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밴드 부활의 특징이라면 여러 명의 보컬이 바뀌었다는 거고, 보컬이 바뀔 때마다 주요 히트곡 중 일부를 새로 녹음해서 수록한다는 거죠.
덕분에 같은 곡도 무척 다양하게 들을 수가 있죠. 고로 꼭 원래 보컬이 부른 게 아닌 것도 뽑아봤습니다.
1. 김재기 - 사랑할수록(3집 기억상실)
아마도 부활 팬들한테 순위 매겨보라고 하면 압도적으로 이게 1위 하지 않을까 싶네요. 정식으로 녹음한 게 아니라 데모테잎을 수록했다는 전설적인 에피소드가 있죠. 부활 노래 중 가장 유명한 게 네버엔딩 스토리라면, 가장 사랑받은 노래가 아닐런지. 뭐, 별다른 말이 필요없을 것 같네요.
2. 박완규 - 소나기(베스트앨범 이솝의 붓)
물론 3집은 김재기의 앨범이고, 소나기 역시 김재기를 위한 노래입니다만... 저는 왠지 김재기의 노래보다는 오히려 박완규의 노래가 더 와닿더라고요. 사랑할수록 같은 경우에는 비교도 불가능하고(실제로 김태원이 박완규에게 사랑할수록 같은 노래를 불러야 하는데 그게 안 된다고 깠었다고 그러고요.) 전반적으로 박완규의 노래라는 게 감성보다는 타고난 고음과 성량으로 승부보는데... 그런데 이상하게 소나기는 박완규가 부른 게 제일 맛깔나더라고요. 이게 김재기 사후 김태원이 김재기를 추모하기 위해 곡을 좀 손댔다고 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김재기 소나기는 뭔가 좀 아쉽고요. 이솝의 붓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이 곡 하나는 주구장창 듣습니다.
3. 이성욱 - 대신할 수 없는 아픔(7집 Color)
부활 디스코그래피 최고의 명반 중 하나로 꼽히는 동시에, 불운의 명반으로 꼽히기도 하는 7집 수록곡입니다. 현재의 부활이 있기에는 이 7집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도 하는데, 음반제작사의 부도로 인해 극소량만 풀리고 절판되어버린 이 앨범을 구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지금의 부활 팬카페를 만들었고, 부활의 재등장을 지지하는 가장 강력한 힘이 되었다고 하더군요. 이성욱은 부활 최고의 보컬을 꼽을 때 늘 수위권에 뽑히는 보컬이고, 7집의 수록곡 리플리히와 안녕은 부활 팬이면 꼭 들어보는 곡입니다. 그래서 제 선택은 대신할 수 없는 아픔이요. =ㅅ=
4. 정동하 - 슬픈 사슴(12집 Retrospect)
원곡은 2집 Remember에 수록되어 있고, 이승철이 불렀습니다. 2집이 대마초 파동으로 활동은 별로 못했어도 대단한 판매고를 올렸던지라 이 곡 역시 꽤나 인지도가 있었고, 후에 여러 보컬들이 불렀습니다. 근데 제 취향은 요거더라고요. 정동하가 발라드 출신이라 그런가 뭔가 참 감성은 좋은데 아쉽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좋은 목소리를 바탕으로 호소력 짙게 뽑아낸 걸로는 이게 최고인 거 같습니다. 특히 정동하가 들어오고 나서 부활의 메인곡들이 자가복제에 가깝다는 말이 많은데, 기존곡이라 그런 느낌도 덜하구요.
5. 박완규 - 마술사(5집 불의 발견)
박완규 하면 Lonely Night이지만, 진짜 끝판왕은 이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군대 있을 때 진짜 이거 미.친듯이 들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5집은 저한테 굉장히 특별한 앨범이고, 그중에서도 5번 트랙인 마술사는 뭐... Lonely Night은 듣다보면 좀 질릴 때도 있는데, 이건 그런 것도 없어요. 박완규 최고의 퍼포먼스는 천년의 사랑이나 Lonely Night이 아닌 마술사라고 봅니다.
