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축구는 예전부터 전문화된 스페셜리스트 보다는 올라운더 유형의 선수들이 많았습니다.
상징적인 선수로 로타르 마테우스를 꼽을 수 있고 몇 년 전까지 나치오날 엘프의 리더였던 미하엘 발락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이들은 후방 빌드업에도 관여하고 전방 공격작업에도 영향력을 행사하는 팔방미인 같은 선수들이였죠.
근래에는 아마 슈바인슈타이거가 대표적인 올라운더 타입의 미드필더일 겁니다.
듣기로 바이언은 오래전부터 트랜디한 축구 철학을 유소년 시스템에 적극 반영하기 보다는 다소 보수적인 스타일을 고수해온 팀이라고 합니다.
예를들면 노멀한 442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다양한 역할들을 어린 선수들이 경험하면서 성장하도록 유도한다고 하죠.
아마 슈바인슈타이거는 이런 바이언의 유스시스템이 길러낸 전형적인 선수일겁니다.
근래에 유망하다고 평가받는 호이비에르그에게서도 비슷한 향취가 나더군요.
지난해 하인케스의 축구는 빌드업에 있어서 다소 미분화된 형태,
슈바인슈타이거와 필립 람이 병행하고 전방에서 토니 크로스까지 내려와 가세해주는 구조로 돌아갔습니다.
이때 슈슈는 후방에서 빌드업을 담당하다가도 어느새 다른 선수들에게 그것을 맡기고
측면이나 전방으로 전진해서 공격작업에 가세하는 모습을 종종 보여줬습니다.
즉 바이언의 중원 구조는 스페셜리스트들이 분화된 임무를 담당하기 보다는 약속된 커버플레이에 의해서 로테이션하는 역동적인 모습이였죠.
이러한 축구 하에서 슈슈는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했습니다.
그의 균형잡힌 신체능력과 축구장 전체에서 카멜레온처럼 변신할 수 있는 축구지능, 좋은 패스 능력.
따위의 다재다능한 능력을 시의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바탕이 되었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겁니다.
그런데 펩 과르디올라의 축구는 철저하게 분업화되고 완벽한 좌우 대칭성을 다소 강박적으로 추구합니다.
빌드업 하중은 허리에 포진한, 그것도 후방에 위치한 선수에게 집중되었으며 필립 람은 측면에서 이전처럼 많은 터치를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높은 라인의 좁은 간격에 빠른 볼 순환을 요구하는 시스템에서 피지컬은 그다지 쓸모없는 것이 되었으며
한가지 보직에 전문화될 것을 요했기 때문에 다재다능한 능력을 발현하기 어려운 여건이 되었습니다.
예를들면 이런 식입니다.
필립 람.. 너 풀백인데 빌드업에 깊이 관여하고 싶다고? 그럼 수비형 미드필더로 옮겨.. 토나오게 볼 만지게 해주마!!
슈바인슈타이거.. 너 수비형 미드필더가 좋지만 공격에도 참여하고 싶다고?? 그럼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렴.. 내년 어시왕은 니꺼!!
토니 크로스.. 너 공격형 미드필더 출신이지만 엄청 밑으로 내려오네? 그럼 수비형 미드필더해.. 오늘부터 태클 연습 두시간씩!!.
저는 펩 과르디올라의 축구가 지금까지의 독일 축구와는 다소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작금의 스타일에서는 기존 독일 선수들이 가장 잘하는 것 몇 가지씩을 봉인한 채 경쟁에 참여하게 됩니다.
예컨대 크로스는 중거리 슛을 봉인 당했고, 종적인 활동폭이 특징이였던 선수인데 그러한 움직임을 거세당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앞으로 굴러올 돌들과의 포지션 경쟁에서 승리하기 힘들겁니다.
20킬로짜리 족쇄를 끼고 경쟁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보거든요.
아마도 독일과 비슷한 피지컬 조건을 가진 네덜란드의 아약스가 이미 크루이프즘을 그들의 철학으로 계승하고 있고
독일 유소년들의 기술적인 조건이 날로 향상되는 모습, 그리고 지난해 바이언이 유럽 제2의 점유율 팀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기억 등에 고무되어서
바이언 보드진이 바르셀로나와 펩의 축구 철학을 그들의 구단에 이식하고 싶었던 모양인데
이는 아마 앞으로 성공한다고 가정할지라도 현세대 독일 축구 스타들의 희생 위에 서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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