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잉골슈타트전에서 드디어 드락슬러가 데뷔전을 치뤘습니다. KDB의 대체자인만큼 기대가 컸는데... 제 예상과는 다소 다른 방향으로 선발출전하였습니다.
갠적으론 크루제가 중앙을 맡고 드락슬러가 측면에서 뛸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제 예상과는 달리 크루제는 선발에서 제외되고 드락슬러가 중앙에서 선발출전하였죠. 도스트를 원톱으로 하고서 쉬얼레-드락슬러-칼리쥐리 선발라인업이 되었습니다.
사실, 그간의 기사에서 드락슬러를 장기적으로 센터포지션으로 기용할 생각이라는 이야기는 있었습니다. 센터포지션에서 장기적으로 KDB의 롤을 맡는 식으로 기용할 생각이라고 했는데... 그래도 크루제와의 조합을 위해 당분간 윙어로 기용되리라 봤죠. 제 예상이 틀렸습니다.
어쨌건, 경기 중계가 너무 자주 끊겨서 경기의 흐름을 온전히 보진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드락슬러 자체는 그렇게 나쁘진 않았다고 인식할 수는 있었습니다. 충분치 못했을 뿐이죠. 분명 드락슬러는 기술적으로 상당히 훌륭한 모습을 보여주었고 기본기면에서 KDB에 떨어지는게 없는 선수라는걸 보여줬습니다. 꽤 좋은 쓰루패스를 보여주기도 했고 상당히 날카로운 중거리슛도 보여주었죠.
하지만, 그 이상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능력을 보여주진 못해서 아쉬웠습니다. 공격지역에서 볼을 잡을 때엔 KDB 못지 않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고, 2선 중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KDB에게 기대해왔던 역습전개 장면도 있었으나, 경기 내적으로 흐름을 풀어가는데 있어서 KDB에 비해 활동반경 면에서 아쉬운 면이 없지 않았습니다.
사실, 이 경기에서 드락슬러는 큰 문제가 아니었으며 공격진영에서도 잘한 편에 속합니다. 이 경기에서 나왔던 몇 안되는 득점찬스 상당수는 드락슬러로부터 이어졌거든요. 더 큰 문제는 왼쪽 윙어로 나온 쉬얼레였는데, 이 경기에서의 폼은 제가 그나마 남겨두고 있던 쉬얼레에 대한 기대감을 상당부분 지워버렸습니다. 그동안 팀에서 자리를 못잡은 영향인지, 볼을 잡은 순간부터 굉장히 시야가 좁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볼을 잡는 동안 오버래핑하는 로드리게스를 활용하지도 못하였고 직접적으로 패널티박스를 공격하려는 패턴만 보여주려고 하였죠. 이번 경기에서 뭔가를 보여줌으로써 자리를 확보하려 했던 것인지는 몰라도 그 파괴력이 제로에 가까웠고 큰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결국 쉬얼레는 크루제와 교체되었고, 제가 예상했던대로 드락슬러가 왼쪽으로, 크루제가 센터를 맡게 되었습니다. 그럼으로써 드락슬러에게 다소간 아쉬웠던 종적/횡적인 활동반경을 크루제가 맡게 되었으며 쉬얼레로 인해 동맥경화에 걸렸던 왼쪽 측면에도 다소간 숨통이 트이게 되었죠. 동시에 80분 이후 구스타보가 빠지고 아놀트가 투입됨으로써 전진패스의 질이 좋아지게 되었고 볼프스부르크가 선호하는 공격형태가 나오게 됩니다. 하지만, 시간이 너무나 부족하게 되었죠.
어쨌건, 볼프스부르크가 과연 KDB 공백을 메울 수 있을건지의 문제는 다음 경기로 미루게 되었습니다. 제가 예상했던대로 드락슬러는 부분적으로 KDB의 향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선수이지만, 모든 부분을 채울 수 있는 선수는 아닙니다. 크루제는 KDB만큼이나 영리한 선수이지만, KDB가 지닌 선천적인 자질을 가지진 못했습니다. 결국 KDB의 공백은 둘 중 한 선수가 채울 수 있는게 아니라, 둘이 서로 시너지효과를 내야만 채울 수 있는 것이라고 보네요. 그렇기에 다음 CSKA 모스크바와의 홈경기가 기대되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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