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타고리안 승률은 논란이 좀 있긴 합니다만 그래도 실제 기록과 상관관계가 꽤 높습니다. 갑자기 피타고리안 승률을 무시하는 놀라운 연승행진을 보이다가도 이듬해가 되면 푹 꺾이는 경우가 흔하죠. 대표적인 게 커크 깁슨이 이끌면서 엄청난 돌풍을 일으켰던 2011년의 애리조나죠. 당시 피타고리안 승률보다 무려 9승을 더 올리며 서부지구 우승을 차지했습니다만 이듬해에는 오히려 피타고리안 승률보다 4승 덜하면서 지구 3위에 그치고 맙니다.
요 피타고리안 승률도 구하는 법이 여러개가 있는데 무슨 득점과 실점에 2를 제곱하고 어쩌고 하는 게 세이버매트리션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빌 제임스가 고안한 방법이고, 이걸 개량한 게 1.83로 곱해주는 걸로 야구기록으로 유명한 베이스볼 레퍼런스에서 쓰는 방식입니다. 보다 널리 쓰이는 건 베이스볼 프로스펙터스의 공동설립자 클레이 데이븐포트의 '피타젠포트'이 있고 이거 말고도 데이브 스미스가 고안한 '피타겐팻'이 있는데 저는 피타젠포트를 쓰겠습니다.
아 피타고리안 승률이 뭔지 모르시는 분도 있을텐데 이건 쉽게 말해 팀 득점과 팀 실점을 이용해서 승률의 기대치를 구하는 겁니다. 단순해보이지만 상관관계가 0.9를 넘는, 꽤 쓸만한 데이터입니다. 참고로 기대 승률이지 실제 승률이 아닙니다. 김성근 감독이 부임하기 전 3년 + 부임한 후 3년 적어보겠습니다.
82OB - 0.556(원년 우승)
83OB - 0.492(여기까지 김영덕 감독)
84OB - 0.562(김성근 감독 첫시즌. 정규시즌 전체 승률 1위를 했지만 전기/후기리그 제도 때문에 한국시리즈 못 나간 시즌)
85OB - 0.532
86OB - 0.520(후기리그 우승으로 첫 플레이오프 진출. 87시즌에도 플레이오프는 나가지만 88시즌까지 기대승률은 매년 하락합니다.)
86청보 - 0.386
87청보 - 0.434
88태평양 - 0.418
89태평양 - 0.531(김성근 감독 첫시즌. 3년 연속 꼴찌였던 태평양은 정규시즌 3위를 합니다.)
90태평양 - 0.487(김성근 감독은 5위를 하고 임호균 각서 파동 등 논란 속에 경질당하고 이후 삼성 감독이 됩니다.)
88삼성 - 0.512
89삼성 - 0.497
90삼성 - 0.517(실제 승률이 꽤 높아서 정규리그 2위로 한국시리즈에 나갔습니다.)
91삼성 - 0.525(김성근 감독 첫시즌. 시즌 3위 후 플레이오프 패배.)
92삼성 - 0.499(김성근 감독 경질당한 시즌인데 시즌 4위 후 준플레이오프 패배.)
93쌍방울 - 0.422
94쌍방울 - 0.438
95쌍방울 - 0.428
96쌍방울 - 0.542(김성근 감독 첫시즌. 정규리그 2위 후 플레이오프 패배.)
97쌍방울 - 0.537(정규리그 3위로 플레이오프 진출.)
98쌍방울 - 0.485
98LG - 0.510(실제승률은 더 낮았지만 4위 후 한국시리즈까지 올라갑니다.)
99LG - 0.481(양대리그 체제)
00LG - 0.521(양대리그 체제)
01LG - 0.478(이광은 감독이 말아먹고 있던 거 김성근 감독이 감독대행으로 버닝. 실제승률은 02년보다 오히려 이때가 더 좋습니다.)
02LG - 0.503(김성근 감독 첫 풀시즌. 4위 후 한국시리즈까지 갑니다. 야신이란 별명이 생긴 계기.)
04SK - 0.504
05SK - 0.548(3위로 플레이오프 진출합니다.)
06SK - 0.488
07SK - 0.565(김성근 감독 첫시즌. 우승합니다.)
