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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골키퍼-수비수는 예전에도 발롱도르 못 받았습니다.

Raute2014.01.21 17:02조회 수 6598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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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키퍼랑 수비수 발롱도르는 지금까지 '합쳐서' 4명 있었거든요.


1963 레프 야신

1972, 1976 프란츠 베켄바우어

1996 마티아스 잠머

2006 파비오 칸나바로


이렇게 4명이 전부입니다. 솔직히 저도 야신이 어떻게 발롱도르를 받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국제대회가 있던 해도 아니었고(유로 우승했던 1960이나 준우승했던 1964는 1위표는 받았어도 3위 안에는 못 들었고요), 자국리그 우승은 했어도 대륙대회에서 뛰지도 않은 시즌이거든요. 그나마 미뤄 짐작할 수 있는 건 리그 38경기 14실점이라는 대단한 기록, 그리고 FA 100주년 기념 잉글랜드 vs 세계올스타 매치에서 보여준 활약이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싶네요. 이 경기에서 그 유명한 '흑거미'라는 별명을 얻은 걸로 알려져 있거든요.


골키퍼는 야신이 유일한 수상자고 이외에 순위권에 든 인물도 거의 없습니다. 1973년에 디노 조프가 야신 이후 처음으로 순위권인 2위에 올랐는데 1위 크루이프하고 엄청난 차이였습니다. 그 다음이 1976년 이보 빅토르인데, 이때가 그 유명한 독일의 유일한 승부차기 패배가 있던 해입니다. 빅토르는 승부차기 끝에 유로에서 우승한 체코슬로바키아의 수문장이었죠. 그러나 역시 압도적인 차이로 베켄바우어가 수상했고, 빅토르는 롭 렌센브링크에게 밀린 3위에 그쳤습니다. 이후 한참동안 골키퍼가 없다가 2001-02 2년 연속 올리버 칸이 3위를 차지하게 됩니다. 야신이 유일한 발롱도르 수상자 골키퍼인 것처럼 칸은 유일하게 발롱도르 순위권에 2번이나 이름을 올린 골키퍼입니다. 그리고 2006년, 지안루이지 부폰이 2위를 차지하면서 더 이상 3위 내에 입성한 골키퍼는 없었습니다. 정리해보면


1963 레프 야신 1위

1973 디노 조프 2위

1976 이보 빅토르 3위

2001 올리버 칸 3위

2002 올리버 칸 3위

2006 지안루이지 부폰 2위


골키퍼는 포지션의 특성상 '팀이 못할수록' 존재감이 드러나며, 수비진을 잘 이끌수록 슈팅 허용도 줄어들기 때문에 오히려 강팀의 수문장을 맡는 경우 선방 장면을 못 보여줘서 평가절하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난시즌 노이어가 대표적인데, 노이어가 최고의 골키퍼였다는데 이견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전반기에는 아들러와 트랍, 후반기에는 바이덴펠러가 있었죠) 일부 문외한들이 말하는 '팀빨로 실점이 적은 골키퍼' 같은 얘기는 어불성설이죠. 여기에 골키퍼가 제아무리 활약해도 팀 자체가 부진해버리면 갇히 묻히기도 하는데 대표적인 게 지난시즌 폼 좋을 때의 아들러였고요.


'영국의 은행'이라고 불리던 고든 뱅크스는 1966년 발롱도르에서 4위표 1장을 받는데 그쳤고, 디노 조프는 1982년 최고령 기록과 함께 월드컵을 들어올릴 때 3위표를 받는데 그쳤습니다. 야신의 재림으로 불리던 리나트 다사예프도, 안도니 수비사레타도, 한스 반 브로이켈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1986년 실버볼 수상자인 하랄트 슈마허나 골키퍼 상을 받은 장-마리 파프 역시 표를 거의 못 받았으며, 1994년 야신상 수상자인 미셸 프뢰돔 역시 4위표를 받는데 그쳤습니다(토마스 라벨리는 이해 1위표 1장을 획득해서 7위). 92년 덴마크가 우승할 때 피터 슈마이헬이 1위표 2장과 함께 5위에 올랐던 걸 생각해보면, 이고르 아킨페예프나 디에고 베날리오 같이 유럽 2진급 팀의 골키퍼가 월드컵에서 우승하거나 페트르 체흐가 2016 유로까지 버텨서 체코를 우승시킨다거나 하지 않고서는 골키퍼 발롱도르는 불가능해보이네요. 개인적으로 궁금한 건 1990년 아르헨티나의 수문장 세르히오 고이코체아가 발롱도르 자격이 있었다면 몇위를 했을까 하는 점입니다. 그 대회 브론즈볼은 마라도나가 받았지만 고이코체아는 2연속 승부차기 승리 + 필드골 2골만 허용하는 괴물같은 활약을 보여줬거든요.



수비수는 그래도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긴 했지만, 역시 뭐 없습니다.


