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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첫 번째 잡담

skullboy2011.08.07 04:15조회 수 905추천 수 6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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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말' 돌아온 거인

분데스리가를 지켜본 지 어언 10여년 이상의 세월이 흘렀지만, 사실 바이언 팬의 입장에서 지금 생각해보면 스릴 넘치는 라이벌은 단 하나였던 것 같습니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으나 제가 생각하는 그 팀은 바로 2000년대 초반의 도르트문트입니다. 그 당시 도르트문트는 무적인 줄로만 알았던 '돈싸움'에서 일합을 겨룰 만한 유일한 상대였으며, 2001년 빅이어의 탈환 후 기고만장(?)해 있던 저에게 곧바로 마이스터샬레를 뺏어간 팀이기도 했고, 세바스티안 켈의 쟁탈전에서 이적시장의 쓴맛을 가르쳐준 얄미운 팀이기도 했더랬죠.

한편으로는 그래서 도르트문트의 몰락 과정을 가슴 아프게 지켜봤던 사람이기도 합니다. 승부욕을 불타오르게 하는 거대한 라이벌 하나가 사라진 허전함이라고나 할까요. 그런데 사람 마음이라는 게 참 간사한가 봅니다. 지난 시즌 도르트문트가 화려하게 부활하자 예전의 동정심은 사라지고 곧바로 긴장감이 샘솟더군요. 그리고 이 살벌한 긴장감은 2011~2012 개막전을 통해 배가되는 느낌입니다. 경기를 보신 분들이라면 공감하시리라 믿습니다.

누리 사힌의 이적으로 패스 조직력에 엇박자가 생길 것이라는 것은 바이언 팬의 개인적인 기대에 불과했습니다. 일카이 귄도간이 사힌의 몫을 대체하느냐가 관건도 아니더군요. 이미 도르트문트라는 팀은 짜임새 있는 패싱과 기술로 무장한 완전체가 되어가는 기분입니다. 비록 사힌의 영민하고도 정확한 롱패싱은 사라지겠지만, 오히려 짧은 패싱과 팀원 전체의 기민한 무브먼트로 상대 수비진을 허무는 조직력은 더 나아진 듯 보였습니다. 이반 페르시치가 측면에서 힘을 불어 넣어준다면 금상첨화겠지요. 특히 마리오 괴체가 어디까지 뻗어나가느냐는 올 시즌 도르트문트를 보는 하나의 재미가 될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결국 two-horse race가 될 분위기인데, 솔직히 시즌 시작 전 "우승전선에 정말 강력한 라이벌이 있다"라며 접고 들어가는 건 처음입니다. 긴장되면서도 또 설레는 복잡한 느낌이네요. 물론 강력한 라이벌을 이겨내고 우승했을 때 그 짜릿함은 배가되는 법이겠습니다만^^

2. Son

고열로 인해 결장했다지요. 아무래도 손흥민이 프리-시즌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에 미하엘 외닝도 개막전 오더를 짜는 데 꽤나 머리가 아팠을 것은 분명합니다. 무리한 출장을 강행했던 코파아메리카 득점왕께서 결국 탈이 나셨고, 나머지 선수들도 프리-시즌에서 크게 보여준 것이 없기 때문에 기회는 꾸준히 제공되리라 생각합니다. 어차피 시즌은 길고, 급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겠지요.

다만 자리에 대한 혼란은 계속될 공산이 있어 보이더군요. 물론 초장부터 너무 강한 상대(그것도 원정)를 만나 약점이 도드라진 부분이 있겠습니다만, 엘제로 엘리아와 괴칸 퇴레의 측면 플레이는 실망스러운 점이 많았습니다. 엘리아의 이적설이 아직도 흘러나오는 상황에서 외닝도 언제까지나 개막전 포메이션을 고집하기에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 상황이 '일단 믿을 만한 녀석을 급한 부분에 땜빵으로 투입하자'라는 뻘짓으로 이어질 경우 외닝은 물론 손흥민의 올 시즌도 장담할 수 없게 되지 않을까 우려되네요.

어쨌든 빨간 바지들의 관건은 올 시즌도 수비가 될 공산이 커 보였습니다. 이미 포칼에서의 삽질로 지대한 욕을 잡수신 하이코 베스터만의 기량 저하는 당황스러울 정도더군요.

3. Koo

상황이 우호적이지 않은 것만은 확실합니다. 오히려 생각 이상으로 부정적이네요. 독불장군께서는 특유의 4-4-2로 돌아가셨고, 구자철이 뛸 수 있는 공간은 4-2-3-1이나 4-3-1-2에 비해 줄어들었습니다. 기량적으로나, 임무적으로나, 또한 눈앞에 아른거리는 10M의 돈다발을 생각해서나 크리스티안 트래쉬를 벤치에 앉히는 것은 어렵겠구요. 결국 조슈에, 하세베 마코토, 그리고 얀 폴락과의 경쟁이 될 듯한데, 중원에서의 압박을 중시하는 마가트의 특성상 구자철이 확고한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어쨌든 마가트의 팀답게 확실히 압박은 좋아졌더군요. 선수들을 얼마나 빡세게 굴렸는지 다들 얼굴이 10년씩은 늙어보였습니다. 플러스, 공격전개가 투박하고 답답한 것도 마가트의 팀답더군요.

