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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축구 팬덤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게르트 뮐러에 대한 이상한 시선들

Raute2015.04.16 15:51조회 수 3734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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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트 뮐러를 '골만 잘 넣는 선수'라고 부르는 건 크게 틀린 말은 아닙니다. 뮐러는 포처의 완성형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골 넣는데 최적화된 선수였고, 골 넣는 능력으로 그 자리까지 올라간 선수였으니까요. 그런데 요즘 들어 국내 커뮤니티들을 보다보면 뮐러를 두고 스탯 때문에 과대평가되는 선수라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로 호날두와의 비교에서 이런 얘기가 나오던데 보다보면 우스워서 어쩌다가 뮐러 같은 선수가 저런 소리를 듣게 되었나 싶을 정도입니다. 뮐러가 당대에도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고 하는 주장의 근거로 쓰이는 건 크게 2가지입니다. 하나는 키커 평점이 공격수들 사이에서도 특출나지 않았다는 점, 다른 하나는 크루이프와 차범근의 발언입니다.


먼저 뮐러의 평점 순위를 보죠. 바이언이 1부리그 올라온 65/66시즌부터의 공격수 평점 순위입니다. 1부리그로 올라오기 전까지 뮐러는 5부리그에서 1시즌, 2부리그에서 1시즌을 보냈습니다.



기복이 굉장히 심해보입니다. 공격수 순위만 매겼음에도 10위권 바깥으로 간 적도 많고요. 이것 때문에 많은 이들은 키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고 착각하곤 합니다. 그런데 평점을 직접 보면 얘기가 조금 다릅니다.



막상 평점 보면 기복도 심하지 않고 나쁘지 않은 편입니다. 그러니까 이게 어떻게 된 거냐면 당시의 평점은 정수 단위로 줬기 때문에 지금보다 훨씬 후했고 전반적인 인플레이션이 심했습니다. 시즌 평점이 1점대인 선수도 심심찮게 있었으니까요. 또한 지금도 해당되는 얘기지만 포지션에 따라 기대할 수 있는 평점이 달랐기 때문에 미드필더를 겸업하는 선수들은 순수공격수들보다 훨씬 후한 평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4-2-4 포메이션이나 4-3-3 포메이션을 써서 공격수들이 미드필더나 윙으로 뛰는 경우가 흔했습니다. 가령 우리가 공격수로 알고 있는 유프 하인케스는 3톱의 레프트윙이 주포지션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뮐러처럼 순수하게 톱으로만 뛰었던 선수들은 인플레이션의 수혜에서 벗어나게 되었고 평점이 나쁜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뒤로 쭉쭉 밀려나게 됐던 거죠. 여기에 키커 특유의 스탯을 무시한 쿨한 평가도 한 몫을 했는데 뮐러는 4골을 기록하고 2점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 경기 스코어가 11:1이었거든요.


그리고 키커의 평가는 2가지입니다. 평점이 있고 랑리스테가 있죠. 리그뿐만 아니라 국가대표, 유럽대회, 컵까지 두루 평가해서 내리는 종합 평가인 랑리스테가 평점보다 더 정확하다고 할 수 있을텐데 뮐러는 비록 우베 젤러에게는 밀립니다만 젤러를 제외한 그 어떤 공격수도 뮐러보다 앞에 있지 못합니다.




이런 그레고리악이 여기서도 실수를 했군요. WK 8번이 아니라 9번입니다. 6연속 WK를 포함해 6시즌 내리 중앙공격수 1위를 차지했고 도합 15번의 1위를 기록합니다. 당연히 젤러에 이은 역대 2위이며 동시대에 뮐러와 공격수 1위 자리를 다툰 선수로는 젤러, 지크프리트 헬트, 하인케스, 호어스트 쾨펠, 울리 회네스, 클라우스 피셔, 베른트 횔첸바인, 디터 뮐러 등이 있습니다. 뮐러는 젤러의 16연속 공격수 1위를 저지했으며, 하인케스는 레프트윙으로는 7번이나 1위였는데 중앙공격수로는 뮐러 때문에 단 1번도 1위를 가져가지 못합니다. 분데스리가 역대 득점 2위 피셔, 3위 하인케스, 7위 디터 뮐러는 게르트 뮐러 때문에 3명의 1위 횟수를 합쳐봤자 5번밖에 안 됩니다.


