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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지션, 포메이션, 그리고 4231과 433의 차이.

Dutchman2014.11.24 19:16조회 수 10384추천 수 2댓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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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31과 433의 차이를 묻는 글이 타사이트에 올라온 적 있습니다. 이하는 그 질문에 대한 댓글로 달렸던 것이구요. 때문에 맥락을 모르면 글 전개가 왜 저렇게 될까, 싶은 부분이 있을 겁니다. 

일부 설명하자면

1. 질문글을 쓴 게시자가 상호간 존댓말이 기준인 해당 사이트의 규칙을 어기고 말줄임을 적극적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댓글란에 이 부분의 무례를 지적하는 댓글이 많이 달렸으며,
2. 워낙 간단한 질문임에도 팬덤 내에서, 축구계에서 명료히 합의되지 않은 부분인지라 댓글란에선 질문에 대한 답변보단 각자가 정의하는 '433', '4231', '포메이션'을 주장하는 논쟁이 활성화되고 있었습니다. 특히 포메이션의 경우 '그저 숫자 놀음에 불과하다'부터 '전술의 모든 것이다'란 주장까지 극과 극을 오가는 입장 차이가 같은 댓글란에서 엿보이기도 했구요. 

따라서 이하에 기재될 글은, "포메이션"을 두고 국내 축구 팬덤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이견에 대한 제 나름의 정리로 시작하여, 433과 4231의 차이를 말하는 방향으로 쓰여졌습니다. 이외엔 특별히 맥락 때문에 까다로운 구절은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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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니 그 나름대로 본문의 무례를 지적하고 계시니, 전 제 나름대로 본문의 의문을 풀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현재 '포메이션'이란 개념을 두고 댓글란에서 일어나고 있는 혼란의 이유부터 시작해보지요. 간단히 말해, 사람들이 축구판에서 특정 팀의 '포메이션'에 대해 말할 때, 서로 다른 두 가지 다른 개념에 입각하여 바라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각각 선수들의 위치, 선수들의 역할로 말이죠. 분명 다른 개념임에도 불구하고 이 둘을 명료히 구분하려는 시도는 잘 없는데요. 선수의 포지션과 롤, 이렇게 개념적으로는 잘라서 이야기할 수 있지만 실제 경기 내에서 이 둘은 굉장히 겹치는 부분이 많고, 서로 아주 분리해서 말하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피를로와 마켈렐레를 볼까요? 

둘 모두 일반적으론 최후방 포백 라인 바로 위에 위치하는 선수들입니다. 같은 포지션에서 플레이한다고 말할 수 있죠. 하지만 그렇다고 이 둘의 역할이 같다고 말할 사람들은 없을 겁니다. 피를로는 전후방을 포괄하는 빌드업 리딩과 팀 전체의 템포 조절을 떠맡을 뿐더러 때로는 우월한 킥 테크닉을 통한 찬스메이킹으로 최전방 포워드 라인에까지 직접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한편 마켈렐레의 경우 빌드업 국면에서 활약은 철저하게 포백 라인과 미들 라인 사이를 이어주는 국면에서 그치지만, 수세시 전진한 우군의 몫까지 대신하여 커버 부하를 떠맡곤 하지요. 

자, 여기까지만 보면 선수들의 위치와 그 역할은 별로 상관이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팀의 홀딩롤을 맡은 선수가, 포백 라인 앞에 위치한 선수가 반드시 해줘야하는 역할도 물론 있습니다. 바로 포백에게 볼을 받아, 포백 대신 미들까지 전달해주는 것이죠. 즉, 하프라인 이하의 빌드업을 책임지는 것입니다. 언뜻 들으면 굉장히 쉬운 작업 같지만, 향후 공격 전개가 용이하도록 전방 포지셔닝에 따라 효율적인 패스 루트를 후방에서부터 닦아나가야함은 물론이요, 이 과정에서 수시로 상대의 조직적인 전방압박이 닥쳐오기에 안정적으로 볼을 수급하는 역량이 절대적으로 요구됩니다. 자칫 잘못하여 볼을 뺏겼다간 전방에서 볼을 뺏기는 것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위협적인 찬스를 맞이할테니까요. 또한 전방에서 후방으로 흐르는 볼을 영리한 포지셔닝으로 수급하여, 다시 위로 올려주는 루즈볼 탈취도 이 선수들이 맡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홀딩롤을 맡을 선수들이 없거나, 역량이 미진하다면? 수비는 직접적으로 상대의 압박에 노출되며, 후방에선 하프라인 부근에 위치한 우군에게까지 볼을 뻥뻥 차는 개연성 없는 공격을 시도하기 십상일 겁니다. 후방에서 안정적으로 받쳐주질 못하니, 미들 라인에서 힘도 그만큼 빠질 테구요. 제 아무리 유능한 플레이메이커가 전방에 있다한들, 볼을 못 잡으면 말짱 꽝이며, 무수한 터치와 무수한 패스들 중에서 지극히 일부만이 성공하기 마련입니다. 이때 플레이메이커에게 볼을 쥐여주고, 일부나마 성공하도록 실패로 돌아갈 선택지를 다시 되찾아오는 역할을 하는 게 이 홀딩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홀딩롤은, 필연적으로 최후방이라는 위치와 연관되구요. 피를로와 마켈렐레는 이 부분을 당연히 일정 수준 이상으로 수행할 줄 알기에 포백 라인 위에 위치할 수 있는 것입니다. 앞서 언급한, 각각 자신들만의 고유한 특기와 맞물린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구요. 반면, 해당 보직에서 요구하는 기본인 만큼, 이 기본에 충실한 선수들도 물론 있을 것이며, 이 기본에서 다른 선수들보다 특출나기 때문에 홀딩롤에 배치된 선수도 물론 있을 것입니다. 대표적인 선수를 논한다면 과거의 사례에선, 90년대 프랑스와 유벤투스에서 활약했던 데샹을, 현재의 사례로선 스페인과 바르셀로나에서 뛰고 있던 부스케츠를 각각 찾을 수 있겠네요.

