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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VfB

srv2009.12.07 21:34조회 수 1052추천 수 5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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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보훔과의 경기는 경기 시작 전부터 사건의 연속이었습니다. 일련의 VfB '팬'들이 - 이런 일이 있을 때면 언제나 그렇듯이 이들은 대부분 소위 '울트라'라 불리우는 극렬팬들입니다. - 경기장 앞 도로를 점거하고 경기장으로 오려는 선수단 버스를 가로 막으려 시도했었습니다. 그리고 이때 어떤 팬들은 선수들에게 살인의 협박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합니다. (대략 이런 것이었습니다. "만약 너희가 강등하면 우리는 너희의 목을 칠 것이다.")

경기가 시작해서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언제나처럼 칸슈타트 쿠르베의 A블록을 차지하고 있는 이들은 경기 초반 피치쪽으로 등을 돌리고 서서 서포팅을 거부하는 제스처를 취하며 경기장의 분위기를 무겁게 눌렀고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선수들은 당황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경기가 결국 1:1이라는 실망스러운 결과로 끝이 나자 이들은 경기장 밖으로 나와 클럽하우스로 진출하려 했으나 경찰의 저지로 결국 이를 이루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과정에서 여러 명의 부상자가 생기는 등 근래에 보기 힘든 극악의 상황을 만들어내고 말았습니다.



팬들의 분노는 감독인 마르쿠스 바벨을 향한 것이 아니라 선수들을 향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바벨이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밝혔듯이 그 어떤 선수도 팬들의 살인 협박이 정당화될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정말이지 바벨의 말처럼 엔케의 죽음에서  뭔가를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 여전히 많은 모양입니다. 자신들이야말로 서포팅 그룹의 핵심이라 생각하는 이들 울트라의 행동은 또다시 이들에게 실망하고 분노하게 만들게 합니다. 이들의 주장은 이치에도 맞지 않고 방법적으로도 잘못되었으며 결국은 마르쿠스 바벨의 경질에 결정적인 역할까지 하고 말았습니다.

저는 바벨의 경질은 어쩔 수 없는 수순이었다고 생각하며 시기적으로 볼 때 오히려 좀 늦었다고 봅니다. 바벨은 지난 시즌 놀라운 성적으로 팀은 챔피언스 리그로 이끌었지만 이번 시즌에는 여러 문제로 팀을 제대로 꾸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시즌 준비 기간부터 감독 자격증을 얻기 위해 쾰른에서 열리는 교육에 일주일에 반이상을 참가해야만 했습니다. 이런 이중부담은 생각보다 큰 것이어서 지난 시즌 이미 두 명의 현직 감독이 이런 이중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사퇴했었습니다. 게다가 팀은 챔피언스 리그도 치러야했기에 바벨은 교육에 제대로 참석하지 못했고 이런 상황이 계속되었다면 시즌 후 자격 취득이 어려운 지경이었습니다. 즉, 다음 시즌 바벨이 VfB 감독으로 남아있을 수 있는 가능성은 벌써부터 어려워졌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바이에른으로 이적한 마리오 고메즈를 대체할 선수와 팀을 찾는데 바벨은 결국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물론 이는 바벨만의 책임은 절대 아닙니다. 여기에 팀의 성적이 곤두박질치면서 선수들 내부에 분란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소위 말하는 고연봉의 고참급 선수들과 유스 출신의 젊은 선수들간의 갈등이 점점 불거졌고 그 중간에서 이것도 저것도 하지 못하던 팀의 주장 토마스 히츨스페르거는 결국 주장직을 내놓는 일까지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현재 마티유 델피에르가 새로 주장으로 임명되었지만 원래 부주장이었던 세르다 타스키는 이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시하는 등(타스키는 주장이 바뀐다면 당연히 부주장이 주장을 맡아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었죠.) 선수단의 분위기는 여전히 좋지 않습니다.

바벨은 여러가지 방법으로 현재의 위기를 빠져나오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의 대책은 조금씩 타이밍이 늦었고, 그 변화의 시도는 번번이 큰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바벨은 선수로서 화려한 경력을 바탕으로 감독으로서 상당히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음이 분명하지만 아쉽게도 이런 위기의 상황에 필요한 경험이 부족했습니다. 모든 것이 제대로 잘 돌아가는 상황이라면 선수들과의 사이가 가깝고 정말 친구같은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는 바벨 같은 감독이 좋은 역할을 할 수 있겠지만 모든 것들이 어긋나고 무너지는 상황에서 어느정도의 권위와 위계질서가 필요한 때에는 이렇게 선수들과 가까운 감독이 독이 되는 법이니까요. 만약 바벨이 감독 자격증을 무사히 취득하여 좀 작은 팀에서 충분한 경험을 쌓게 된다면 몇년 후 우리는 그의 이름은 분데스리가에서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새로 감독으로 부임한 크리스티안 그로스는 이미 예전에도 아르님 페의 뒤를 이을 감독으로 물망에 올랐던 적이 있습니다. 특히 젊은 유망주들을 키우는데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어 훌륭한 유스팀을 가진 VfB와 잘 어울리는 인물이라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이번 시즌 VfB로 이적한 쿠즈마노비치는 바젤 시절 그로스 밑에서 성장한 선수이며 그의 이적 역시 그로스의 추천이 있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로스는 스타일로 보자면 최근의 젊고 혁신적인 감독들의 경향보다는 오히려 오토 레하겔쪽에 가까워 보입니다. 선수들의 근성과 투지를 강조하고 승리에 대한 의지를 요구하는 그의 모습은 방향을 잃고 이합집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VfB의 현재에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어제 일요일 저녁 새로운 감독으로 발표된 기자회견이 끝나자마자 그는 팀을 소집해 조명이 켜진 연습장에서 첫번째 훈련을 가졌습니다. 챔피언스 리그 경기에 대비해 선수들을 파악하기 위해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일분이라도 훈련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겠죠. 그의 고향인 스위스에서 그로스의 이미지는 매우 권위적이며 선수들에게 어려운 타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본인 스스로는 '긍정적이며 직접적'이라 말하고 있습니다만.
기자회견에서 볼 수 있었던 그의 굳은 표정에서 2001년 VfB의 감독으로 취임했던 펠릭스 마가트를 떠올리게 됩니다. 어쩌면 VfB는 지금 딱 맞는 인물을 감독으로 앉힌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로스가 VfB와 멋진 시간을 보낼 수 있길 바랍니다.


* 저는 그로스 이양반의 사진을 보면 자꾸 아래의 사진이 연상됩니다. 이런 썰렁한 개그를 칠 타이밍이 전혀 아닌데도 말이죠...


sr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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