4. 솔바켄

아직 1경기가 지났을 뿐이지만, 지난 시즌 솔도의 전철을 밟아가는 것이 아닌가하는 걱정이 들더군요.

전 지금까지 주구장창 "루카스 포돌스키가 공을 받는 지역이 중앙선 부분이 되면 안 된다"라고 주장해 왔습니다. 좀 더 전방에서 볼을 받는 것이 포돌스키의 다재다능함을 살리는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까닭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전방까지 볼을 운반할 수 있는 미드필더의 추가라는 단서가 붙습니다.  

솔바켄은 포돌스키를 밀리보예 노바코비치가 활동하는 선까지 올려 전형적인 4-4-2 시스템을 구사했습니다. 여기까지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문제는 '포돌스키가 했던 역할의 분배'에 대한 대책이 아예 생략됐다는 데 있습니다. 볼프스부르크와의 경기에서 쾰른 미드필더가 보여줬던 아마추어적 볼 돌리기는 여기서 기인합니다. 애당초 샤샤 리터에게 기동력과 수비력 이상의 것을 기대하면 안 되겠죠. 개인적으로는 관중석에서 경기를 바라본 프티나 벤치에 대기한 아담 마투슈크도 크게 낫지는 않으리라 봅니다.

한편, 솔도는 지난 시즌 초반 노바코비치의 불화로 인해 팀 분위기를 뒤숭숭하게 만들었던 전력이 있지요. 솔바켄도 포돌스키와 그런 조짐이 있다면 곧바로 진화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겝니다. 솔바켄은 물론, 폴커 핀케의 자리와도 연관이 된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5. 메르세데스-벤츠 아레나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양쪽을 번갈아가면서 공사판으로 만들어 뒤숭숭했는데, 어느새 깔끔하게 새단장을 했네요. 경기장이 깔끔해져서 인지는 몰라도, 경기장에서 응원하는 팬들까지 깔끔해 보였습니다; 베스트팔렌에 못지 않은 장관이 아닌가 싶고, 비교적 최근 신축이라고 할 수 있는 알리안츠 아레나보다도 축구보기는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도 나름 1993년 육상선수권을 개최한 경기장인데, 개인적으로는 트랙이 사라지다 보니 경기장 특유의 테라스가 예전만큼 아름답게 보이지는 않더라는.. 이 경기장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린포드 크리스티나 마이클 존슨, 생긴 게 유난히 마음에 안 들었던 프랭키 프레데릭스, 게일 디버스와 멀린 오티의 라이벌전도 트랙과 함께 역사속으로 묻히겠네요.

다만, 이 경기장의 멋들어진 개조에 잠실 주경기장을 허물자는 뻘소리만 안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어쨌든 슈투트가르트는 시종 일관 공격적으로 밀어붙이며 3-0 대승을 거뒀고, 경기 내용보다는 선수들의 정신력에 더 점수를 주고 싶네요. 윌리암 크비스트는 기대했던 역할을 해준 듯 보입니다. 브루노 라바디아는 전방에서의 스위칭 플레이로 가닥을 잡아가는 것 같은데, 어쩌면 의외로 하위권 팀들을 상대할 때 고전할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6. 라울

결과론적인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랄프 랑닉의 총공세는 먹히지 않았습니다. 마치 벌지 전투를 연상케 하더군요. 샬케는 상대적으로 '덜 빡세 보이는' 측면으로 공세를 감행하며 한가닥 희망을 찾아보려고 했지만, 슈투트가르트의 집요한 협력수비는 이러한 샬케의 진격 속도를 늦춰버리기에 충분한 힘이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중앙에서 측면으로의 실탄 배달이 원활하지 상황에서 고립된 에두나 얀-클라스 훈텔라르가 할 수 있는 것은 공중볼 경합 뿐이었습니다.

랑닉의 전술 중 한 가지 특이했던 점은 다들 아시다시피 루이스 홀트비를 빼고 라울을 플레이메이커로 사용했다는 것인데요. 사실 갑작스러운 전술변화는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랑닉은 프리-시즌 때 라울의 활용을 놓고 꽤 장고를 거듭한 바 있으니까요. 결국 홀트비를 중원의 핵심으로 놓되, 홀트비가 막힐 경우 라울의 노련함과 클래스를 믿어보겠다는 심산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두 번째 플레이메이커' 라울은 나름 분투했으나 그의 동료들은 발이 무거웠습니다.

여기서 드는 하나의 의문. 이미 랑닉은 몇 차례 자신의 전술과 라울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은 간접적으로 드러낸 바 있습니다(여기에는 훈님과 13M짜리 벤치멤버도 포함됩니다). 랑닉은 전광석화와 같은 전격전을 원하지만, 세 선수를 모두 품에 안고 그런 축구를 펼치기란 스타일상 쉽지 않은 일이죠. 어쩌면 랑닉은 팬들의 Favorite과 구단의 눈치, 라울의 팀 내 위상을 종합해 "그래도 라울은 어쩔 수 없이 써야 한다"라는 압박을 받고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팀 위에 감독이 있는 게 문제시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루이 x x), 감독 위에 선수가 있다면 이도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어쩌면, 로빈 두트와 미하엘 발락의 관계도 그런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랑닉이 해답을 찾는 데 꽤 오랜 시간, 어쩌면 영원히 찾을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샬케의 시즌 초반이 위태위태해 보이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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