6. 흐린 비가 내리며는(3집 기억상실)
정말 더없이 가라앉아있는 곡.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냥 우울하지만은 않다는 게 이 곡의 매력이죠. 사랑할수록 + 소나기 + 흐린 비가 내리며는 이 삼종세트는 정말 최고에요. 마무리를 가다듬지 못했다는 점과 볼륨이 조금 작다는 점만 제외하면 3집은 정말 깔 구석이 없죠.
7. 이승철&김태원 - 비와 당신의 이야기(1집 Rock Will Never Die)
부활 하면 떠오르는 곡 중 하나죠. 전 이승철 보컬을 그렇게 선호하는 편은 아닌데, 이 곡도 이승철보다는 김태원의 중간 부분 때문에 듣습니다. 물론 멜로디 자체도 무척 좋죠. 그냥 이거 이승철 없이 김태원 혼자 부르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가끔씩 해보곤 합니다.
8. 김태원 - 회상III(2집 Remember)
김태원이 노래를 잘 부른다고는 못 하겠습니다만, 김태원이 불러서 좋은 곡도 있습니다. 저는 이승철의 마지막 콘서트는 듣지 않지만, 김태원의 회상III은 최고의 곡 중 하나라고 생각하거든요. 뭐, 이승철의 '밖으로 나가버리고~'가 인상적이긴 한데, 이 곡은 그 한 파트보다는 김태원의 처절한 절규와 그에 대비되는 김태원 부인의 목소리가 포인트라고 보거든요.
9. 윤시내 - 이별에서 영원으로(Collaboration Project +3)
부활 특유의 서정적인 노래죠. 부활의 모든 노래를 통틀어 유일하게 여성 가수가 부른 곡이기도 합니다(피처링을 제외한다면). 이 곡 때문에 한동안 윤시내의 노래를 즐겨듣기도 했는데, 결국 남는 건 이것뿐이더군요. 윤시내도 강력한 보컬로 인해 호불호가 꽤 있는 편인데, 이렇게 부드럽고 아름답게 부를 수 있다는데 꽤 놀랐었죠. 사실 전형적인 부활의 범용한 곡이 될 수도 있던 것이, 윤시내의 힘을 통해 훌륭한 곡으로 다시 태어났다고 생각합니다.
10. 김재희 - 기억이 부르는 날에(4집 잡념에 관하여)
김재희의 존재감이란 김기연, 정단과 맞먹는 공기고 거기에 형만 아니었으면 보컬도 아니었을 사람이라고 까이기도 합니다만... 이 곡을 불렀다는 거 하나만으로 좋은 가수였다고 생각합니다. 진짜 뭐같은 코드 변화에 쉴 틈도 안 주고 계속해서 밀어붙이는데, 깨알같은 난곡이죠. 4집은 그야말로 쫄딱 망했고, 이 곡은 다른 가수들이 안 불러서 오직 김재희 버전만 있죠. 뭐, 나쁘지 않네요.
이외에 좋아하는 곡들.
박완규 - Lonely Night(5집 불의 발견)
박완규 - 슬픈 바램(5집 불의 발견)
박완규 - 비밀(Collaboration Project +1)
김기연 - 가능성(6집 이상 시선)
이성욱 - 안녕(7집 Color)
이성욱 - 리플리히(7집 Color)
이성욱 - 희야(7집 Color)
이성욱 - 가능성(7집 Color)
정동하 - 추억이면(10집 서정)
정동하 - 슬픔을 이기는 기도(10집 서정)
정동하 - 생각이나(12집 Retrospect)
정동하 - 사랑이란 건(12집 Retrospect II)
정동하 - Return To Innocence(13집 Purple Wave)
정동하 - 돈키호테(13집 Purple Wave)
Jill's Theme 같은 경음악이나 천국에서 같은 사실상 보컬 없는 곡들도 포함시켜야 하긴 하는데, 이런 것까지 끼우면 너무 어려워지니까 그냥 이건 다음 편에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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