이렇듯 선수의 포지션과 역할은 겹치면서도 겹치지만은 않는 영역에 놓여 있습니다. 

이것이 선수가 아니라 팀 전체로 확장된 개념이, 바로 포메이션과 거시 전술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구요.

만치니와 카펠로는 적극적으로 라인을 올리지 않으며 후방에서 안정적으로 점유를 중시한다는 맥락에서, 주로 채택하는 거시 전술의 의도와 축구관이 어느 정도 유사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만치니와 카펠로가 사용하는 포메이션이 동일하진 않지요. 그들 각각도 자신의 감독 커리어를 통틀어 언제나 같은 포메이션을 사용하진 않았구요. 당연한 일입니다. 그들이 맡은 팀들이 언제나 같은 팀이 아니었고, 같은 팀에서조차 작년과 올해가 다르고 올해와 내년이 다를텐데 어떻게 같은 포메이션을 쓸까요. 설혹, 그들의 전술적 의도가 언제나 동일했다고 상정할지라도 말입니다. 

그리하여 포메이션은 추상적인 거시 전술이 팀의 스쿼드와 맞물려 필드 위에 펼쳐지는 구체화의 일반형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따라서 개별적인 팀과, 그 팀이 지향하는 거시 전술의 의도가 휘발된 채 포메이션 자체만을 논한다면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되기 십상일 거구요. 이 점에서 포메이션이 숫자 놀음이라고 하는 일부 사람들의 의견은, 일견 타당한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433이니, 4231이니 하는 포메이션이 유의미하게 통용되는 건, 거칠게나마 그 안에서 어느 정도의 공통 분모를 찾아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실상 극단적으로 '다른 팀'은 많지 않거든요. 위에서 포지션과 역할의 관계에 대해서 논했듯, 포메이션만으로 어떤 전술인진 알 수 없지만 논하는 팀이 어떠한 선수 구성을 이루고 있고 평소의 전술 성향이 어떠한지를 알고 있다면, 실제 경기에서 해당 전술이 어떠한 식으로 구현될지 일정 부분 짐작할 수 있거든요. 그리고 해당 팀과 유사한 부분이 있는 다른 팀을 관찰할 때도, 포메이션은 유용하게 사용되구요.

포메이션은 철저하게 '엄밀성'보다는 '편의성'에 초점을 맞춘 개념입니다. 하지만 그 본질이 편의로 말미암을지언정, 어쨌든 활발히 활용할 가치는 있을 정도의 타당성은 충분히 존재하죠. 그리고 이러한 부분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다면 포메이션은 충분히 유의미하며 건전한 개념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겁니다. 고작 숫자 몇 개로 해당 팀의 모든 것을 가장 엄밀한 수준으로 파악하고 재단하려고 한다면 그냥 도둑놈 심보죠. 숫자 안에 따박따박 갇히지 않는다고 하여 '포메이션'을 내팽개치는 건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극단론에 다름 없습니다. 그러한 사고 방식은, 포메이션이 전부라고 생각하거나, 아니면 반대로 포메이션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말하는 양자의 극단론자들을 지시할 때에나, 오롯이 진실될 것이구요.