그 다음이 크루이프와 차범근의 발언인데... 크루이프는 애초에 독일 선수들에 대해 좋게 평가해주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특히 게르트 뮐러에게는 유독 가혹한데 플레이스타일 차이와 월드컵 결승전에서 골을 넣은 기억 때문이라고들 하죠. 애시당초 크루이프는 자기 주관이 너무 강해서 걸러 듣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뮐러만 크루이프의 평을 따를 필요가 없죠. 그리고 또다른 것이 차범근의 발언입니다.


영상이 잘 나오는지 모르겠는데 안 나온다면 http://tvpot.daum.net/mypot/View.do?clipid=56158957&ownerid=XsGiT7GKDao0 이 영상이고 7분 55초부터 보시면 됩니다.


"게하트(게르하르트) 뮐러라든지, 이 전설적인 독일의 센터 포워드 같은 경우는 골만 잘 넣는 선수에요. 다른 플레이는 별로 볼 것이 없고...저, 우리 한국 축구인이 가서 보고 저한테 게하트 뮐러도 선수냐고 물어봤으니까 뭐, 보는 시각이 그렇게 다른 거죠. 그런데 저는 플레이도 굉장히 화려했고, 돌파력도 있었고, 결정도 잘하고, 왼발 오른발 다 잘 썼고, 헤딩으로 골 많이 넣고..."


이거 때문에 차범근이 뮐러를 디스했다, 뮐러는 골만 잘 넣는 선수다, 라는 식으로 까이곤 하는데... 이게 차범근이 약간 자기자랑 겸 위트있게 말한 내용이었고 이건 본인의 플레이스타일에 대한 답변이었거든요. 저 영상을 1분 정도 앞당기면 라우턴의 레전드인 한스-페터 브리겔이 전담마크 붙던 걸 얘기하면서 골 넣기가 대단히 어려웠다고 말하고 있는데 뮐러 역시 베르티 포크츠, 호어스트-디터 회트게스, 빌리 슐츠, 볼프강 베버, 클라우스 피히텔, 베르나르트 디츠, 라이너 본호프, 만프레트 칼츠 등과 부딪치던 선수입니다. 그리고 뮐러가 골을 많이 넣을 수 있던 비결은 바로 마크맨을 따돌리는 몸놀림이었고요. 괜히 74월드컵 결승전에서의 골이 유명한 게 아니거든요. 한마디로 저걸 가지고 뮐러를 저평가하는 건 넌센스라는 거죠. 거기에 차범근은 게르트 뮐러랑 공식경기를 뛰어본 적도 없습니다. 차범근이 다름슈타트에서 데뷔전 뛰고 한국 돌아왔을 때 뮐러는 미국으로 가버렸거든요.


동시대에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것도 말이 안 되는 게 당장 키커 랑리스테만 봐도 독일 최고의 공격수로 인정받고 있었고, 발롱도르 후보로 10년 연속 이름을 올립니다. 1970년의 수상을 포함해 포디움에 이름을 올린 게 4번, 10위 안에 올라간 게 8번이고요. 독일 올해의 선수도 2번 수상에 공격수로서 최다 득표를 한 게 6번입니다. 독일 올해의 선수 누적 득표를 따져보면 카이저, 올리버 칸, 위르겐 클린스만, 로타르 마테우스, 미하엘 발락, 젤러 이렇게 6명만이 뮐러보다 많은 표를 기록했습니다. 66년부터의 수상자를 나열해보면 베켄바우어-뮐러-베켄바우어-뮐러-젤러-포크츠-네처-네처-베켄바우어-마이어-베켄바우어-마이어-마이어-포크츠입니다. 그런데도 역대 누적 7위라는 거죠. 당대에 인정 못 받았으면 이런 결과가 나올리가 없습니다.


애초에 차범근 스스로 루메니게와 브라이트너가 자기보다 위였다고 그들의 경지에 오르지 못한 게 아쉽다고 말하는데 그 루메니게와 브라이트너보다 위에 놓이는 인물이 게르트 뮐러인 걸 생각해보면 위의 발언을 두고 뮐러를 평가하는 게 어처구니 없는 일인지 알 수 있죠. 그런데도 스탯 때문에 현대 들어 과대평가된다는 사람은 뭐라고 해야할지...


p.s. 푸스발다텐에 따르면 게르트 뮐러는 분데스리가 427경기를 뛰면서 85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습니다. 어시스트가 체계적으로 집계되지 않은 시절임을 감안하면 저것보다 더 많이 기록했을 수도 있다는 소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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