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귄도간과 사힌, 므키타리안 이야기.

Dutchman2014.02.10 10:26조회 수 3139추천 수 3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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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 므키타리안이 보여주는 문제의 일부는 일신의 기량 이전에 귄도간의 부재가 보다 치명적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괴체의 이적 발표 이후, 지난시즌 후반기부터 괴체의 부재시 2선의 공미 롤은 귄도간에게 점차 이양되기 시작했죠. 도르트문트에선 귄도간을 2선으로 올리거나 3미들을 돌리는 것과 같은 포메이션도 채택했었구요. 이 경우 로이스가 포워드로서 기질을 많이 줄이며 찬스메이커로서 역량을 발휘했죠. 물론 므키타리안 영입하고, 귄도간을 플랫으로 내리는 4231로 다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만, 괴체의 역할을 로이스와 귄도간이 찢어간다는 건 변함이 없었습니다. 

이쯤에서 귄도간은, 현재 레알의 모드리치 이상으로, 중앙 미들로서 해야할 건 모두 해내야하는 선수가 된 겁니다. 전방 빌드업과 템포 리딩부터 시작해서, 기본적인 커버 플레이와 포켓 플레이는 물론이거니와 (로이스는 보다 전방 포워드 라인에서 직접적으로 상대 수비 라인의 균열을 내는 역할을 하는 게 최적이므로)팀 전체적인 공격의 방향성을 잡아주는 동시에 일신의 온더볼과 패싱 센스로 말미암는 찬스메이킹까지요. 이 상황에서 므키타리안의 역할은, 보다 전방에서 상대 후방 빌드업을 괴롭히거나 우군의 라인 압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귄도간의 커버 플레이 부하를 덜어주는 걸 제외하면 나머지는 둘 밖에 없습니다. 문전 침투와 (중거리를 이용한 것이든, 순간적인 돌파를 활용한 것이든)스코어링이요(뭐 제가 클롭의 머릿 속에 들어갔다 나온 건 아닙니다만 써먹는 거 보면 그리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죠.). 

문제는 그 귄도간이, 팀내 전술적 비중을 생각하면 원투탑을 다툴만한 자원이 올시즌 두엇 경기밖에 출장 못하는 상황이라는 거고, 그 대체자가 사힌이라는 거죠. 사힌... 분명 나쁜 선수는 아닙니다. 패싱 센스 하나는 극강입니다. 아마 현역 모든 중앙 미들을 통틀어도 순수하게 패스를 통해 우군의 공격 찬스를 만들어내는 능력만 놓고 본다면 수위권에 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문제는 다른 걸 기대하기 어려운 선수란 거죠. 포켓 플레이? 못합니다. 커버 플레이? 팀의 라인 단위 압박을 깨지 않는 수준인데 그조차 자신이 타깃이 될 경우 병풍보다 좀 나은 수준입니다. 귄도간과 같이 전방으로 전진해서 우군 공격의 방향성을 잡거나, 적극적으로 팀 템포를 고르며 볼의 흐름을 다 잡는 역할? 꿈도 꾸기 어렵습니다(다른 이유도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피지컬이라고 생각합니다. 포켓 플레이건 템포 리딩이건 어디까지나 최소한 상대의 압박을 견딜 수 있을 정도의 온더볼에 기반해야하는 건데 그게 안 되니까요. 역시나 그게 안 되니까 커버 플레이도 별반 기대할 게 없는 게고...). 쓰임새가 굉장히 제한적인 선수에요. 그나마 포켓 플레이는 훔멜스-벤더-수보티치 이 셋을 축으로 클롭이 닦아놓은 후방 빌드업이 워낙 탄탄한 게 다행이지요. 그조차 셋 중 하나, 둘, 혹은 셋 모두 결장하는 날이 종종 있어서 왔다리갔다리하는 게 올시즌입니다만... 사힌이 포켓 플레이라도 할 수 있으면 도르트문트의 수비 라인이 이 정도로 올시즌 흔들리고 있진 않을 겁니다.