보통 축구 팬덤에서 포메이션으로 전술의 성향과 성패를 이야기할 땐 그 전형이 되는 일부 팀을 상정해놓고 말합니다. 이게 딱히 틀린 접근이라고 말할 수도 없을 겁니다. 엄밀하진 못하다고 할 수는 있어도요. 크루이프만해도 자신이 배척하는 분업화의 상징으로 4231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거든요. 다만 뭐... 그 때문에 의사 소통에 에러가 생기긴 하죠. 예컨대 크루이프가 어느 팀을 보고 4231을 쓴다고 비판을 할 경우, 그 팀의 팬들이 "우린 4231 쓰지도 않는데 쟤 뭔 말이야?"라고 말하겠죠. 헌데 그건 말이 4231이지 실상은 그 팀의 분업적인 전술 의도를 비판하는 거라고 이해해야하거든요. 허면 크루이프는 굳이 왜 분업화를 4231이라고 칭할까요. 대개 그런 팀들이 많은 경우 4231를 채택하기 때문입니다. 4231이라는 포메이션 자체의 성격이 좀 그렇거든요. (수비에 보다 장점이 있는)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 위로 네 명의 공격자원을 배치한다면, 창조적인 전방 자원의 역량을 뽐내면서도 팀의 밸런스를 맞추기 용이하니까요 갈락티코 레알과 무리뉴 시절 레알을 염두에 두면 쉬울 겁니다.

반면 지난시즌 안첼로티가 부임했던 레알 마드리드는 과거 갈락티코와 무리뉴 시절에 비해 소수의 공격 자원들만이 수비/빌드업 부하에서 자유로웠습니다. 이를 명시적으로 보여준 게 하프윙으로 플레이한 디마리아인데, 펩 바르샤 시절 이니에스타처럼 사이드와 미들을 오가며 플레이했지요. 과거 과르디올라는 자신이 맡았던 바르셀로나를 두고 '비대칭형 442'라 표현했던 적 있는데, 안첼로티 레알 역시 마찬가지로 말할 수 있을 겁니다. 비대칭형 442와 역삼각형 433, 정확히 말하면 4123을 오갔지요.

그럼 이제 본문의 질문, 즉 433과 4231의 차이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위해 다시 한 번 안첼로티의 레알을 봅시다. 올시즌 레알 마드리드의 전술은 4222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미드필더의 위치를 보면 곧 드러나는데, 지난시즌 디마리아-모드리치보다 명백히 한 라인 뒤에 위치했던 알론소와 달리, 올시즌 크로스-모드리치는 동일선상입니다. 이스코나 하메스가 미들에 가담하는 국면에서도 이 둘은 동일선상에 위치하고 있지요. 홀딩롤에게 요구되는 역할은 둘이 번갈아가면서 맡구요. 

지난시즌 레알의 메인 포메이션을 무엇이라고 말하건 역삼각형 433, 4123의 성격을 띄었다는 건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하프라인 부근에 기본적으로 위치한 미들이 셋 있었죠. 반면 올시즌 레알은 명백하게 두 명이 위치합니다. 시시때때로 다른 둘이 가담을 하구요. 다시 크루이프로 돌아가볼까요? 크루이프가 4231 포메이션을 비판하는 건, 4231식 분업화의 경우 대개 하프라인 부근에 두 명의 미드필더만이 위치하기 때문입니다. 평시라면 둘뿐이어도 무리없이 팀을 이끌 수 있겠지만 유사시엔 둘밖에 없다면 대처하기 힘들다는 게 그 이유죠. 위에서 제가 홀딩롤에 대해 설명한 걸 떠올리기 바랍니다. 미들 라인에 위치한 선수는 수시로 상대의 전방압박에 대응해야한다고 했죠? 그리고 하프라인 부근, 혹은 그 이하에서 상대의 전방압박에 대한 대처가 중요한 건, 볼을 탈취당할 경우 곧장 치명적인 실점 위기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미들 셋 중 하나가 볼을 쥐고 있을 때 언제나 볼을 줄 선택지가 최소 둘 이상 존재한다면 모르겠지만 볼을 쥔 자신을 제외하고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상대가 미리 패스 루트를 예상하고 볼을 탈취할 공산이 커진다는 거죠. 물론 하프라인 부근엔 때로 우리 수비도 있고, 풀백도 있고, 종종 사이드나 공미도 있습니다만, 크루이프가 가정하는 건 '유사시'지요. 그리고 이 '유사시'는, 의외로 4231에서 자주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10-12 레알 마드리드의 경기가 대표적이죠. 많은 팀들을 상대로 많은 골을 득점하며 승리를 거둔 팀이지만, 굳이 바르셀로나를 상대할 적을 가정하지 않더라도 미들 라인은 기복이 상당했습니다. 알론소와 케디라라는 선수 구성을 책잡기도 합니다만, 당시 레알의 4231 성격상 어찌할 수 없었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그 2미들에서 기복없이 미들 라인을 이끌 선수라면, 그 선수가 말도 안 되는 역량을 갖추 선수인 거겠죠.

2미들이 지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첫째는 공세시 빌드업 과정에서든 수세시 커버 국면에서든 중원 미드필더로도 충분히 자기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를 양 사이드 자원으로 배치하는 거지요. 현재 안첼로티가 지향하는 게 이것입니다. 사례를 들자면 수없이 많을테니 대표적인 경우만 꼽자면, 70 월드컵 브라질, 아리고 사키 밀란, 퍼거슨 시절 맨유(트레블 시기든 06-09든) 등이 있겠네요. 이에 대한 설명은 이미 다른 글에서 많이 했으니 생략합니다.

