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저는 두가지 면에서 메시를 세간의 평보다 조금 낮게 보고 있었거든요. 하나는 국대에서의 활약인데 이에 대해선 14월드컵 도중 메시의 원맨캐리와 골든볼 수상에 동의하지 못한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었죠. 다른 하나는 플레이메이커로서의 재능이었습니다.

저는 메시의 부족한 활동량으로 인한 플레이의 한계, 사비에스타의 유무에 따라 달라지는 게임메이커로서의 모습, 지나치게 모험적이고 강하게 찌르는 패스 등으로 인해 찬스메이커라면 몰라도 플레이메이커로도 역대 최고라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요즈음, 보다 정확히는 MSN이 자리잡고 소위 축구도사 모드가 시작된 뒤로는 메시의 역량이 더욱 무결에 가까워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바르사의 압도적인 볼점유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해보였던 하이 리스크 패스는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선택으로 대체되었고, 일류공격수들도 받기 어려워하던 낯선 템포의 강한 패스도 이젠 정말 떠먹여주는 패스처럼 보입니다. 패스를 찔러주고 받는 위치와 상황, 거리 등을 보면 축구도사라는 말이 너무나 잘 어울리죠.

물론 바르사 경기를 많이 본 건 결코 아니니 부정확하고 관념적인 판단일 수 있습니다. 통계상으로는 딱히 패스를 더 잘한다고 볼 근거가 패스거리 말고는 없는지라 원래 잘했던 걸 뒤늦게 깨달았다고 할 수도 있겠죠. 그러나 기록과는 별개로 제 눈으로는 게임을 지휘하고 동료들을 지원하는 역량의 상승이 있어보입니다. 예전만 못하다는 드리블도 기록상으로는 그대로이듯 기록으로 포착하지 못하는 차이라고나 할까요. 다시 말하지만 물론 주관적인 판단입니다.

이러한 역량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득점력과 폭발적인 스피드의 감퇴 때문에 몇 년 전만 못하다고 생각합니다만... 그 둘이 조화를 이뤘다면, 혹은 이 상태에서 과거의 슈팅스킬만이라도 회복하면 과거 이상의 위력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땐 정말 펠마메가 아니라 펠메마를 외쳐야겠죠(아직 마라도나-메시는 취향이라고 생각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