여하간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그러다보니 본래 미들 라인에서 처리해줘야할 전방 빌드업/템포 리딩과 공격의 전개, 찬스메이킹과 같은 플레이메이킹 전반은... 결국 2선이나 포워드 라인에서 능력있는 놈이 죄다 해줘야하는 상황이 초래되는 겁니다. 도르트문트에서 이 조건을 충족하는 놈이 누구겠습니까, 로이스죠. 그러니까 로이스는 플메질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래도 워낙, 엄청나게 영리한 선수라 해당 롤도 무리없이 소화하긴 합니다만, 아무래도 11-13때 보여줬던 프리 포워드로서 상대 수비를 직접적으로 타격하는 모습만큼 빛나진 않죠. 여기에 포워드로서 해야할 역할이 어디 가는 건 아니니 로이스 과부하가 장난이 아니죠. 3선에서 귄도간이 해줘야할 부분에 더불어, 2선에서 괴체가 맡았던 몫까지 고스란히 대신하고 있는 게 로이스고, 그걸 해줄 놈이 로이스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뭐 이러저러한 점을 감안해서... 므키타리안이 그리 못해주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다만 상황이 안 좋은 거죠. 제 개인적인 생각이긴 합니다만, 어디까지나 므키타리안은 그 자신이 공미의 위치에 기용되긴 하나, 올시즌 그는 공미로서 역할보단 차라리 적극적인 수비 가담을 하는 세컨탑에 가깝다고 보고 클롭도 그러한 생각으로 기용하고 있는 중이 아닐까 합니다. 여타 일반적인 팀의 공미 롤과 차이가 있긴 하지만, 어차피 도르트문트의 경우 센터백들을 보호하기 위한 포켓 플레이에 외려 센터백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주도하는 엽기적인 팀이니까요. 그리고 지금 므키타리안과 경기력을 놓고 보면 비교하기 뭣하긴 하지만 07-09 제-토라인 시절 공미 제라드 역시 큰 궤에서 볼 때 대강의 역할 구도는 엇비슷했으니 말입니다(뭐, 제라드는 찬스메이커로서도 워낙 출중한 모습을 보이긴 했습니다만...). 

여기에, 귄도간 없는 것만이 아니라... 올시즌 주전 센터백 라인 부상이 잦아서 벤더가 센터백으로 가거나 아니면 벤더 자신이 나가리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기에선 후방 빌드업도 삐걱거리는 만큼 아예 센터백 라인부터 2선 이하까지 중앙 멤버들의 빌드업이 참 난망해지는 장면이 초래되곤 합니다. 필연적으로 경기는 아주 난장판이 되는데, 이러면 그 화살은 자연스레 므키타리안에게 가기 마련이긴 하죠. 

정리하자면, 므키타리안 이야기할 때는 방점을 괴체에 두기보단 귄도간에 두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퍼포먼스를 제하고 보면, 뭐 불과 두, 세 경기 남짓하지만 귄도간이 멀쩡히 나왔을 때 도르트문트는 그럭저럭 잘 굴러가던 걸로 기억하거든요. 음, 최근에 굳이 이와 유사한 사례를 찾아보자면... 지난시즌 뮌헨이 있으려나요? 크로스가 있을 경우 슈바이니가 빠져도 미들 라인 빌드업에 큰 무리가 없었습니다만, 크로스가 나가리 된 후반기 슈바이니마저 드러누은 경기에선 뮌헨 공격이 참 안타까웠죠, 뮌헨답지 않게 말입니다.





안녕하세요, 본래 다른 커뮤니티 다른 글의 댓글용으로 쓴 글이라 좀 거친 부분이 있을 겁니다. 써놓고 보니 워낙 길어서 댓글로만 그치긴 아깝겠다 싶어, 어찌 처치할까 곤란해하던 참이었는데요. 그냥 두고 묵히느니, 전부터 눈팅해오던 분데스매니아에 데뷔글로 투척하고 여러 분들께, 그리고 제게 이야깃거리를 제공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하여 이렇게 올립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팀이고 분데스리가에서 가장 많은 경기를 챙겨보는 팀이지만 아무래도 메인 서포터는 아니고 분데스리가도 제가 가장 우선 순위에 두는 리그는 아닌 만큼(사실 제가 철새빠 성향이 짙은 지라 지난시즌 챔결을 평정한 분데스리가를 보는 게 일반적이겠지만 하필 올시즌 제가 메인으로 빨아제끼는 리버풀이 답지 않게 정말 챔스에 갈 것처럼 팬을 희망고문하고 있어서...) 나름의 썰을 푸는데 근거로 할 경기가 부족하여, 작은 부분을 크게, 또 큰 부분은 아무 것도 아닌 양 말해놓은 부분도 없잖아 있으리라 봅니다. 여러분들이 보시기에 이건 좀 아니다하는 게 있다면 적극적으로 지적해주시길. 뭐, 빈말이 아니라 실제로 이 커뮤니티 유저인 pedagogist 님께서 제가 쉰소리할 때 잘 짚어주시기도 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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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4
  • 죄송합니다. 긴 글을 적어주셨는데, 제가 생각하고있는 도르트문트 축구와는 너무 상이한 관계로 뭐라 말씀드릴 것이 없습니다.
  • 잘 됐네요. 좀 달라야 할 말이 있죠. 같으면 공감밖엔 할 게 없지 않겠습니까 ㅎㅎ
  • 제가 생각하는 도르트문트의 축구는 아마 제 이름으로 검색하시거나 "겨울휴식기" 로 검색하시면

