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귄터 네처 vs 볼프강 오베라트

Raute2015.04.15 13:53조회 수 3808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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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월드컵 조별예선 1차전 동독과의 경기에서 교체되는 네처. 네처의 처음이자 마지막 월드컵 경기였습니다.


70년대 선수들까지 줄줄 외고 다닌다면 그건 이미 평범한 축구팬이 아니고 축덕이라고 하겠죠. 그러나 이런 축덕들조차 잘 모르는 라이벌리가 있으니 귄터 네처와 볼프강 오베라트의 관계입니다. 아무래도 오베라트가 국내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선수다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인데 이 둘의 관계는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당대 독일에서 가장 뛰어난 플레이메이커였으며 국가대표 자리를 두고 수년간 엎치락뒤치락하던 사이거든요.


오른쪽의 선수가 1964년의 오베라트입니다.


시작은 1살 많은 오베라트가 좋았습니다. 동네 클럽에서 뛰던 오베라트는 당시 독일에서 가장 잘나가는 팀 중 하나였던 쾰른에 스카우트되어 바로 주전자리를 꿰찼고, 국가대표로 발탁되기까지 합니다. 오베라트가 데뷔한 63/64시즌에 쾰른은 분데스리가 초대 챔피언이 되었죠. 1966월드컵을 주전으로 뛰면서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합니다. 이때부터 키커 랑리스테에 WK를 복사-붙여넣기 하기 시작하고요. 이 무렵에 네처는 뭘 하고 있었냐면 2부리그에서 2시즌을 보낸 뒤 1부리그에 올라와 팀을 먹여살리긴 했지만 아직 글랏드바흐가 강팀이 아니었기 때문에 주목을 덜 받는 입장이었습니다. 국가대표에서는 이미 검증된 오베라트가 날아다니고 있었으니 네처가 비집고 들어갈 상황이 아니었고요.


미드필드 조합에 따라 1+1=1인 경우가 왕왕 나오는데 오베라트와 네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둘이 같이 뛰면 경기력이 별로였다고 하는데 그 결정타가 1967년에 있었던 유로 예선이죠. 당시 서독은 처음으로 유로에 참여하고 있었는데 알바니아 원정에서 이기면 다음 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는 상황에서 비겨버렸고 결국 유로에서 탈락하게 됩니다. 충격적인 일이었고 이들의 조합은 친선경기에서만 몇 번 나오다가 네처가 국가대표팀에서 밀려버리면서 볼 수 없게 됩니다. 이건 네처가 클럽에서의 경기력을 국가대표팀에서 보여주지 못한 것도 있었고요. 69/70 시즌에 글랏드바흐가 처음으로 리그 우승을 차지하지만 나치오날엘프의 플레이메이커는 네처가 아니라 오베라트였고, 오베라트는 1970월드컵에서도 맹활약하며 발롱도르 5위에 오릅니다. 이때 남미 언론들로부터 엄청난 극찬을 받으며 일약 세계적인 스타가 됩니다. 월드컵 베스트팀 때문에 1974가 유명하지만 오히려 활약상으로는 1970이 커리어 최고로 꼽히죠.


그러나 경쟁이 끝난 건 아니었습니다. 네처는 글랏드바흐를 최초의 분데스리가 2연패 팀으로 만들었고, 본인도 리그 최고의 미드필더로 자리잡았습니다. 1971년 발롱도르 4위에 올랐고, 유럽 최고 수준의 선수를 안 쓰고 냅둘 수도 없는 노릇. 결국 헬무트 쇤 감독은 네처를 다시 쓰기로 합니다. 몇년 전과는 달리 이번에는 국가대표로 올라온 글랏드바흐의 동료들이 많았고, 네처는 클럽에서의 모습을 국대경기에서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결국 네처와 오베라트의 경쟁은 다시 시작되었고, 오베라트가 부상으로 몇 번의 경기에 빠지는 동안 네처가 최고의 활약을 하면서 승리자가 됩니다. 유로1972의 영광과 함께 네처는 베켄바우어와 나란히 서독을 대표하는 얼굴이 되었고, 오베라트는 최고의 플레이메이커에서 2번째 플레이메이커로 밀려납니다. 네처는 이때 발롱도르 공동 2위에 오르는데 푸스발다텐에 따르면 71/72시즌 네처의 리그 스탯은 28경기 17득점 17도움입니다.


유로1972에서의 귄터 네처와 프란츠 베켄바우어.


네처의 영광은 계속됩니다. 72/73시즌 부상으로 시즌의 절반 정도를 날려버렸고, 그 틈을 타서 오베라트가 국가대표 출장을 꾸준히 하긴 했습니다만 72/73시즌을 마무리짓는 DFB-포칼 결승전에서 원맨쇼를 펼치며 타이틀을 가져갑니다. 공교롭게도 이때의 상대가 오베라트가 뛰고 있던 쾰른이었습니다. 스토리가 재밌는데 당시 글랏드바흐 감독이던 헤네스 바이스바일러과 네처는 수년간 함께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이가 매우 나빴습니다. 일종의 애증이라고 해도 좋을 사이였는데 당시 네처가 외국인제한 규정이 해제된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로 떠나기로 하자 바이스바일러는 네처를 선발명단에서 제외시켜버립니다. 네처는 빈정거렸고, 경기 도중에 교체 투입되라는 지시를 거부하기까지 합니다. 결국 연장으로 돌입하자 교체를 승낙하고 필드에 나옵니다. 그리고 3분만에 결승골을 넣고 트로피를 들어올린 거죠. 이 경기는 키커로부터 역대 포칼 결승 중 최고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1973년 포칼을 우승한 직후의 네처.


