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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새벽, 드라마 같은 각본으로 함부르크의 잔류를 확정지었던 칼스루헤 vs 함부르크 전 경기를 마지막으로, 분데스리가의 14/15 시즌은 끝났습니다.
많은 국내 포털사이트에서 각 기자 나름대로의 금 시즌 리뷰글이 나왔고, 아침부터 많은 기사들을 봤습니다.
대부분의 기사들은 "코리안리거"를 중심으로 서술된 편중된 소식들과 경기 결과와 골 만을 주목한 내용들로 채워져있었고
찾을 수 있는 리그 리뷰글들을 다 읽었을 때는 과연 이들은 나와 같은 경기를, 시즌을, 리그를 본 것인지, 의문이 들었고
그리고 결정적으로 하나 같이 비슷한 내용들로 채워져있었다는 걸 알았을 때, 이 글을 쓸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내 유명 포털사이트에서 본 글에서는 "라이징스타"라는 어감만 그럴싸하지 정확히 어떤 선수를 지칭하는 건지도 모를 단어로 몇몇 선수들을 포장했고
그 기사를 본받아, 저도 저 "라이징스타"라는 단어를 중심으로 금 시즌 리뷰를 해보려합니다.
본 글에서 정의하는 "라이징스타"라고 함은, "시즌 전 기대치보다 우월한 활약을 보낸 14/15 시즌 선수들"을 의미하며
각 팀에서 1명 씩 꼽고자합니다.
물론 저 "기대치"와 "활약"이라는 것은 주관의 영역이고, "어? 이 선수가 왜!?" 하는 선수가 분명 있을 겁니다. 그런 선수들에 대해서는 댓글로 신나게 이야기해봅시다.
순서는 시즌 1위부터 18위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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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바이에른 뮌헨 : 후안 베르냐트 -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분데스리가 데뷔 시즌
금 시즌 분데스리가의 MVP는 아르엔 로벤입니다. 그리고 개인적인 MVP는 중앙 미드필더로 완벽한 모습을 보여준 다비드 알라바였지만,
저 두 선수들은 애당초 기대치가 충분히 높은 선수들이었음을 부정할 순 없습니다. 저 선수들은 이미 올라갈대로 올라가버린 기대치를 부응해 준 것에 불과(!)합니다.
후안 베르냐트는 달랐죠. 이번 시즌 발렌시아에서 온 왼쪽 풀백은 부상으로 많은 이탈을 한 리베리의 공격적 공백을 메꿔야만했고, 분데스리가 넘버 1 왼쪽 풀백 다비드 알라바와 직접적인 비교를 당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었습니다.
어느 선수가 와도 부담될 수 밖에 없는 환경이었고, 어느 선수가 와도 의심의 눈초리를 받을 수 밖에 없는 환경에서 후안 베르냐트는 바이에른 뮌헨의 좌측 공격을 주도하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습니다.
비슷한 환경에 있던 선수들은 많습니다. 크로스와 비교받는 알론소, 마찬가지로 첫 시즌이었고 성공적인 시즌을 보낸 로데, 또 다른 최고의 스트라이커 만주키치와 비교받는 레반도프스키.
하지만 그 중에서 베르냐트가 가장 꾸준하고, 잘했다고 평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리베리가 없는 바이에른 뮌헨의 좌측면 공격력의 선봉장이었다는 점에서요.
2위 볼프스부르크 : 비에리냐 - 성공적인 포지션 변경으로 분데스리가 최상위권 우측풀백으로 자리매김
금 시즌 볼프스부르크의 최고의 선수는 이견없이 케빈 데 브뤼네입니다.
전방위 미드필더에 재능을 보인 아놀트와, 득점포를 연거푸 쏘아내며 우리를 깜짝 놀라게한 도스트, 최고의 풀백과 데드볼스페셜리스트를 겸하는 로드리게즈를 들이밀어도,
10골 21어시스트라는 난폭하기 그지없는 기록 앞에서는 어쩔 수 없습니다. 1년 전에 했었던 "아론 헌트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데 브뤼네는 윙으로 빠질 수 있다!"는 예상이 지금 시점에선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상상입니까.
하지만 케빈 데 브뤼네는 13/14시즌 겨울 이적시장 때 충분히 많은 이적료를 지불하고 볼프스부르크에 와서, 지금처럼 괴물같은 스텟을 쌓진 않았지만 충분히 좋은 활약을 꾸준히 보여주고 있었고, 디에구가 떠난 볼프스부르크의 에이스로 자리매김을 마친 상태였습니다.
