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영화를 볼 때 서사를 매우 중요시하는 편이었고, 개연성과 사실성을 갖추지 못한 영화는 낮잡아보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아마 분매에도 '부산행' 후기를 썼던 거 같은데 등장인물들이 여러차례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보인 것에 대해 안 좋은 평을 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러나 이후 몇몇 영화 평론들과 좀 더 서사가 복잡하고 난해한 영화들을 몰아보면서 어느 정도 서사에 흠이 있더라도 다른 점으로 영화의 장점을 찾는 식으로 관점이 변했습니다.
눈치 빠른 분들은 제가 뭔 말을 하려는지 아실 겁니다. 이 영화 다른 거 다 버리고 액션 하나 보라고 만든 영화입니다. 물론 존 윅 1편부터 스토리는 별로 좋은 평이 아니긴 했습니다. 1편은 스포일러 표시를 따로 붙일 필요가 없을 만큼 시놉시스가 스토리의 전부인 영화였고, 주인공 존 윅의 동기가 별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얘기가 많았었죠. 2편은 존 윅의 행동 자체는 합리적이지만 스케일이 커지면서 이런저런 설정이 붙었고, 황당하다 못해 유치해보이기까지 하는 설정과 사실성이 크게 떨어지는 몇몇 장면 때문에 좀 많이 깹니다. 중간에 극장 여기저기에서 비웃음이 나온 적도 있었어요.
대신 액션은 확실합니다. 이퀼리브리엄에서 크리스찬 베일이 보여줬던 '건카타' 이후 최고의 총기 액션이 아닐까 싶은데 황당한 설정과는 달리 액션은 상당히 현실적입니다. 람보 같은 기관총 난사 그런 거 없고 더블탭과 모잠비크 드릴의 향연입니다. 잘생긴 키아누의 군더더기 없이 절제된 액션과 폭력성이 일품이고, 여기에 둔탁하면서 묵직한 근접격투 장면들도 수준급입니다. 다만 좀 잔인한 장면들이 나와서 여자친구랑 같이 보기에는 애로사항이 있긴 합니다.
국내에서는 반응이 미미하지만 미국에서는 평가 매우 좋은데다 흥행도 성공했고, 영화 구석구석 속편에 대한 가능성을 남겨둔 터라 3편 나올 거 같습니다. 그리고 3편도 극장 가서 볼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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