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참 빠르게 지나간다고 생각듭니다.
독일 축구를 보기 시작한게 16년 즈음인데, 그 시기에 정확히 최전성기를 누리던 선수들도 이제 완전히 꺾여들어가고 커리어의 마무리를 준비한다는게 당연히 찾아올 순간이었지만 직접 보게 되는건 느낌이 또 다릅니다. 도르트문트의 지존본좌 로이스도 팀에 남기 위해 주급이 깎이고, 천하의 토마스 뮐러조차 언론에서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시대를 보는건 참 씁쓸한 일이죠.
물론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 천재들도 있지만, 역시나 애정이 가는건 축구를 처음 보기 시작했을 때의 유년기의 슈퍼스타들이 아니었을까요. 뇌과학자들이나 심리학자들은 10대 사춘기 시절 때 들었던 음악들이 급속하게 뇌가 발달하던 시기와 연관되어 신경에 강한 자극이 되어 평생의 음악 취향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했죠. 무시알라, 벨링엄, 비르츠, 아데예미, 슐로터벡과 같은 천재들이 등장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로이스와 뮐러의 골에 환호하고, 후멜스와 노이어의 세이브에 기뻐하며 키미히와 귄도안의 패스에 감탄하는 이유는 우리가 자라오면서 받아왔던 가장 큰 자극이었죠. 그런 점에서 옛 슈퍼스타들의 돌아온 활약에 더욱이 더 감정적으로 올라오는 이유일지도요.
그럼에도 우리의 추억의 스타들이 남긴 유산은, 후세대 선수들이 뒤이을 수 있을 거라 믿어요. 그들한테도 어린 시절에 보았던 영웅들이었고, 성장해서는 함께 뛰는 동료이자 먼저 커리어의 길을 걸어갔던 선배들이니까요. 이런 점에서 이별을 준비하는건 가슴 아픈 일이지만, 동시에 새로운 만남을 준비해야할 일이기도 하죠. 하지만 우리의 머리는 이해하지만, 가슴은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보여요.
'라스트 댄스'라는 단어 역시 작년부터 상당히 유행했었죠. 베테랑들의 끊이지 않는 열정과 꺾이지 않는 마음이 우리에게 열광을 불러일으킨건 그 오랜 고통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정신에 대한 칭송도 있었지만, 어린 시절의 영웅들이 마지막으로 빛날 수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이기도 할 것입니다. 쓸쓸하고 초라한 퇴장을 받기에는 우리에게 주었던 기쁨과 경탄, 행복을 준 영웅들에게 실례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메시가 마지막 월드컵을 위대한 활약으로 금자탑을 쌓아올리고, 국민 역적 호날두의 눈물에 일말의 동정심이 생긴 것도. 데프트의 위대한 서사가 완성이 되고, 스테픈 커리가 마침내 파이널 MVP를 들어올리고, 알버트 푸홀스가 불가능할 것만 같던 700홈런을 떄려내는 그 순간까지. 우리의 젊음, 사춘기의 영웅들의 마무리는 슬프면서도 설레기에가 아닐까요.
이래저래 새벽이 되니까 감성이 올라오네요. 처음 축구 봤을 때 팀의 대들보들이 이제 퇴장을 준비하는 순간들이 다가오니까 이래저래 생각이 많아집니다.
모두들 행복한 마무리가 될 수 있도록. 그리고 제2의 인생에서도 건투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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