둘째는 4231에서 1 바로 아래 놓일 공미를 미들 라인까지 내려서, 패스의 중심축을 하나 더 중원에 심는 겁니다. 그럼 정삼각형의 433, 즉 4213이 되겠지요. 대표적인 팀이라면 2006 프랑스, 2010-2012 스페인 등이 있겠네요. 그리고 4213은 4231이 가진 또 하나의 문제점도 해결할 여지가 있지요. 유로 2000 결승에서 지단이 알베르티니에게, 2008-09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제라드가 에시앙에게, 그리고 앞서 언급한 무리뉴 레알에서 외질이 부스케츠에게 지워졌던 것처럼, 4231은 곧잘 톱 아래 공미가 각개격파 당하며 팀의 공격 역량이 극히 줄어드는 경우가 왕왕 있지요. 말하자면, 4231을 상대하는 팀들은 2미들과 공미 사이의 벌어진 틈을 이용해 공세시엔 2미들을 타격하고, 수세시엔 공미를 타격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톱 아래 공미가 2미들 라인까지 내려와서 플레이할 경우 이러한 위험성이 사라지죠. 2006 월드컵 프랑스의 경기를 봤다면 비에이라와 지단이 수시로 스위칭하는 모습을 기억하실 겁니다. 뭐... 원톱 아래에 위치할 공미가 전후방 빌드업 모두를 총괄할 수 있을만치 역량이 있어야만 4213이 제대로 굴러가겠지마는요.

그럼 4231의 딜레마를 논했으니, 4231이 지닌 장점 역시도 말해야겠지요. 

시즌/대회를 치뤄나가는 과정에서 어떤 팀이건 단일한 클럽만을 만날 수만은 없습니다. 따라서 다양한 상대에 대한 대처가 요구되겠죠. 물론 어떤 팀이 어떤 상대를 맞이할 때건 완벽히 동일한 전술을 반복하겠단 생각 따윈하지 않겠죠.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우리는 지금 선수들의 조합과 구체적인 부분 전술을 조탁할 '미시 전술'이 아닌, '포메이션'에 대해 논하고 있으며, 이는 굳이 따진다면 '거시 전술'의 영역이라 생각해야할텐데요. 누굴 상대로 하든 동일한 방법론의 부분 전술을 들고 나가 같은 효과를 기대하는 팀은 없겠지만, 해당 포메이션이 의도하는 전략에 있어선, 이 팀과 저 팀을 상대로 동일하다고 할지언정 하등 문제가 될 게 없을 겁니다.

'다양한 상대에 대한 단일한 팀의 대처'는, 전략의 차원에서,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을 겁니다. 

첫째는, 단일한 전략에서 기대할 수 있는 단일한 방법론의 완성도를 극단적인 수준으로 갈고 닦아, 이를 바탕으로 모든 상대에게 대처하는 식이 있겠죠. 단일한 방법론이라한들, 선수들의 퀄리티와 그 조합, 세션의 조탁 과정에 따라 무궁무진한 가지수의 부분 전술을 갖추어나갈 수 있을테니까요. 

둘째는, 처음부터 아예 둘 이상의 전략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가장 간단한 사례라면 어느 정도 강팀을 상대로 라인을 내려 역습 위주의 운영을 하며, 약체를 상대론 라인을 올리고 주도권을 쥐고 공세를 펼치는 여러 팀들을 생각해볼 수 있겠네요.

4231은 이 두번째 전략을 채택하는 팀들에게 많은 이점을 제공합니다. 특정 팀을 상대로 깜짝 전략을 준비하는 건 누구나 마찬가집니다만, 그런 수준이 아니라 시즌 전체로 놓고 볼 때 각각의 전략에 할애하는 비중이 비교적 동등한 팀의 입장에서 말이죠. 그 대표적인 이점이라면,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밸런스를 맞추기 쉽다는 겁니다. 어느 전략에서든 팀의 퀄리티를 일정 궤도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용이하지요. 

이때 언급해야할 대표적인 감독이 있다면 바로 무리뉴일 겁니다. 인테르와 레알, 그리고 지금 첼시에 이르기까지, 만나는 상대와 변하는 전황에 따라 같은 포메이션/선수 구성 하에서도, 라인을 내리고 카운터 어택 위주의 노리는 축구부터, 라인을 끌어올리고 미들 점유 하에 파상 공세를 퍼붓는 축구까지 극과 극을 오갔죠. 여러 팀에서 무리뉴가 완성한 스쿼드를 생각해봅시다. 업템포에 강하나 다운 템포에서 후달리고/다운 템포에 강하나 업템포에서 후달리고, 라인 내리는 축구에 최적화된/라인 올리는 축구에 최적화된 상이한 선수들이 혼재합니다. 일부 선수들간 시너지야 상정해볼 수 있습니다만, 팀 전체적으로 보았을 땐 전체의 특성이 맞물려 상승 작용을 꿰한다기보단 각각 다른 상황에서 장점이 발휘되는 타입 혼재된 스쿼드, 혼재된 베스트 11을 추구합니다. 4231의 미덕은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나타납니다. 

