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유병수만큼 한국 축구가 상처를 입힌 인물이 또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지난 시즌 미칠듯한 골 폭풍으로 경기당 득점률에서 신기록까지 세우며 득점왕에 올랐지만 불행하게도 인천의 수비는 유병수가 2골을 넣으면 2골을 내어주고 3골을 넣으면 3골을 내어주는 막장이었고 유병수는 6강플레이오프의 꿈을 일찌감치 접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최고의 시즌을 보냈음에도 MVP는 커녕 베스트 11에조차 들지 못했죠.
그를 뽑아야 한다는 소리가 빗발침에도 남아공 월드컵에는 아예 승선도 못한데다가 겨우 출전한 아시안 컵에선 제대로 된 기회도 부여받지 못하고 엉뚱한 항명 파동으로 홍역을 치렀습니다.
올 시즌 들어서 승부조작 파문이 터지고 그가 승부조작에 가담했다는 루머가 돌았습니다. 누가 퍼뜨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왜 최고의 활약을 보여준 선수에게 이런 딱지가 붙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유병수 본인은 엄청난 마음고생을 해야 했을겁니다.
원래 이번 시즌은 유병수가 재계약이냐, 이적이냐를 결정해야 하는 시즌이었습니다. 유병수는 어쨌건 팀에 대한 의리를 지켜 3년 재계약에 동의했지요.
이런 유병수이기 때문에 사우디 이적이 정말 뜬금없다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유병수의 이적에서는 "도피"의 그림자가 보입니다. 국가대표의 꿈도 빅클럽에의 도전도 다 미뤄둔 체로 급박하게 떠나는 것은....그에게 몰아닥친 가혹한 불행과 무관하지 않다고 해야겠죠. 한국 축구가 낳은 또 하나의 비운의 천재로 기억될까봐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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