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은 전에 한번 잡았다가 인내심 부족으로 관뒀었거든요. 이번에는 큰 맘 먹고 플레이해봤는데 역시 이 게임은 제 취향에는 조금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먼저 게임을 하면서 느낀 유로파 유니버셜리스4의 좋은 점에 대해 얘기해보자면 15세기부터 19세기초에 이르는 시간동안 각 시대와 문명권, 그리고 세부국가들의 특징을 잘 뽑아내서 케주얼한 시스템에 녹였다는 점과 외교 시스템, 특히 신성로마제국을 둘러싼 내외국들의 관계를 절묘하게 묘사해 놓았다는 점은 칭찬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 게임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결국 땅따먹기 게임이거든요. 내정이라고 해봐야 군사기술 뒤떨어지지 않도록 유지하면서 본인의 확장방식에 맞는 국가 아이디어를 선택하는 것 정도이고 건물은 포인트가 아주아주 남아돌지 않는 이상 짓지도 않고 전쟁 뒤 휴전기간과 쏠린 어그로가 줄어들기를 기다리면서 하릴없이 멀뚱멀뚱 보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적잖이 지루했습니다. 제게 더 큰 문제로 느껴진 것은 문두에 언급한 것처럼 땅따먹기 게임임에도 전술적 요소나 전쟁에 관련한 디테일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전투라고 해봐야 주력부대로 좋은 지형에서 되도록 방어전을 유도해서 몸통 박치기 하는 것말고는 다른게 없거든요. 결국 유로파4는 외교전이 무의미해지는 후반에 가면 단조로운 땅따먹기와 지리한 기다림이 반복되는 국면을 피할 수 없게되죠.
물론 유로파 유니버셜리스4가 훌륭한 게임이 아니라는 말은 아닙니다. 다만 지극히 제 기준에서 페러독스사의 다른 게임 몇몇에 비해 조금은 재미요소가 부족한게 아닌가 하는거죠. 그렇게나 많은 DLC를 추가로 발매했음에도 말이에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페러독스사의 게임은 빅토리아 시리즈입니다. 빅토리아도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잘 구축된 경제 시스템과 정당 체제 그리고 인구 팝 시스템을 바탕으로 국가를 경영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게 해주거든요.
여담으로 제가 플레이해본 유로파 유니버셜리스4의 국가는 카스티야, 브란덴부르크, 오스트리아, 건주여진입니다. 이중에서 오스트리아는 정말 사기적인 국가더라구요. 영향, 외교, 인본을 우선적으로 찍고 브루군디 상속을 받으면서 신성로마제국을 개혁을 하는 방향으로 나갔는데 오스트리아는 정말이지 현자타임을 유발하는 팩션입니다. 게임 내내 전쟁에서 제가 한거라고는 적의 주력부대에 몸통박치기 한 것밖에 없습니다. 전쟁할 때마다 수많은 동맹군들이 피터지게 싸워주고 땅도 점령해 갖다바치거든요. 오스트리아는 심지어 제국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필히 프랑스나 폴란드-리투아니아, 오스만, 나폴리 등을 두들겨 패기 마련이라 신성로마제국이 될 즈음엔 주변국들이 다들 거적데기만 남게되더라구요. 강한 거 말고 재미로는 역시 브란덴부르크가 제일 나았습니다. 저는 브란덴부르크를 처음 플레이 했었는데 그 뒤에 국가들은 그만큼 재미를 못느끼겠더군요. 특히 아시아는 컨텐츠 부족으로 16세기 말에 이미 현자 타임이 찾아왔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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