밸런스를 잡기 쉽다는 건 단순히 공수 간 밸런스를 맞추기 용이한 정도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서로 다른 개성임에도 단일한 팀으로 묶어 특정 전략에 입각한 축구를 비교적 수월하게 조탁할 수 있죠. 4213처럼 따박따박 맞물리는 빌드업의 정교함도, 4123처럼 다양한 상황을 극복 가능한 빌드업의 안정성도, 4222처럼 선수들의 개인 기량 극대화도 추구하기 어렵습니다만, 반대로 각각의 필수적인 선수 구성만 어느 정도 충족할 수 있다면, 단일한 시즌 중에도 이 모두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구사할 수 있습니다. 2009-10시즌 인테르의 후반기를 떠올려보죠. 메인 포메이션은 분명 4231이었습니다만, 리그에서, 챔스에서, 그리고 챔스 16강, 8강, 4강, 결승에서 인테르가 준비한 전략은 모두 달랐죠. 때문에 그들은 트레블을 이뤄냈습니다. 이와 좋은 대비를 이룰 사례인 바르셀로나를 볼까요? 단일한 전략의 완성도라면 과르디올라 부임 이후 바르셀로나는 세계 어느 누구보다도 뒤쳐지지 않았을 것입니다만, 시즌내내 그 단일한 전략을 구사하기 좋은 상대만을 만날 수 있는 건 아니죠. 그리고 까다로운 상대에게도 승리하기 위해선 보다 높은 수준의 완성도와 정합성이 요구되며, 이를 성취하기란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 시즌 바르셀로나가 이를 아주 잘 보여주는 사례죠. 심지어 산체스, 파브레가스조차 시즌내내 팀이 요구하는 바를 수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는걸요. 샤비 이후의 빌드업 리더를 구하는 데 애를 먹는 것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니에스타 정도의 선수가 팀의 조타수가 될 수 없어 쩔쩔매는 팀이 세상에 얼마나 되겠습니까. 그리고, 무리뉴 아래에서 4231의 장점을 가장 능숙하게 펼쳐보인 2011-12시즌 레알 마드리드가 바르셀로나를 제치고 승점 신기록을 세우며 리그 타이틀을 따낸 건 바로 이러한 이유에 기인할 것이구요.

같은 맥락에서 해당 시즌의 레알 마드리드는, 앞서 지적한 4231에서 나타날 수 있는 미들 라인의 딜레마를 '해결'했다고 할 순 없겠지만 '극복'했다고 말할 순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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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7
  • 준 논문 급이네요 ㅎㄷㄷ
    머릿속에 이미지가 잘 그려지네요. 앞으로 피파할 때랑 축구볼 때 도움이 많이 되겠어요 ㅋㅋ
    포메이션에 관해서는, 4-3-3안에 4-1-2-3과 4-2-1-3이 포함되는 관계라고 볼 수 있는 걸까요?
  • 시테님께
    예, 그리 볼 수 있을 겁니다. 다만 90년대 초반 이후로, 늦어도 2000년대 중반 정도를 기점으로 4선 포메이션이 일반화됨에 따라 433은 4123과 4213으로 나누어보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분업화가 장점이자 단점이 되겠네요

    그 분업화가 좋아 4-2-3-1 을 좋아했었고, 그래서 펩이 처음 왔을때 좀 거부감이 들었었는데
    요새 축구하는거 보고 있자니 또 그 쪽으로 마음이 가네요

    이 축구가 최강이다! 라는 것도 아니고 역습의 최고점에 있는 팀과 붙으면 수세에 몰릴 확률이 높아보이기도 하는데
    그렇게 물려 들어가는 모습들이 상당히 재미짐
  • 눈팅회원이지만 덧글을 안 달 수가 없네요.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제 경우에는 막상 경기를 보면 이해 안되는 부분이 많아요.

    예를 들면, 어떤 공미는 본문에서 쓰신 것처럼 의도적으로 2중미쪽으로 내려오는 경우도 있고,
    어떨 때는 후방에서 빌드업이 하도 안되니까 어쩔 수 없이 내려오는 경우도 있는데요.
    그런데 그냥 장면만 놓고 보면 둘다 똑같이 보이니까 이 팀의 의도가 뭔지 헷갈리더라구요. 한 경기 안에서도 변화가 많고요.
    팬덤에서 생기는 논란은 이런 경우도 꽤 많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포메이션으로 이해하는 건 포기;;할 때가 많지만, 써주신 글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 2014.11.24 22:37 댓글추천 0비추천 0
    두번째 4231은 개인적으로 생각나는 팀은 12-13뮌헨 크로스가 공미로써 433에 뒤지지 않는 중원을 가지게 해주었죠

