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버리 (아스날의 팬사이트) 회원이신 여유님이 작성하신 글입니다..
작성하신 분께 허락을 받고 이렇게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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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월드컵의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 왼쪽 풀백 회베데스.
센터백이 전문이고, 그나마 샬케04에서 오른쪽 풀백으로 뛰어본 적이 있는 정도. 거기다 오른발잡이.
이 선수가 월드컵 7경기에서 모두 왼쪽 풀백으로 나왔죠;;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아서 잠을 이룰수가 없는 관계로, 저 나름대로 정리를 해봤습니다.
솔직히 자신은 없습니다;; 근거도 부족하구요.
다만 억지로라도 이해해보고 싶었습니다;; 태클 환영.
기록은 모두 후스코어드닷컴에서 참고했습니다.
1. 우선 왼쪽 풀백에 왼발잡이를 쓰는 이유부터
- 일반적으로 어느 팀이든 공격방향은 우측의 비중이 다소 높습니다. 보통 우측의 비중이 40% 정도인데 비해, 왼쪽의 비중이 40%를 넘는 팀은 많지 않습니다. (이번 월드컵에서의 알제리나 프리미어 리그에서의 에버튼)
- 또한 어느 팀이고 우측 윙어든, 우측 풀백이든, 사이드를 돌파해서 크로스를 올리는 것은 기본 공격 전술입니다. 따라서 왼쪽 풀백의 주요 임무는 사이드 돌파를 막는 것이고, 당연히 왼발잡이가 유리합니다.
- 공격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풀백은 주로 크로스를 올리므로, 왼발인 편이 좋습니다.
2-1. 우측 윙어에 대한 수비
- 하지만 요즘은 우측 윙어에 왼발잡이를 배치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윙어의 공격을 크게 중앙 침투와 측면 돌파, 두가지로 나누었을 때, 왼발잡이는 우측에서 중앙으로 파고들기가 쉽습니다. 뮌헨의 로벤이나 레알의 가레스 베일같은 경우죠.
- 이런 공격을 막는 왼쪽 풀백 입장에서 생각하면, 반대로 오른발잡이가 유리합니다. 상대를 중앙으로 몰아넣어서 우리편 센터백이랑 협력 수비를 펼치는 거죠. 이번 대회에서 회베데스가 한 수비가 이런 식입니다.
- 독일은 센터백 라인이 아주 튼튼하고,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했던 람과 슈바인슈타이거는 명실공히 월드클래스입니다. 굳이 왼쪽 풀백이 상대 윙어와 1:1로 맞붙다가 완전히 뚫리는 것보다는, 여러 명이 함께 막는 것을 택한 것 같아요.
- 참고로, 독일의 평균 가로채기 기록은 전체 32개국 중에서 31등이었습니다.(8.4개. 대한민국보다도 낮습니다.) 태클 숫자도 그냥 평범한 수준이고요.
- 이렇게 끈질기게 수비하는데 있어서, 에릭 덤같은 어린 선수보다는, 샬케04의 주장이자 센터백인 회베데스가 적임자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2-2. 그러면 상대 우측 풀백의 공격은 어떻게 막느냐
- 감독이 뮌헨의 펩이 아닌 이상, 풀백의 기본 공격 옵션은 사이드 돌파 후 크로스입니다.
- 그런데 독일의 센터백을 보면 크로스를 올릴 엄두가 안 납니다. 메르테자커, 보아텡, 후멜스. 거기에 노이어도 있으니까요. 회베데스가 측면 크로스를 허용해도 큰 문제가 안 됩니다.
- 높은 크로스말고, 약간 뒤로 컷백패스를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람/슈바인슈타이거가 있으니까요.
3. 회베데스가 공격에서 도움이 안되는 문제
- 그래서 수비적인 관점에서 회베데스를 쓴 건 납득한다고 쳐도, 풀백의 역할은 공격도 있습니다.
