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매 회원님들도 서포터를 하다보면 기억에 강하게 남아있는 극장경기들이 있으실겁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해낸 결과라면, 좋아하는 선수가 그 주인공이라면, 여러가지로 많은 극장경기들이 매 시즌 분데스리가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프랑크푸르트 또한 지난시즌 코바치의 마법과도 같은 경기들이나 09/10 시즌 바이에른 뮌헨을 격침한 페닌의 멋진 골이 있었던 극장 경기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제 기억속에 강하게 남아있고 가끔씩 생각날때마다 애정으로 돌려보기도 하는 두 경기가 있습니다.
바로 08/09 시즌 프랑크푸르트 VS 칼스루허전과 14/15 시즌 프랑크푸르트 VS 헤르타 베를린 경기입니다.
오늘 소개 할 경기는 바로 08/09 4라운드 프랑크푸르트 VS 칼스루허전 입니다.
이 경기는 사연이 참 많은 경기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설명도 길어질수밖에 없네요..
본래 4라운드였던 9월12일에 맞붙어야할 두 팀이었지만 프랑크푸르트의 코메르쯔방크 아레나에서 있었던 마돈나의 공연으로 인해 잔디가 망가져 경기는 한 달을 훌쩍 넘긴 10월 22일에야 다시 치러지게 됩니다.
이것이 나름 호재였다면 이 경기의 주인공이기도 했던 아마나티디스가 시즌 초 부상에서 막 돌아온 뒤이기도 했습니다. 어찌됐든 10월 22일은 8라운드까지 끝마친 시점이었고 프랑크푸르트는 풍켈 감독하 가장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리가 성적 3무 4패 18위 더불어 포칼 2라운드 조기 탈락. 성난 서포터들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시점이었습니다.
8라운드 레버쿠젠전 패배까지 지금의 리가 성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던 주장 아마나티디스.
팀의 부진에 이유에 대해 공격은 없는 수비적인 축구만 지향한다며 불만을 토로하던 서포터.
이런 상황 속에서 만약 칼스루허전까지 패배한다면 당시 운영이사회장이었던 브루크하겐의 지지와 신뢰만으로 풍켈은 감독직을 유지할수는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이 날 풍켈감독은 공격쪽에 새로운 카드를 내보입니다. 오스트리아 국대로 유로2008 활약을 통해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영입된 샛별 코르크마즈였습니다.
영입직후 부상으로 경기에 나설수 없었던 그를 선발로 과감히 내세워 그의 개인기와 빠른 발을 통해 측면에서 공격의 활로를 찾으려 했습니다.
프랑크푸르트는 초반부터 홈 이점을 살려 기선제압에 들어갔고 당시 칼스루허는 최대한 라인을 내리고 수비적인 축구를 하며 기회를 엿보겠다는 심산이었습니다.
그러나 전반 내내 활약을 기대했던 코르크마즈는 한동안 뛰지못했던 경기력으로 인해 칼스루허의 견고한 수비벽에 잔실수와 패스미스를 연발했고 리베로폴로스와 페닌은 좋은 찬스들을 결정지어주지 못합니다.
후반에도 프랑크푸르트가 앞선 점유율을 가졌지만 미들진과 공격진 사이는 계속된 패스미스를 연발했고 기다렸다는 듯 칼스루허의 반격이 시작됩니다.
이때 풍켈은 또 하나의 카드를 꺼내듭니다.. 부진했던 코르크마즈를 빼고 부상 복귀 직후 무릎 통증으로 훈련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던 주장 아마나티디스의 투입이었습니다. 풍켈감독의 인터뷰는 당시 상황이 얼마나 절박했는가를 말해줍니다.
'당시 부상중이던 아마나티디스가 저에게 와서 말했죠, "감독님, 저를 경기에 넣어주세요. 골을 넣을 수 있을거 같아요" 자칫 더 큰 부상의 위험이 있는 그를 투입했고 저는 생각했어요.. 신의 가호로 우리는 할 수 있다고..."
후반 중,후반 아마나티디스의 투입과 데드볼 스페셜리스트였던 슈타인회퍼의 투입은 확실히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었습니다. 그러나 앞서 말한것 처럼 이 경기는 극장 경기였습니다. 82분경 코너킥 상황에서 루스가 칼스루허의 주장이자 쌈닭(누군가는 비열한 수비수로 평한) 프란츠를 막지못하며 실점을 하게 됩니다.
프란츠는 리가에서 알아주는 골넣는 수비수였죠.
이 골은 너무나 치명적이었습니다. 시간적으로 경기를 뒤집기 힘든 상황이었으니까요. 당시 홈구장에 뜨겁게 울리던 서포터들의 함성이 한 순간에 잦아드는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에 프랑크푸르트는 놀랍도록 단결되었습니다. 2분이 지나지않아 벤자민 퀼러가 칼스루허의 키퍼 밀러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동점골을 성공시킵니다. 후반교체투입된 데드볼스페셜리스트 슈타인회퍼의 높고 위협적인 크로스의 결과이기도 했습니다.
분위기는 완전히 프랑크푸르트로 넘어왔고 골대를 살짝 빗나가는 딱 한번의 실점위기가 경기를 더욱 스릴감 있게 만들었습니다. 정규시간이 끝나갈수록 서포터들의 응원 함성은 더욱 커졌고 90분이 모두 끝난 추가시간, 슈타인회퍼의 무자별적인 크로스 폭격끝에 드디어 기적이 일어납니다. 9분의 기적이었죠.
바로 아마나티디스의 극장골이었습니다.
상당히 재밌는 사진입니다. 두 선수 모두 각 팀의 주장이자 상징이었고 두 선수 모두 이 날 경기에서 부상을 안고 무리하게 경기를 치뤘으며, 두 선수 모두 골을 기록하였지만 진짜 승부였던 창과 방패의 대결에서 결국 창이었던 아마나티디스가 이기고 맙니다.
이날의 기적적인 승리를 기점으로 프랑크푸르트는 전반기동안 추가로 4승을 더 가져가며 전반기 5승 4무 8패 12위로 강등권에 벗어나는데 성공합니다.
또한 08/09 시즌 어려운 시기 강등을 피할 수 있었던 중요한 경기로도 팬들에게 기억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날의 승리로 공격과 수비의 두 핵심자원인 아마나티디스와 크리스를 부상으로 잃는 큰 대가를 치뤄야만 했습니다. 승리의 주역이기도 한 아마나티디스는 무리한 출전을 감행한 결과로 부상을 안고 있던 무릎을 수술하게 되었고 부상과 승점을 맞바꾼 그의 헌신을 많은 팬들이 여전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주말 시간도 나고 덕질역사중 하나를 글로 써봤는데 재미있으셨는지 모르겠네요 ㅎㅎ
다음에 소개해드릴 경기는 바로 14/15 시즌 16라운드 프랑크푸르트 VS 헤르타 베를린 경기입니다.
이 경기는 앞서 소개한 경기처럼 사연이 많은 경기는 아니지만 기적이라는 면에서 그리고 제가 사랑하는 축구신 마이어의 활약이 돋보인 경기였습니다.
A매치기간쯤 2편으로 돌아오겠습니다~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