    또 4231은 전방압박에 좋은 포메이션 같아요
    1:1 식 전방압박은 433이 더 좋을거 같지만
    4231의 공간 압박은 두터운 벽 느낌 중간에 442전환도 쉽고요
    정말 적극적으로 압박하면 상대의 23선사이는 바다같은 공간을 가지게 되죠 하지만 이걸 가장 잘 커버하는게 433이라는 아이러니함
  • 2014.11.25 01:02 댓글추천 0비추천 0
    2004년 모르텐 올센의 4-2-3-1 덴마크, 04/05 라파 베니테즈의 4-2-3-1, 2010년 요아힘 뢰브의 4-2-3-1, 12/13 유프 하인케스의 4-2-3-1, 13/14 주제 무리뉴의 4-2-3-1을 보고 같은 전술이라고 묶을 수는 없는 거고, 포메이션이란 남한테 설명할 때 '개략적인' 포지션 개념을 쉽게 전달하는데 그치지 않나 싶습니다. 혹은 수비시의 대형 정도? 그렇다고 조나단 윌슨이 말한 것처럼 아예 무의미한 숫자놀음이라고 하긴 좀 그렇고요. 뭣보다 포메이션을 모르면 등번호 잘 안 보이는 옛날 경기 보기 힘들죠...ㅠㅠ
  • Raute님께
    같은 포메이션을 쓴다고 같은 전술이라고 할 수도 없고 같은 장점을 지닌다고 말할 수도 없지만, 반면 같은 '한계'는 공유하기 마련이죠. 이때 '한계'를 각각의 선수 구성과 채택하는 전략의 의도, 그리고 미시적인 부분 전술에 따라 어떻게 다루느냐가 바로 개별 팀들의 개성으로 나타나는 거구요. 이 점에서 전 말씀하신 팀들의 4231은 모두 같은 궤에서 논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Dutchman님께
    2014.11.25 01:34 댓글추천 0비추천 0
    올센의 4-2-3-1 덴마크를 꺼내들었을 때를 생각해보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4-2-3-1은 당시와 뼈대는 같을지 몰라도 핵심개념이 꽤 다르다고 보고 4-2-1-3으로 분류할 수 있을 4-2-3-1은 거의 다른 포메이션과 전술이 아닌가 싶거든요. 뢰브의 4-2-3-1과 하인케스의 4-2-3-1도 상당한 간격이 있다고 보고요. 그래서 한계를 통해 하나로 묶을 수 있다는 게 잘 이해가 안 가네요. 혹시 풀어서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 Raute님께

    음... 지금은 그렇고 나중에 정리해서 올리겠습니다. 언급하신 것만이 아니라 클롭의 4231도 같은 영역에서 이야기할 수 있다고 보거든요. 근데 말씀하시는 것보단 굉장히 보수적이고 평이한 이야기일 겁니다.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그냥 같은 공간에 두 명이 있긴 어려우니 발생하는 이러저러한 문제가 있고(그러한 대형을 채택한 이상 경기 중에 매번은 아니어도 몇 번씩은 마주할 수밖에 없는 특정한 상황들이 있지요), 이를 극복하는 건 크게 1. 전략의 의도와 2. 선수빨로 나눌 수 있을텐데(부분 전술도 극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선수빨에 포괄될테니 편의를 위해 일단을 이리 쓰겠습니다), 1번은 상대하는 팀과 굉장히 밀접할 뿐더러 많은 경우 '이러저러한 문제'가 나타날만한 상황을 만들지 않는 식으로 '회피'하는 것에 가깝지 '해결'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으며, 2번인 경우 4231이 4213으로 나아갔듯 대개 해당 포메이션으로 규정할 수 있는 틀을 넘어서는 것에 가깝다...는 것이거든요.

    아, 그리고 04년 덴마크는 제가 많이 접하질 못하여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 말씀하시는 맥락을 보니 꽤 흥미로운 팀이었을 것 같은데...

  • Dutchman님께
    2014.11.25 02:32 댓글추천 0비추천 0
    저도 올센의 덴마크라곤 02년과 04년의 본선 무대밖에 눈으로 못 보고 해외 분석글들을 많이 참고했다는 걸 미리 밝힐게요. 분업화와 준족의 날개를 활용해 측면에 힘을 주는 축구라는 점에서는 지금의 4-2-3-1의 기본 틀을 닮았지만 양 측면의 공격전개를 비롯해 세부전술 면에서 너무 달라보였거든요. 보통 요걸 계승, 발전시키려고 한 게 수코였던 라우드럽이라고들 하던데 막상 라우드럽의 스완지를 생각해보면 덴마크 국대와 비슷한가?라는 의문이 들고요. 언급하셨던 중원 2미들체제의 약점 등 4-2-3-1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한계를 공유하는 측면이 있긴 하지만 전술이 추구하는 개념이 일치하지 않으며 2미들의 한계는 4-4-2도 유사하게 적용시킬 수 있는 문제라(4-4-1-1의 활용이라거나) 꼭 같은 범주에서 묶을 필요는 없다고 보거든요.

