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적으로 이야기해서 올시즌 볼프스부르크의 전술변화에서 가장 중요하게 지켜볼건 크루제의 활동영역 변화입니다. 크루제가 어느 위치에서 어떤 롤을 맡느냐가 볼프스부르크의 전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고 그 변화해가는 역할배분에서도 크루제는 항상 핵심적인 플레이어로서 위치하고 있습니다.
1, 원톱으로서의 크루제
-프리시즌 때 딱 한번 쓰고(정확히는 45분쓰고) 때려쳤습니다. 당초 크루제를 영입할 때 헤킹감독의 이야기를 풀어보면, '패널티박스 안의 강자인 도스트 외에 또다른 공격수를 영입했다. 그는 올리치와 비슷하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에미레이츠컵에서 크루제를 써보고나선 다시는 원톱으로 크루제를 쓰지 않고 있죠. 올리치는 활동반경이 넓은 공격수였고 측면으로 자주 빠졌으나 어쨌건 상대수비라인과 동일선상에 위치하며 1선에서 공격을 전개하는 공격수였습니다. 하지만 크루제는 원톱으로 뛰었음에도 2선 공격형미드필더처럼 뛰었고 결국 패널티박스 안에 아무도 자리잡지 않게되는 문제가 발생하였죠. 이 경기로서 크루제는 도스트의 대체자가 아닌, 도스트의 동반자인게 확실해졌습니다.
2, 쉬얼레와의 투톱
-프리시즌 때 잠깐 써봤던 포진이죠. 쉬얼레와 크루제가 투톱을 보고 그 뒤에 공격형미드필더로서 아놀트를 배치하는 전형이었습니다. 쉬얼레와 크루제는 양측으로 넓게 퍼지고 그 사이로 아놀트가 자주 침투하는 라인업이었는데... 문제점이라면 전방에서 측면공격을 할 때 쉬얼레가 직접적으로 측면에서 풀어줘야만 함에도 어떠한 영향력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거기다 역습시에 길라보기가 홀로 저지해야 하는 문제로 인하여 시즌 중에 플랜B로서만 간간히 쓰이는 정도이죠(쾰른전과 지난 호펜하임전에서 막판에 잠깐 쓰였습니다.).
3, 10번으로 뛰는 크루제
-KDB의 이적이 가시화되는 시점에 그 자리를 미리 대체하는 자원으로서 크루제가 활용되었습니다. 아무래도 헤킹 감독도 처음 크루제를 영입할 때엔 이렇게 활용되리라 생각하진 않았겠죠. 횡적으로 넓은 활동반경을 자랑하는 KDB의 롤을 그대로 크루제가 맡았는데, 그간 KDB의 자리를 맡아봤던 아놀트나 헌트에 비해서 훨씬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원래 횡적으로 활동반경이 넓은 선수이고 측면에서의 플레이를 이어가는데 적응이 꽤 잘 되어 있던 선수였기에 괜찮은 모습을 보여주었죠.
하지만, KDB의 자리를 그대로 대체하기엔 크루제와 KDB 간의 운동능력 차이가 너무 컸습니다. KDB는 측면으로 빠질때의 타이밍과 그 스피드가 상당히 훌륭하고 측면에서 곧바로 찬스를 만들 수 있는 돌파능력과 정확한 크로스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크루제는 아무리 좋은 타이밍에 침투를 시도하더라도 스피드가 느린 선수이기에 상대수비수가 쉽사리 측면침투하는 크루제에게 견제를 가할 수 있었습니다. 동시에 측면에서의 플레이의 질은 아직 KDB 수준의 찬스를 만들어내진 못하였죠. 하지만, 그럼에도 크루제는 이 역할을 충실하게 해주며 양측면 사이의 간격이 넓은 볼프스부르크의 공격진에 윤활유 역할을 해줬습니다.
4, 드락슬러와 같이 플레이메이커를 맡는 크루제
-일종의 양학용 포메이션으로서 헤킹 감독은 4-1-4-1포메이션을 구상하였고 여기서 크루제는 드락슬러와 함께 같이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맡았습니다. 그리고 둘 중에서 더 궂은 일을 맡은건 크루제였죠. 이 포진에서 크루제는 가끔 구스타보가 전진하는 사이에 후방으로 내려와 6번롤을 맡으며, 전진해서 10번롤을 맡기도 합니다. 거기다 양측면으로 빠져서 윙어로서의 플레이도 펼쳤죠. 이 포진이 그럭저럭 굴러가는데엔 크루제의 역할이 너무나 컸습니다.
하지만, 이 포진은 깊게 내려앉은 수비진을 상대로 확고한 공격대안을 만들어주지 못함으로서 결국 한계에 직면합니다.
5, 도스트와 투톱을 형성하는 크루제
-결국 국가대표팀 기간이 끝나고나서 크루제는 이전에 비해 보다 패널티박스에서 플레이를 하게 됩니다. 물론 이전처럼 좌우나 후방으로의 넓은 활동반경은 유지하였지만, 공격의 최종국면에서 크루제의 주된 활동반경은 패널티박스가 되었고 이전에 주로 측면에서 공격을 전개하던 것과는 차이가 납니다. 결국 호펜하임전에서 크루제는 해트트릭을 기록하였고 이번 아인트호번을 상대로도 추가골을 득점하였죠.
기존에 10번으로서 활용되던 크루제는 그저 KDB의 롤을 임시방편으로 맡은 것이라면, 도스트와 투톱을 형성한 크루제는 KDB라는 굴레를 집어던지고 자기가 KDB보다 잘할 수 있는 부분이 활용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보다 전방에서 볼을 잡아 좌우로 볼을 뿌려주고 동시에 패널티박스 안에서 찬스를 잡는데에 있어 KDB에 비해 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주었죠. 동시에 도스트에게 집중된 패널티박스 안에서의 견제를 다소간 약화시키는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하지만, 이 포진이 생명력이 강할지는 좀 지켜봐야겠습니다. 크루제가 보다 최전방에서 자리잡는 비중이 높아지는만큼 도스트가 패널티박스 바깥에 자리잡아야 하는 시간도 늘어나야 하게 되었죠. 이전에 비해 좀 더 넓은 위치에서 볼을 잡을 필요가 생기게 되었고 이번 아인트호번 전에서 도스트는 11KM이상을 뛰며 팀내에서 구스타보 다음으로 많은 활동량을 기록하였습니다. 지난 두 경기에선 도스트의 경기관여도가 나름 만족스러웠습니다만 앞으로도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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