    1/3, 2/3, 3/3 식으로 3개의 글이 있을 겁니다.
  • 예 알겠습니다
  • 예 확실히 관점이 상이한듯 뵈긴 합니다. 전 도르트문트의 축구가 그리 특수한 케이스, 다른 클럽 축구완 상이한 궤에 있다고 생각하진 않거든요. 게겐 프레싱이란 표현 역시, 크게 보면 마슬로프의 이념과 그 변용으로서 토탈 풋볼, 작게 보면 사키즘의 연장선상에서 파악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에 대해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는 건 흥미로울 것 같지만 댓글란에선 적절치 않고 당장 제가 스마트폰으로 두들기는 중이라 다음 기회를 청해야겠네요. 정성 들여 쓰신 글 잘 읽었습니다.
  • Dutchman님께

    그렇죠. 저런 축구를 그냥 저도 "사키이즘" 이라고 표현을 합니다. 근데 저 글은 직관적이지 못한 단어를 쓰는 걸 피했기 때문에 쓰지 않은 겁니다.

    사키이즘 중에서도 좀 별종이긴하죠.

  • 오 분매에도 가입하셨군요..ㅎㅎ 양질의 글 부탁드릴게요.
  • pedagogist님께
    예^^
  • 돌문 축구가 좀 어려워야죠. 이적료가 크기 때문에 음키에 대한 기대가 커서 실망하는 분들도 있지만

    개인기량은 평균이상으로 보이고, 담 시즌에 적응한 모습을 보고 판단하는게 낫지 않나 싶습니다.
  • 잘 읽었습니다. 공감 가는 점이 많네요.
    그런데 요즈음 므키는 중앙 미드필더와 비슷한 느낌입니다.
    433 포메이션에 가깝지 않나 생각이 들어요. 

    이게 귄도간의 부재와 관련이 있을 수도 있겠지요.

  • 뭐 게겐프레싱이라는 고유의 개념에 방점을 둔다 해도 귄도간의 부재로 빌드업과 플레이메이킹에 있어서 선택지가 줄어든다는 건 맞는 말이니 크게 차이가 나는 해석 같지는 않아요.
  • 그리고 올 시즌 꿀벌 경기를 거의 모두 챙겨보고 있는 팬 입장에서 기본적으로는 공감하는 바이지만 전반기 종반부터 꿀벌 경기 양상이 꽤나 달라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말씀하신 대로 시즌 초부터 상당기간 동안 마르코 로이스가 괴체가 했던 역할을 어느정도 가져가서 공격을 전개하는 역할을 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 결과 로이스는 지난해에 비해 왼쪽 측면 보다는 중앙에서, 전방 보다는 뒷선에서 자주 플레이 했던게 사실이구요. 그 때 므키는 이름만 체너인 상태로 로이스와 동선상으로 상당히 겹치면서 영향력이 별로 없어 보였습니다. 수비가담 열심히 하고 한번씩 오버랩해서 문전을 위협하는 중앙 미드필더 느낌이였죠. 그런데 전반기 뒷부분 경기부터는 로이스가 지난 시즌처럼 측면 공간과 전방에서 페넌트레이션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역할로 돌아간 것 같은 움직임을 보여줬습니다. 그때 중앙에서 더 자유로운 공간을 얻게 된 므키가 일시적으로 좋은 활약을 하기도 했구요. 물론 지난 브레멘 전에서 두골을 넣기 전까지 긴 침묵 상태로 빠져들긴 했습니다만..

    제가 생각하기에 현재 꿀벌은 이렇다할 10번 역할을 하는 선수가 없다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레반도프스키가 내려와서, 로이스가 간혹 중앙으로 들어와서, 므키타리안이 역습 상황에서 전진했을 때 부분적으로 그 역할을 찢어서 수행하는 느낌이고 그 결과 상당히 지공 상황에서 공격력이 약해져 있다고 봅니다. 현재 꿀벌에는 2선에서 적절히 포지셔닝 하면서 좌우 측면의 교량 역할을 해줄 전문 체너가 없는 상태에요. 그 결과 사이드체인지가 약해져서 횡적인 공격 방향전환이 약해지고 직선적인 돌격만 강조되어 수비가 닫혀있을 때 답답한 모습을 보이고 있죠.

  • 좋은 글 감사합니다
    싸줄서 더치맨님 글 많이 봤었는데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부탁드려요 ^^
  • 예전 싸커라인때부터 좋은글 잘보고있습니다!
    앞으로도 부탁드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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