08SK - 0.578(역시 우승합니다.)
09SK - 0.571(준우승 시즌입니다. 08년 정점 찍고 계속 피타고리안 승률이 내려갑니다.)
12한화 - 0.440(실제승률이 많이 낮아서 한대화 감독이 경질당했고, 사실상 한화의 암흑기가 오래 갈 것을 알리는 시즌이었습니다.)
13한화 - 0.403(실제승률이 7푼 가량 낮습니다.)
14한화 - 0.327(반대로 실제승률이 6푼이나 높습니다.)
대충 보시면 아시겠지만 통념과는 다른 게 꽤 많습니다. 여기에선 빠져있지만 김성근 감독이 OB 떠난 이후 암흑기를 열었다는 이광환 감독 체제는 첫 1시즌만 놓고 보면 피타고리안 승률이 1리밖에 차이가 안 납니다. 2번째 시즌은 재앙이 맞고요.
최악의 팀이라고 여겨지는 태평양은 실제론 피타고리안 승률이 꽤 괜찮은 팀이었습니다. 최근의 팀으로 설명하면 2010년의 한화보다 높습니다. 삼성에선 2시즌 다 피타고리안 승률보다 더 좋은 성과를 냈습니다만 팀케미 붕괴 + 가을에 무력한 완패로 흑역사 취급받고 있죠. 김성근 감독 나가고 93년 우용득 감독 체제에서 0.587의 피타고리안 승률이 나오니 할 말 없죠.
쌍방울 역시 알려진 것과는 굉장히 다른데 3시즌 연속 피타고리안 승률 4할 2푼 이상을 기록했습니다. 올해 기아의 승률이 4할 2푼 2리인 걸 감안하면 올해 기아 정도의 성적은 낼 수 있는 팀이라는 거죠. 일반적으로 정말 답이 없는, 프로 이하의 팀으로 알려져있는 것과는 다르죠? 김성근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상승한 피타고리안 승률은 태평양이 1할 1푼 3리, 쌍방울이 1할 1푼 4리인데 실제 승률의 상승은 2할 1푼 2리, 1할 9푼 4리입니다. 원래 6푼~1할 가량 승률 손해보고 있던 팀이 그 불운이 사라지니까 정말 기적같은 일이 벌어진 것처럼 보이는 거죠.
SK는 특이하게도 김성근 감독이 매시즌 피타고리안 승률보다 엄청난 이득을 봤던 시기입니다. 단순히 피타고리안 승률만 놓고 보면 압도적인 수준은 아닙니다. 이걸 김성근 감독의 역량으로 더 많은 승리를 따냈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글쎄요... 김성근 감독 커리어에서 손해 본 시즌이 없는가 하면 그건 또 아니거든요. 김성근 감독이 잘리지만 않았으면 우승도 가능했을 거라던 2011년의 피타고리안 승률은 5할 2푼 8리에 그칩니다. 승률 이익도 이때 폭락했고요.
그리고 이제 문제의 한화인데요... 충분히 경쟁력 있는 팀이라는 평이 무색하게 최악의 수준입니다. 특히 올해의 3할 2푼 7리는 전설의 2할 승률을 기록한 02년의 롯데보다도 낮은 수치이며 SK의 창단년도인 00년보다도 못한 수준이죠. 태평양-쌍방울과는 비교하기도 미안한 수준이고요. 위에 태평양과 쌍방울을 이끌고 김성근 감독이 피타고리안 승률을 1할 1푼 정도 끌어올렸다고 했는데 그렇게 해도 4할 5푼이 안 됩니다. 그나마 저 팀들은 몇년간 피타고리안 승률보다 실제기록이 더 나빴던 팀인데 올해의 한화는 무려 6푼이나 이득을 본 팀입니다. 사실상 4강이 문제가 아니라 탈꼴찌를 목표로 해야하는 팀이라는 거죠. 그런데 현재 주요 게시판에선 하나같이 김성근이 오면 바뀐다! 저력이 있는 팀이다! 김응용만 아니면 4강도 노려볼 팀! 이런 식으로 평가되고 있다는 게 재밌어요. 진짜 이런 팀 이끌고 4강 가면 야구의 신이죠. 미국으로 보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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