1957 빌리 라이트 2위(센터하프)

1962 카를-하인츠 슈넬링거 3위(레프트백)

1965 지아친토 파케티 2위(레프트백)

1966 프란츠 베켄바우어 3위(센터백)

1970 바비 무어 2위(센터백)

1972 프란츠 베켄바우어 1위(센터백)

1974 프란츠 베켄바우어 2위(센터백)

1975 프란츠 베켄바우어 2위(센터백)

1976 프란츠 베켄바우어 1위(센터백)

1979 뤼트 크롤 3위(스위퍼)

1989 프랑코 바레시 2위(센터백)

1990 안드레아스 브레메 3위(레프트윙백)

1994 파올로 말디니 3위(센터백/레프트백)

1996 마티아스 잠머 1위(스위퍼)

2002 호베르투 카를루스(레프트백)

2003 파올로 말디니 3위(센터백)

2006 파비오 칸나바로 1위(센터백)


골키퍼보다 많기는 한데 이것도 카이저 없었으면 반토막인 셈이죠. 베켄바우어가 가장 위대한 선수는 아니고, 메날두의 등장으로 Top5의 아성도 예전같지는 않긴 합니다만 2인자와 가장 큰 격차가 나는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 카이저죠. 일단 1966년 베켄바우어는 수비수로만 받은 게 아닙니다. 아무래도 월드컵 준우승의 영향이 큰데, 저때만 하더라도 국대에서는 젝서 자리에서 뛰던 시기입니다. 뭐 플레이만 놓고 보면 말이 젝서지 아흐터나 체너보다 더 무서운 공격력을 보여주긴 합니다만 아무튼... 베켄바우어는 60년대만 하더라도 미드필더로 뛰었었고, 네처를 비롯해 MG의 미드필더들이 대거 등장하는 70년대 초가 되어야 국대에서도 센터백 리베로로 정착합니다. 그래서 1966년의 기록도 온전히 수비수의 기록으로 봐야할지는 조금 의문입니다. 키커에서는 멀티포지션인 선수에게 전부 평가를 매겼었는데 베켄바우어에게 리베로로만 평가를 주기 시작한 건 1971년의 일이거든요. 비슷한 개념으로 1990의 로타르 마테우스는 흔히 수비수 발롱도르로 알려져있지만, 저때만 하더라도 리베로로 전향하기 전이라서 제외했고요.


잠머의 1996년 발롱도르는 90년대 가장 논란이 있던 수상 중 하나인데 2위 호나우두보다 1위표가 3장 적었고, 전체 투표수에서도 밀렸습니다만 2위표가 훨씬 많아 덕분에 1점차로 수상할 수 있었습니다. 칸나바로도 표차이는 상당히 많았지만 수비수 발롱도르가 낯설기 때문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이 조금이나마 있었고요. 수비수가 얼마나 발롱도르를 받기 어려웠나 하면 1994년도 발롱도르를 보면 됩니다. 93/94시즌 밀란은 34경기 15실점으로 스쿠데토를 차지했고, 챔스에서는 12경기 2실점이라는 엽기적인 기록으로 더블을 달성합니다(이때 밀란은 2경기에서 각각 1실점씩을 했는데 둘 다 브레멘이었습니다. 우주최강 공격력 브레멘! 헠헠헠). 그런데도 불구하고 말디니가 3위에 그친 게 다였고 그나마도 1위 흐리스토 스토이치코프가 2배 정도 많은 점수를 획득했습니다.


수비수 역시 포지션의 특성상 개인의 역량보다는 조직의 역량이 빛을 발하게 되고, 특정 수비수 개인이 돋보이는 건 무너지는 수비진을 혼자 이끌었거나 골을 넣거나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아니면 2006년의 칸나바로처럼 네임밸류가 독보적이었거나 말이죠. 베켄바우어와 비교 가능한 유일한 수비수라던 베르티 포그츠도 4위에 그쳤었고, 혹자들에게 바레시 이상의 수비수였다고도 불리는 가에타노 시레아는 2위표 1장 받아본 게 유일한 기록입니다(물론 시레아는 미화된 선수라고 논란이 있습니다만). 레알마드리드 최고의 수비수로 여겨지는 울리 슈틸리케 역시 발롱도르와는 거리가 멀었고, 강력한 킥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로날드 쿠만은 트레블 + 유로 우승을 하고도 1위표 없는 5위에 그쳤습니다.



만약에 이번 발롱도르 3위가 리베리가 아닌 람이었다면 저 역시 '이제 앞으로 수비수나 골키퍼는 못 받겠구나.'라고 했을 겁니다. 근데 애초에 람이 발롱도르를 받을 거라고는 람 팬들조차 생각하지 않았을 겁니다. 후보로 언급되지도 못했죠. 어차피 수비수는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으면 수상 못해왔고, 그건 피롱도르가 아니라 발롱도르여도 그랬습니다. 적어도 국제대회 타이틀 하나 들고 오든가, 경쟁상대가 없다시피 했어야 했거든요. 이번 피롱도르를 리베리가 못 받은 것을 두고 스탯지상주의나 인맥주의에 대한 비판을 한다면 모를까, 수비 포지션들의 수상 가능성에 대해 논하는 건 조금 어폐가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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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국 축구는 골 넣는 스포츠고, 골을 넣는 건 공격수이니까요.. 아무리 연기력이 송강호+설경구+최민식이라고 하더라도 조연 배우에게 연기대상을 주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죠.. 하지만 바레시, 말디니 같은 수비수들이 발롱도르를 타지 못했다고 해서 사람들이 그들을 반 바스텐이나 스토이치코프보다 떨어지는 선수들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ㅎㅎ
    발롱도르는 어디까지나 최고의 축구 선수를 논하는 하나의 지표일 뿐...
  • 발롱도르가 득점왕 상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요근래는 발롱도르가 아닌 유럽 올해의 득점왕 수상으로 변질되버린듯 합니다.
    오로지 득점하고 친목질로 상줄거면은 차라리 새로 상을 만드는게 어떨까 싶네요.
  • 역대급 수비수나 골키퍼아니라면 받기가정말..
  • 사실 칸나바로만 정통 센타백이지 베켄바워옹, 잠머는 리베로 포지션으로 공격 진두 지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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