    저에게 위의 4-2-3-1들을 같은 영역에서 묶을 수 있다고 하는 건 빌라르도의 3-5-2와 베켄바우어의 3-5-2, 레하겔의 3-5-2와 페케르만의 3-5-2, 그리고 콘테의 3-5-2를 모두 묶을 수 있다는 것처럼 들리고, 00년대 중반에 분데스리가를 대표하는 전술이었던 4-4-2 다이아몬드와 안첼로티 밀란의 4-1-2-1-2를 비슷하게 묶는 것처럼 들려요. 이런 전술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다고 보실 수 있겠지만 쉬이 그림이 그려지질 않네요. 추구하는 방향성이 다르고 경기를 진행하는 방식이 다른데 동일한 문제점을 겪는다는 이유로(사실 이것도 각각의 팀들의 위기를 세분화시키면 조금씩 달랐다고 생각하고요) 묶는 건 너무 광범위한 연결이란 게 제 생각입니다.
  • Raute님께
    본문에서 언급하였듯

    [만치니와 카펠로는 적극적으로 라인을 올리지 않으며 후방에서 안정적으로 점유를 중시한다는 맥락에서, 주로 채택하는 거시 전술의 의도와 축구관이 어느 정도 유사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만치니와 카펠로가 사용하는 포메이션이 동일하진 않지요. 그들 각각도 자신의 감독 커리어를 통틀어 언제나 같은 포메이션을 사용하진 않았구요. 당연한 일입니다. 그들이 맡은 팀들이 언제나 같은 팀이 아니었고, 같은 팀에서조차 작년과 올해가 다르고 올해와 내년이 다를텐데 어떻게 같은 포메이션을 쓸까요. 설혹, 그들의 전술적 의도가 언제나 동일했다고 상정할지라도 말입니다.
    그리하여 포메이션은 추상적인 거시 전술이 팀의 스쿼드와 맞물려 필드 위에 펼쳐지는 구체화의 일반형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따라서 개별적인 팀과, 그 팀이 지향하는 거시 전술의 의도가 휘발된 채 포메이션 자체만을 논한다면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되기 십상일 거구요. 이 점에서 포메이션이 숫자 놀음이라고 하는 일부 사람들의 의견은, 일견 타당한 부분이 있습니다.]

    전 기본적으로 전략(거시 전술-전술의 의도)이 있고, 포메이션이 있고, 부분 전술(선수단)이 있다고 생각하고 이 각각의 구성에 따라 팀의 양상은 천차만별로 바뀐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이 셋 중 사실 포메이션을 통해 나타나는 양상 차이가 가장 크지 않을 거라고 보구요. 같은 전략에 입각한 팀들의 공통점, 같은 선수단을 운용하는 팀들의 공통점보단 같은 포메이션을 써먹는 팀들 간의 공통점이 훨씬 적으리라는 건 사실 말하나마나한 이야기죠.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메이션의 차이에 따라 나타나는 변화는 분명히 있지요. 그러니 감독들이 경기 중 지시를 통해 선수들의 위치 변화를 지시하는 것일테구요. 물론 그건 양의 상관관계라기보단 음의 상관관계로 말하는 게 쉬울 정도로 크지 않다고 보지만요.

    다른 사례보단 일단 이야기 중인 4231이 낫겠네요. 4231의 음의 상관관계에 대한 이야기는 본문에 지적해둔 그대롭니다. 미들 라인의 안정성 문제요. 양 사이드 자원의 미들 참여로 해결하고자 한다면 4231보다는 442가 더 정합적이고(4231에서 완성도 높게 구현 불가능하단 말은 아닙니다. 다만 스쿼드가 따라 준다면 442쪽이 더 자연스럽다는 거죠), 공미가 미들 라인으로 내려오는 것으로 해결하고자 한다면 4213이 더 정합적이죠. 굳이 4231에 딱 적합한 포메이션이라면 카테나치오식 역습 축구가 될 겁니다. 미들 주도권을 다소간 내주되 라인을 내림으로써 안정성을 도모하고 공격 자원의 우위를 통해 국면을 해결하려는 축구요. 이 경우 톱아래 공미가 없는 것보단 확실히 있는 게 낫죠. 그러니까 제 이야기는 이러한 축구일 때, 미들 라인에 둘이 있고, 2선에 셋이 있는 미들 구성이 '필연적'이 된다는 소립니다. 이때는 되려 4123이나 4213과 같은 포메이션은 4231만큼 적절치 못하겠죠. 라인을 내리고 미들 주도권 내주는 전략은 여타 전략 후보에 비해 공격 작업은 전방 자원들에게 의존하는 성향을 보일텐데, 그렇다면 아예 2선 기본 위치에 셋이 위치하는 편이 나으니까요. 04-06 무리뉴 첼시처럼 4123으로 이러한 축구를 수준 높게 구사한 팀도 있었습니다만, 당시 첼시는 일반적인 역습 축구에서 공미가 맡아야할 역할을 일정 부분 드록바가 대신하였고, 드록바가 대신할 수 없는 부분은 팀 전체의 스피드로 메우거나, 그조차 안 된다면 아예 포기하는 방식을 보였죠. 4213이 이러한 축구를 한다면 그건 아예 4231과 구분하기 어려운 것이 되겠구요. 애초에 미들 라인의 주도권을 어느 정도 포기하는 축구에서 2선에서 내려와 3선과 가까운 1을 둔다는 자체가, 스쿼드 문제가 아니라면, 이해하기 어려운 배치겠지요.

