특히 로이스가 컨디션이 좋지못한게 ㅠ


    거기다 선수들의 체력적인 저하가 눈에 뛰게 보이는 부분이 앞으로 주중 챔스와 묀헨 글라드바흐전을 어둡게 만드는 아킬레스건인거 같네요 ㅠ

  • 오늘 경기보면서 확신한건데 펩은 강팀과의 경기에서 3-4-3을 쓰는군요. 하노버전 같은 예외가 있긴 하지만 맨시티, 로마, 도르트문트전 모두 3-4-3 그리고 모두 단테 대신 베나티아선발....
  • 저 수비 3의자리에 왼쪽은 알라바 이외에 누구도 펩마음에 안들것 같네요 센타백,풀백,윙백,중미 살짝 왼쪽으로 치우친 타입에 리베로인듯.... 전성기 바르샤의 아비달(물론 다른스타일이지만) 생각이 나더군요.

  • 제리님께
    펩 쓰리백에서 어떻게 보면 보아텡보다 확실한 자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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