다들 네처가 레알 마드리드에서 맹활약하면서 전성기가 이어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만 부상과 적응 실패로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이고 말았고, 묵묵히 기다리던 오베라트는 기회를 잡게 됩니다. 이미 국가대표팀에서 네처를 대신해 출전하고 있었고, 플레이스타일상 자신을 중심으로 전술을 짜야하는 네처와 달리 오베라트는 팀의 부품으로 뛸 수 있는 선수였습니다. 폼이 망가진 네처와 건재한 오베라트를 두고 고민한 쇤 감독에게 베켄바우어가 오베라트를 추천했다는 얘기가 유명하죠. 결국 1974월드컵 서독의 첫번째 경기였던 동독전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던 네처가 오베라트와 교체되면서 이 라이벌리도 끝이 납니다. 비록 그 경기는 교체 이후 동독의 골로 끝납니다만 오베라트는 계속 선발 출장했고 네처는 벤치에서 우승을 지켜봐야 했거든요.


월드컵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오베라트.


네처는 레알에서 타이틀을 건지긴 합니다만 이 이적은 명백한 실패였고, 결국 스위스의 취리히에서 커리어를 마감하게 됩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오베라트는 끝까지 쾰른에서 뛰다가 역시 76/77시즌에 은퇴를 하죠. 두 사람의 관계는 실로 흥미롭습니다. 비록 1살차이지만 쾰른과 오베라트, 글랏드바흐와 네처의 성장곡선이 조금 달랐고 덕분에 승자와 패자가 갈렸습니다. 둘 다 대단한 테크니션이자 독일이 자랑하던 플레이메이커였으며, 성격이 불같고 자기에게 공이 와야 직성이 풀리는 타입이었지만 오베라트는 마지막 순간에 자신을 어느 정도 희생함으로써 영광을 차지할 수 있었죠. 똑같이 클럽의 리더였음에도 한쪽은 이적 실패로 무너졌고, 한쪽은 원 클럽 맨으로 남았다는 점도 이채롭고 은퇴 이후에 네처는 함부르크에서 단장으로 일하지만 오베라트는 쾰른에 남습니다. 이렇게 비슷한 거 같으면서 다른 사이인 대단한 라이벌이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의 사이는 나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귄터 네처

월드컵 우승

유로 우승

분데스리가 우승 2회 3위 3회

프리메라리가 우승 2회

포칼 우승 1회

코파 델 레이 우승 2회

UEFA컵 준우승 1회

발롱도르 2위 / 4위

독일 올해의 선수 2회

키커 WK 4회

키커 IK 10회



볼프강 오베라트

월드컵 우승/준우승/3위

분데스리가 우승 1회 준우승 2회

포칼 우승 2회 준우승 3회

발롱도르 5위

키커 WK 8회

키커 IK 1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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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 좋은글 잘봤습니다정말
  • 오늘도 하나 알아가네요 잘봤습니다
    결국 묵묵히 한클럽에서 뛴 오베라트가 클럽의 레전드 타이틀과 유종의미를 거뒀군요..사람이 큰 욕심을 버리면 복이 절로 들어온다는 뭐 그런 교훈 아닌 교훈이 느껴지네요 ㅎㅎㅎㅎ 관련은 없지만 문득 바로셀로나로 갔던 흘랩이 떠오르는건 왜죠
  • 라우테님은 두 레전드 라이벌 중 누구를 더 좋아하시나요?
  • 아마나티디스님께
    Raute글쓴이
    2015.4.15 17:14 댓글추천 0비추천 0
    플레이는 네처가 더 화려하죠. 제일 빛났던 것도 역대 최강의 독일로 꼽히는 1972유로였고... 반면에 오베라트는 1970월드컵이 정점이었는데 이때 혈투 끝에 4강에서 졌으니 아쉽고요. 뭐 개인적으로는 원 클럽 맨인 오베라트가 더 매력적입니다.
  • 독일 축구계의 영원한 떡밥이죠... 개인적으로는 네처의 화려함을 더 좋아합니다.
  • 포칼 결승전이 더더욱 인구에 회자되는 이유.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교체 투입을 감독이 요청했으나 거부. 그러고선 연장전이 시작되자 갑자기 일어나선 잠바 벗고선 "이제 나 나가서 뛴다" 감독에게 말한 후 그라운드에 들어가선 투 터치만에 골... 그런데 그 골 솔직히 잘못 맞은 거였다고 함(네처 자서전에 나온 내용들) https://www.youtube.com/watch?v=yPVpJlYWTlg <- 이게 포칼 결승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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