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발롱도르가 있다면 남미에는 '남미 올해의 선수'가 있습니다. 1971년부터 1992년까지 베네수엘라의 엘 문도가 선정했고 1986년부터 지금까지는 우루과이의 엘 파이스가 선정하고 있습니다. 1986년부터 1992년까지 겹치는 구간은 엘 파이스쪽이 공인이고요. 그런데 이쪽 말고 아르헨티나의 엘 그라피코가 자체적으로 올해의 선수를 선정한 게 있습니다. 점수 매기는 건 발롱도르와 똑같은데 대신 매년 뽑는 인원이 좀 달랐습니다. 제가 갖고 있는 건 1980년부터 1983년까지인데 이게 전부인지, 아니면 더 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나름 한참동안 열심히 뒤져봤는데 못 찾아서 포기하고 그냥 이것만 올리는 거에요). 특이하게 1983년은 남미 기자들이 아니라 유럽 기자들이 뽑았고, 유럽 선수들까지 포함한 세계 선수랭킹입니다. 그런 관계로 그쪽은 남미 선수만 굵게 + 이탤릭체로 쓸게요.
1980(500점 만점)
1. 디에고 마라도나 - 485
2. 지쿠 - 292
3. 우발도 피욜 - 120
4. 훌리오 세사르 로메로 - 85
5. 다니엘 파사레야 - 78
6. 파우캉 - 64
7. 소크라테스 - 50
8. 우고 데 레온 - 27
9. 윌링톤 오르티스 - 19
10. 카를로스 카셀리 - 18
1981(680점 만점)
1. 디에고 마라도나 - 572
2. 지쿠 - 524
3. 훌리오 세사르 우리베 - 131
4. 주니오르 - 122
5. 파트리시오 나사리오 야네스 - 93
6. 다니엘 파사레야 - 64
7. 우발도 피욜 - 58
8. 소크라테스 - 55
9. 토니뉴 세레주 - 49
10. 루벤 파스 - 37
1982(520점 만점)
1. 지쿠 - 381
2. 디에고 마라도나 - 296
3. 페르난도 모레나 - 214
4. 소크라테스 - 149
5. 다니엘 파사레야 - 101
6. 주니오르 - 100
7. 우고 가티 - 54
8. 훌리오 세사르 우리베 - 36
9. 파트리시오 나사리오 야네스 - 34
10. 구스타보 페르난데스 - 28
1983(260점 만점)
1. 미셸 플라티니 - 165
2. 파우캉 - 117
3. 지쿠 - 65
4. 카를-하인츠 루메니게 - 59
5. 디에고 마라도나 - 43
6. 펠릭스 마가트 - 40
7. 브라이언 롭슨 - 31
8. 알란 시몬센 - 23
9. 예스퍼 올센 - 20
10. 장 마리 파프 & 파올로 로시 & 고든 스트라칸 - 15
보시다시피 지쿠-마라도나는 그냥 천외천입니다. 처음 봤을 때 상당히 놀랐는데 엘 문도의 결과 때문에 이 둘이 남미에서 군림하고 있던 건 잘 알고 있긴 했습니다만 이 정도로 격차가 클 줄은 몰랐거든요. 이거랑 마라도나를 키건 위에 올려놨던 79년의 구에린 스포르티보를 보고 나니 1981년에 루메니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럽 언론들이 지쿠와 마라도나가 짱이라고 하던 게 이해가더군요(물론 루메니게가 3인자였던 건 아닙니다). 1981년에 마라도나가 1위인 게 말이 되냐는 얘기도 있긴 한데 그렇다고 아르헨티나가 투표단 절반 차지하고 있던 것도 아니고 136명 중 21명인데 브라질은 20명이었거든요. 브라질의 플라카르가 빠졌다는 게 흠이긴 한데 아예 터무니 없는 수준은 아닌 거 같습니다. 참고로 텔레 산타나는 지쿠, 세사르 메노티는 마라도나를 뽑았습니다. 당연한 거긴 한데 마라도나를 2위로 뽑아준 산타나와 지쿠 없이 주니오르와 토니뉴 세레주만 끼워준 메노티가 대조적이긴 하더군요.
이 시대를 전후하여 축구계 최고의 스타를 정리하면 남미의 피게로아, 유럽의 베켄바우어-크루이프 -> 지쿠와 키건의 등장 -> 켐페스의 월드컵 우승 -> 마라도나 등장으로 남미의 마라도나, 유럽의 키건-루메니게 구도 성립 -> 1981년 지쿠의 대폭발로 마라도나-지쿠-루메니게 3파전 -> 로시의 월드컵 우승 -> 플라티니와 파우캉-지쿠 -> 플라티니vs마라도나 -> 마라도나와 여러 라이벌들 정도로 요약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여기에 남미는 히벨리누와 파사레야-피욜, 나중에는 프란체스콜리와 발데라마 정도 넣어주고 유럽은 렌센브링크, 블로힌, 슈스터, 엘케어 같은 인물들 넣어주면 좀 더 풍성할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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