- 하지만 회베데스의 공격옵션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고, 특히 왼쪽에서 많이 움직였던 외질에게 별 도움이 안됐습니다.
- 이쪽에는 토니 크로스를 배치해서 균형을 맞췄다고 생각합니다. 크로스는 독일 스쿼드에서 비정상적일 정도로 많은 롱패스(평균 9.8개. 월드컵 전체 4위이며, 골키퍼 노이어보다도 많습니다.)를 기록했습니다. 빠르게 공을 우측으로 돌림으로써 외질에 쏠리는 부담을 해소한 것 같아요. 외질은 수비수를 자신에게 끌어들이는 재주가 탁월한 선수니까요. 이런 식으로 외질과 크로스를 이용해서 반대편에 공간을 쉽게 만드려고 했던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4. 결국 회베데스는 미끼였다...?
- 어차피 공격에서 도움이 안된다면 그냥 후방을 지키는 게 나을 것 같은데요, 회베데스는 다른 풀백과 마찬가지로 꾸준히 전진했습니다.
- 저는 이것이 뢰브와 회베데스의 계략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뻔히 보이는 구멍을 만들어 주는 건데요.
- 독일은 수비라인이 높은 팀이고, 특히 람은 우측 풀백으로 뛸 때도 미드필더처럼 공격했습니다. 그러면 상대 입장에서는 당연히 람의 뒷공간을 노려야 할 텐데요.
- 그런데 어? 회베데스의 뒷공간도 똑같이 비어 있는 겁니다. 더 약할 것 같은 쪽으로 공격하는 게 인지상정이죠. 실제로 독일을 상대한 팀을 보면, 람 쪽에서 공을 빼앗아도 회베데스 쪽으로 멀리 공격하는 경우가 꽤 많더라구요.
- 그래서 회베데스는 일부러 전진함으로써 상대가 공격할 틈을 내준 게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그 대신 항상 후퇴할 준비를 해 놓고 말이죠. 물론 이런 식으로 경기하려면 선수 본인이 불필요한 고생을 하게 됩니다. 무의미하게 오르내리는 거니까요. 그래도 회베데스는 7경기 내내 이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5. 점유율 축구와 역습 대비
- 월드컵 초반에 티키타카의 종말이니 점유율은 의미가 없다라느니 하는 말이 많았지만, 정작 우승팀 독일은 점유율 축구를 구사했습니다. 높은 수비라인, 강한 전방압박, 연계에 능한 가짜 원톱, 평균 점유율 전체 2위(1위는 스페인).
- 점유율 축구의 대표적인 수비 약점은 수비라인의 넓은 뒷공간입니다. 특히 좌우 풀백의 뒷공간이죠. 상대 입장에서는 빡빡한 중앙을 뚫기보다는 좌우 측면으로 빠른 공격수를 투입해 한방에 역습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 그런데 회베데스가 일부러 이 공간을 비워주는 대신, 상대의 역습이 분명히 여기로 올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다면, 한결 대처하기가 쉬웠을 것 같습니다. 아스날에서 사냐의 역할과 좀 비슷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회베데스는 뚫리는 건 뚫리는 데로, 섣불리 태클을 하지않으면서 끈질기게 상대의 전진을 방해하며 중앙으로 몰아넣었습니다. 결국 스탯으로나 겉보기에는 큰 활약이 없었지만, 어려운 역할을 맡은 것이 아닐까 싶어요.
- 이렇게 되면 상대적으로 반대편의 람이 수비 부담을 덜게 됩니다. 마음놓고 공격할 수 있죠. 뮐러-케디라의 전진압박도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고, 빌드업도 여유있게 할 수 있습니다.
- 이런 관점에서 외질과 크로스도 어려운 역할을 맡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풀백 회베데스의 실질적인 지원없이 공격을 이어나가야 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 선수는 팀내 키패스 1, 3위였습니다(뮐러가 공동 1위). 대단하죠.
6. 결국 회베데스로부터 나온 실점은 없었다.