따라서, "기대치가 덜 했다는 점"에서 볼프스부르크의 라이징스타는 비에리냐입니다.
금 시즌 초, 볼프스부르크는 공격수와 우측 풀백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었고, 루카쿠, 모라타와의 이적설로 시끄럽기 그지 없었고, 불완전한 우측 풀백 자리를 메꿀 주인공으로 프랑크푸르트의 세바스티안 융을 데려왔습니다. 그리고 실패했죠.
지금 융 자리에는 비에리냐가 있습니다. 크로스와 돌파가 훌륭한 고전적인 클래시컬 윙어라는 평가를 받던 포르투갈의 윙어는 지금 다소 수비가 불안했었다는 점을 제외하고, 다양한 크로스로 공격루트를 만들어내는 금 시즌 최고의 풀백이라는 찬사를 받습니다.
금 시즌 볼프스부르크의 MVP는 케빈 데 브뤼네가 맞습니다. 그럼 이번 시즌 분데스리가 최고의 우측 풀백은 누굴까요?
금 시즌 비에리냐 말고 존재감이 확실한 우측 풀백이 누가 있었죠?
3위 묀헨글라드바흐 : 얀 좀머 - 망아지는 테어 슈테겐을 그리워 할 틈이 없었다.
묀헨글라드바흐는 이번 시즌을 가장 먼저 준비한 팀입니다. 슈투트가르트의 스피드 드리블러 트라오레와 아우구스부르크의 에이스 안드레 한, 형과 마찬가지로 벨기에의 재능으로 평가 받던 토르강 아자르, 호펜하임에서 폭발적인 공격력을 보여준 우측 풀백 파비안 존슨를 영입하며, 이번 시즌 최강의 윙어진을 구축했습니다.
그라니트 쟈카는 인테르와의 이적설을 뿌리치고 묀헨글라드바흐에 남았으며, 풍족한 윙어진 속에서도 그들이 자랑하는 유망주 패트릭 헤어만이 확고한 존재감을 뽐냈고,
심지어 최악의 이적으로 평가받았던 알바로 도밍게즈가 좌측 풀백와 중앙 수비수 로테이션을 겸해 1인분을 해내며, 묀헨글라드바흐는 지난 시즌 부진기로 내려놓아야했던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이번 시즌에 확실히 쥐었습니다.
왜죠?
테어 슈테겐은 골키퍼 천국이라는 분데스리가 내에서도 그 나이 또래, 가장 우위에 있는 골키퍼였습니다. 전 연령 골키퍼를 통틀어도 테어 슈테겐 위에는 오로지 노이어 만이 있는, 그런 입지의 선수였어요.
묀헨글라드바흐는 그런 선수를 떠나보내고도,
"아, 테어 슈테겐이 있었으면" 하는 순간은 시즌 끝내 오지 않았습니다. 그저 "그래, 작년에 걔 참 잘했었지" 하는 수준에서 멈췄죠.
올 시즌 리그 최소 실점 2위의 묀헨글라드바흐의 수문장, 얀 좀머는 전반기에 "스트란츨이 없으면 공중볼에서 약점이 두드러진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후반기에는 그런 모습도 많이 사라지며, 8M의 이적료가 낭비가 아니었음을 증명했습니다.
가장 확실한 건, 이번 시즌 묀헨글라드바흐에게 테어 슈테겐의 그림자는 없었다는 겁니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는데, 해냈다는 점에서. 묀헨글라드바흐의 라이징스타는 얀 좀머 입니다.
4위 레버쿠젠 : 카림 벨라라비 - 지난 시즌 브라운슈바이크의 드리블 중독자에서 레버쿠젠의 에이스로
금 시즌 많은 주목을 받은 로저 슈미트 감독의 레버쿠젠의 차기 에이스로, 많은 이들이 찰하놀루를 지목했습니다.
지난 시즌 함부르크에서 매우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찰하놀루는 보는 이를 매료시키는 예술 같은 프리킥을 보유했고, 중거리슛과 개인기를 보유한, 숨겨진 보석같은 10번 미드필더였죠.
