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뇰 옹께서 올리셨듯 어제 5가지 구조개혁 방안을 둘러싸고 HSV의 미래를 결정하는 회원 총회가 약 열 시간에 걸쳐 진행되었습니다.
각 안건의 발의자들은 물론이고 현 이사진과 감독, 선수단은 당연히 참가했으며, 호어스트 흐루베쉬, 디트마 야콥스, 토마스 폰 헤젠 등 구단의 레전드들이 한 자리에 모였지요. 그 중에는 몇 시즌 전에 은퇴한 프랑크 로스트 전 골키퍼도 있었고요.
어쨌든 오랜 시간에 걸친 논의 결과 총 79.4%의 찬성표를 얻어 예상되었던 대로 오토 리크호프 전 회장이 제안한 HSV Plus 모델이 최종 통과되었습니다.
이미 여러 차례 글들이 올라와서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겠지만, 그 내용은 간단히 HSV라는 종합적인 거대 스포츠 법인 조합에서 축구 부서가 주식 회사로 분리 독립함으로써 운영상의 비효율을 줄이고 보다 자율적이며 전문적인 의사 결정을 해 나간다는 것이지요.
거기에 더하여 지분 일부를 매각함으로써 기업과 자본가들의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해 나가고, 이를 통해 바이언과 비슷한 구조로 변화해 나가자는 것이 이 계획의 골자입니다.
이 내용은 뭐, 사뇰 옹께서 적어주셨기 때문에 더 이상의 설명은 하지 않겠습니다. 솔직히 저도 그런 어려운 경영 부분까지는 읽어도 뭔 소린지 잘 모르겠고요..;;
어쨌든 함부르크가 수도 베를린에 이어 독일 제2의 도시이자 유럽에서 손꼽히는 상업, 무역, 패션 등의 중심지인 만큼 이 HSV Plus 계획이 아무 탈 없이 잘만 돌아간다면, 장차 몇 년 후에 HSV는 과거의 영광을 되찾아 바이언의 아성에 도전할 만한 구단으로 성장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됩니다.
이제 6월 30일까지 현 클럽 이사진은 HSV Plus 모델에 따른 축구 부서의 독립을 준비해 나가게 됩니다.
그렇지만, 이번 총회에서의 표결로 모든 논의가 다 끝난 것은 아닙니다.
여름에 다시 한 번 총회가 열릴 것이고, 최종적으로 HSV Plus에 대한 표결이 있을 것입니다. 여기서 75%(3/4) 절대 다수의 동의를 얻어야 모든 것이 비로소 끝나는 것이지요.
그러나 이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이번 총회에서 모델 채택 방향이 결정된 이후에 다음 총회에서의 표결과 관련하여 원거리 투표를 허용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 또한 있었습니다.
간단히 먼 곳에 사는 회원들을 위해 전화나 우편을 통해 투표할 수 있도록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였지요. 그러나 두 번의 투표 결과 73.7%의 찬성을 받는 데 그쳤고, 결국 통과 기준인 75%를 넘지 못해 부결되고 말았습니다.
때문에 HSV Plus 입장에서는 75% 이상 절대 다수의 찬성표를 얻기 위해서 먼 곳의 회원들을 투표장으로 끌고 와야 하는 또 다른 과제를 안게 된 것이지요..
물론 HSV의 미래에 대해서는 아직 말들이 많습니다. 위어겐 훈케 전 회장을 위시한 보수 인사들은 독립하여 지분을 매각하는 것이 구단의 영혼을 팔아넘기는 행위라고 비판하였으며, 퍼슬레프나 미하엘리스 등의 인사는 HSV Plus 모델의 급진적이면서 비민주적인 측면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품고 있지요.
비록 이번 표결에서 다른 의견들이 큰 지지를 얻지 못하고 부결되기는 하였습니다만, 이들의 말 역시 틀린 말은 아니지요. 어떤 면에서 이번 표결은 126년이 넘는 깊은 전통을 한 순간에 무너뜨리는 것이 맞으며, HSV Plus 모델은 회원들의 의견이 종합적으로 반영되는 현재의 민주적 의사 결정 제도를 소수 이사진에 의한 빠르고 독단적인 시스템으로 바꾸려 하고 있으니까요.
이에 대하여 프랑크 로스트 전 골키퍼는 한 방송에서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HSV에서 무슨 일이 벌어져야 하는지는 명확합니다. 물론 지분의 매각이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지요. 당신이 팔아 버린 것은 돌아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영원히 말이지요. 그것을 항상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허나 어찌되었든간에 이제 HSV는 법인 조합으로서든 주식회사로서든 아니면 다른 어떤 것으로서든 그 비용 구조를 재검토해야 합니다."
분명 이번 총회는 126년 구단 역사상 가장 중대하고 발칙한 대사건 중 하나이고, HSV라는 구단이 존재하는 한 이는 영원히 기록되어 두고두고 회자될 것입니다.
그러나 79%가 넘는 지지율이 보여주듯 지금 구단의 현실이 참담하고 또 시급한 것 역시 사실입니다. 모든 분데스리가 시즌에 참가한 유일한 구단이라는, 구단의 가장 큰 자존심이 무너져 버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전통만 붙잡고 있을 수는 없는 것이지요.
현지에서 HSV 관련 기사가 올라올 때마다 언제나 댓글을 보면 "퀴네여, 우리를 구원하소서."라는 댓글이 달립니다. 유라시아 대륙 반대편에 사는 한국의 분매 회원들조차도 퀴네에 대해 탐탁찮게 생각하고 있는데, 현지 팬들이 그런 부분을 모르고 있지는 않겠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팬들이 퀴네라는 억만장자를 놓을 수 없는 것은 자본이 축구계의 질서가 되어 버린 현실에서 퀴네의 재정적 지원 없이는 결코 살아남을 수 없는 상황에 구단이 와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물론 이 계획이 진척됨에 따라 그 대표 지지자 중 한 명인 퀴네의 입김은 점점 더 거세질 것입니다. 몇 년이 지나면 그것이 구단 발전의 큰 장애 요소가 될 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어찌되었건 팀이 지금 이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면 좋든지 싫든지 간에 퀴네라는 인물은 팀이 붙잡고 가야 할 업보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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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사진 출처 : 빌트, 함부르크 공홈... 근데 독립하면 구단명이 Hamburger SV e.V.에서 Hamburger SV GmbH나 Hamburger SV AG로 바뀌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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