- 끝으로 16강부터 상대방 우측 공격(회베데스 상대)을 살펴보겠습니다. 하나하나 뜯어보면, 오른발잡이 회베데스가 나와도 큰 문제가 없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 16강 알제리, 우측 윙어: 페굴리, 풀백: 맨디, 상대 공격방향: 우 37%, 좌 41%
> 이 경기는 람이 중앙 미드필더로 뛴 마지막 경기였습니다. 그리고 알제리는 독일을 가장 괴롭힌 팀이었습니다.
> 알제리는 왼쪽 공격비중이 전체 1위(47%)이지만 이 날은 오른발잡이에 드리블 돌파가 뛰어난 페굴리를 이용하여 우측 사이드를 적극적으로 공략했습니다.
- 8강 프랑스, 우측 윙어: 발부에나, 풀백: 드비쉬, 상대 공격방향: 우 35%, 좌 42%
> 발부에나는 오른발잡이지만 중앙지향적인 미드필더입니다. 사이드도 공략했지만, 크로스 성공율이 극악(1/10)이었습니다.
> 드뷔쉬는 전진을 삼가했습니다. 대신 에브라가 적극적으로 공격했는데, 아마 람을 공략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 4강 브라질, 우측 윙어: 오스카(??), 풀백: 마이콘, 상대 공격방향: 우 33%, 좌 41%
> 브라질 역시 람을 타겟으로 삼은 것 같습니다. 마르셀루를 적극적으로 전진시켰고, 우측 사이드에는 사실상 풀백인 마이콘 밖에 없었습니다.
> 하지만 오히려 마르셀루 쪽이 케디라와 뮐러에 당하면서 완패했습니다.
- 결승 아르헨티나, 우측 윙어: 라베찌, 메시, 풀백: 사발레타, 상대 공격방향: 우 40%, 좌 30%
> 아르헨티나는 라베찌와 메시로 우측을 공략했습니다만,
> 왼발잡이 메시는 중앙으로 들어와서 수비진에 둘러 싸였고,
> 라베찌는 겉으로는 활발해 보였으나 결과물이 적었으며, 45분만에 교체됐습니다. 드리블 돌파 1회, 프리킥 획득 3, 슈팅 0, 패스 7, 키패스 0, 크로스 0/3.
> 사발레타 역시 무의미한 롱패스(1/9) 외에 공격에서는 큰 도움이 안됐습니다.
- 위 4경기에서 독일은 단 2실점만을 했습니다.
7. 마치며
- 람이라는 말도 안되는 선수가 있었기에 회베데스를 저렇게 쓸 수 있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 공격형 미드필더없이 3미들을 운영하는 독일을 상대로 중앙돌파는 사실상 어렵고, 결국은 측면 공략이 답이었을 텐데요. 그나마 한쪽에는 지구 최강의 풀백이 있으니 반대편을 뚫으면 좋겠는데, 결국 아무도 못 한 것 아니겠습니까.
- 그래서 회베데스는 참 좋은 선수라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평점이 좀 낮으면 어떻습니까. 욕 좀 먹으면 어때요. 전경기 출장해서 우승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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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베니(회베데스)에 대해서는 분매에 팬도 많고.. 그 회원님들이 더 잘아시고..
괜히 글을 가져왔다가 논쟁이 격해질지도 몰라서 염려스러운데요..
뢰브는 왜 왼쪽풀백 후보중에 베니를 선택했을까? 라는 의문의 결과론적인 분석이라고 생각해서 가져와 봤습니다..
전 축구를 잘 모르지만, 나름 일리도 있고, 재밌는 분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베니가 아닌 다른 선수를 기용했을때의 득과 실, 베니를 기용했을때 득과 실.. 어느쪽이 우선이냐는 아직도 의문인것 같습니다..
그러나 뢰브는 성공한 감독이니깐요..개인적으로 결과만 보면 그 선택은 옳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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