    그러나... 앞서 말했듯 포메이션이 팀과 전체 경기 국면에 미치는 영향은 그렇게 크지 않긴 하겠죠. 심지어 "~~한 경향을 띄기 마련이다"라고 말하는 것조차 어렵다고 보고 "채택하는 전략과 선수빨로 극복할 가능성은 있되 어쨌든 선수 배치가 배치인 만큼 ~~한 한계를 갖기 마련이다"고 궁색하게 말해야할 정도로요.
  • Dutchman님께
    2014.11.25 02:48 댓글추천 0비추천 0
    새벽에 잠결인 상태로 읽고 쓰느라 제가 좀 잘못 이해한 걸지도 모르겠는데 4-2-3-1들을 같은 궤로 볼 수 있다고 하신 게 대형에 따른 선수 배치의 특성상 어쩔 수 없이 갖게 되는 특징, 예를 들면 수비시의 포진이라거나 역습시 주로 활용하게 되는 패스 루트라거나, 오버래핑이 이뤄졌을 때의 구도라거나 뭐 이런 기본적인 요소들을 말씀하신 거라면 고개를 끄덕이고요. 저는 지금 말씀하시는 걸 4-2-3-1들은 같은 전술이되 세부적인 변화로 개성이 나타나는 거다라고 이해하고 쓴 거라서요.
  • Raute님께
    음, 말씀하시는 부분만은 아닌데, 말씀하시는 '정도'긴 합니다.
  • Raute님께
    으으으음... 걍 이런저런 말 주워섬길 것 없이 본문에서 했던 비유 끌어오는 게 제 입장을 표현하는데 가장 쉬울 거 같습니다. 포메이션은 포지션의 확대 개념이라고 말이죠.

    인자기, 호돈, 토티는 각각 아주 다른 선수들입니다만 이들은 모두 포워드로 묶입니다. 그리고 본문에 홀딩롤에 대해 적어뒀듯, 이들이 전방 포워드이기에 가질 수밖에 없는 역할간 공통분모는 분명 존재하구요. 특정 선수의 포지션만으로 선수에 대해 말하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포지션을 아주 도외시한 채 선수에 대해 말하기도 역시나 어렵습니다.

    442나 433 같은 건 각각 여러 세부 보직이 뭉뚱그려진 포지션에 빗댈 수 있겠죠. 그러니까 2선이니 3선이니 하는 것처럼요. 2선은 각각 톱 아래 공미와 양 사이드 자원으로 나뉘고 3선은 중앙 미드필더와 홀딩롤로 나뉠 겁니다. 그리고 이러저러한 선수들의 성향과 개성에 따라 여기서 더 들어갈 수도 있을 것이구요. 442 역시 전술의 방점을 어디 두느냐에 따라 4132, 4312, 4222로 나뉠 것이며, 433은 4213과 4213으로 갈라지겠죠.

    그리고 전문 사이드 어태커로서 윙이나 리베로와 같은 특수 보직처럼, 특정한 포메이션의 채택만으로 전술 의도를 드러내는 경우도 있을 것이구요. 예컨대 4213 같은 포메이션은, 위에서 말했듯, 미들 라인의 주도권을 쥐려는 의도를 필연적으로 띌 수밖에 없는 것처럼요(애초에 4231이 초래할 중원 주도권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톱 아래 공미를 내리며 나타난 게 4213이니까요.). 반면 4123처럼 어느 전술을 채택하건 굉장히 높은 수준의 완성도를 추구할 여지가 있는 전술도 있겠구요. 이 경우는 최전방 스트라이커처럼 비교적 다양한 개성의 선수로 갈라질 보직에 비유할 수 있겠지요.
  • Dutchman님께
    2014.11.25 11:16 댓글추천 0비추천 0
    공통분모로 생각해보니 한결 낫네요. 역시 단어의 중요성 =ㅅ=;;
  • 전 풋게 몇몇 글들을 모아 책으로 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을 가끔 해요. ㅎㄷㄷ
  • 2014.11.25 15:49 댓글추천 0비추천 0
    전문 칼럼이네요 ㄷㄷㄷ 너무 잘읽었습니다.
    쉽게 글을 쓰시는 능력이 대단하시네요. 머리에 쏙쏙 들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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