마찬가지로 지난 시즌 브라운슈바이크에서의 임대생활에서 탐욕적인 드리블을 일삼다 주전에서 밀려난 우측 윙어가 레버쿠젠으로 돌아왔을 때,
"샘 공백이나 잘 메꿔줘" 하는 기대 정도만이 있었습니다. 벨라라비의 기대치는 거기였어요. "작년 샘 만큼만 해라."
현실은, 샘은 커녕 로저 슈미트의 핵심 선수로 자리매김하며, 이번 시즌 레버쿠젠의 에이스플레이어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시즌이 흐르며 탐욕적이었던 드리블 플레이에서 "조금" 벗어나 패스를 하기 시작했으며, 중거리슛을 남발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는 찰하놀루에 반해
믿고 기대하면 찬스와 골을 만드는 선수가 되었습니다.
5위 아우구스부르크 : 압둘 라만 바바 - 시즌이 끝나기도 전에 전 유럽이 그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안드레 한이라는 에이스를 떠나보낸 바인치얼과 아우구스부르크에게, 처음 주목한 선수는 왼쪽 윙 베르너였습니다.
하지만, 베르너가 안드레 한 만큼의 역량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증명하기도 전에, 그로이터 퓌르트에서 2.5M 유로의 이적료로 온 왼쪽 풀백 바바가 안드레 한이 빠진 공격력을 메꾸며, 아우구스부르크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공격력을 충족시켰습니다.
지금 바바는 무수한 이적설을 뿌리며 세계여행 중입니다. 분데스리가는 물론, EPL, 프리메라리가, 세리에A까지 관심을 보인다는 소문입니다.
공격력을 갖춘 왼발의 왼쪽 풀백은 의외로 희귀하기 짝이 없는 선수입니다. 바바는 그 조건을 모두 충족했지요.
물론 레알 마드리드, 유벤투스, 맨체스터 시티까지 노린다는 많은 이적설이 모두 진실은 아닐겁니다. 확실한 건, 그 모든 이적설은 바바의 에이전트가 열심히 뛴 증거라는 거지요.
그리고 또 하나 확실한 건, 바바의 에이전트가 전 유럽을 뛰어다녀야할 정도로 바바가 희귀한 선수이고, 잘하는 선수라는 겁니다.
6위 샬케04 : 르로이 사네 - 흉작 속의 실한 벼
샬케04는 두 감독 체제에서 헤매며 명쾌한 시기 없이 시즌을 마쳤습니다. "아무리 못해도 3-4위 경쟁은 할 것이다." 는 전망은 빗나가, 4위 레버쿠젠과의 승점 격차는 크게 벌어졌고,
심지어 시즌 마지막 라운드가 끝났을 때, 상대적으로 매우 빈약한 재정규모를 지닌 아우구스부르크에게 5위 자리 마저 내줬습니다.
지난 시즌 풍족한 유망주들의 성장과 함께 상승세를 보였던 샬케04지만, 마찬가지로 풍족하나 실속없었던 유망주들의 부진과 함께 가라앉은 샬케04가 올 시즌 샬케04 입니다.
그 안에서도 훌륭한 모습을 보여준 선수들은 있습니다. 훈텔라르의 다시 찾아온 천분 무득점 기간 동안 샬케04의 득점력을 담당한 에릭 막심 추포-모팅,
그리고 타협이 없는 선방력을 보여준 랄프 페어만과, 값비싼만큼 제 역할을 충분히 해낸 나스타시치가 그 주인공입니다.
솔직히, 저 3명의 선수 중에서 "라이징스타"라고 할만한 선수를 꼽으라면 나스타시치를 꼽고 싶습니다. 에릭 막심 추포-모팅은 네이션스컵의 부상 이후 훈텔라르와 버금가는 부진을 보이기 시작했으며, 랄프 페어만은 타협이 없는 만큼 하던만큼만 선방한 것에 불과(!)하니까요.
하지만, 완벽히 0에 가까운 기대치를 가지고 세계 최고의 팀 중 하나인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멋진 득점을 기록하고, 리그에서도 짧은 출장기간 동안 3골을 기록함으로서 샬케04의 서포터들이 주목해야할 또 하나의 재능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한 르로이 사네가 금 시즌 샬케04의 "라이징스타"입니다.
그리고 사실, 직설적으로 말해,
르로이 사네가 "라이징스타"라고 꼽힐 정도로 샬케04의 이번 시즌은 엉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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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끊습니다. 내일 18:00에 중위 6팀을 작성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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