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독일어는 이제 거의 대접을 못받는다고 알고 있는데 - 제가 학교 다닐 때만해도 독일어는 제 2외국어에서 가장 많이 선택하는 언어였습니다. - 그래서인지 가끔 독일어 공부와 관련된 질문이 올라오면 조금 반가워지기도 합니다. :-)
제가 비록 독일어를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독일 생활이 조금 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독일어를 공부하는 분들을 위해 몇가지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독일어를 처음 시작하는 분들에게는 분명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이제 중급정도의 실력에 도달하신 분들께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1. 문법은 독일어의 뼈대.
독일어 문법중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란 없습니다. 일상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문법이란 것은 독일어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중급 과정에서 접하게 되는 개념이 어려운 부분(태, 접속법 등)을 소홀히 하면 절대 안됩니다. 그리고 독일어에서 가장 어려운 전치사는 그냥 외워야 합니다. ㅠ.ㅠ
2. 다양하고 많은 텍스트를 접할 것.
중급 과정에 들어가면 갑자기 단어의 수준이 올라가는 것을 느끼게 되죠. 그런데 그 어렵게 느껴지는 단어가 사실은 일상에서 흔히 쓰입니다. 독일어는 문어와 구어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물론 법률, 행정 용어는 매우 어렵습니다만.) 어렵게 다가오는 단어도 소홀히 하면 안됩니다.
우리나라에 나와 있는 독한 사전들은 거의 대부분이 부족함이 많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독독 사전이나 독영 사전을 사용하길 권해드립니다. 독독 사전으로는 Langenscheidt 사의 Deutsch als Fremdsprache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단어의 활용예가 잘 나와 있어 도움이 됩니다. 단어를 찾을 때에도 그 뜻만 찾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문장 속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꼭 체크하시기 바랍니다. 단어장을 만드시는 분들은 예문도 함께 써넣으세요.
인터넷의 시대에 독일어 텍스트를 접하는 방법은 사실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독일어 공부를 하는 분들을 위해서라면 아무래도 아무 것이나 읽으면 안되겠죠.
제가 권해드리고 싶은 곳은 우선 슈피겔 온라인입니다.
문장의 난이도나 이슈를 다루는 방법이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관련기사를 잘 모아놓았기 때문에 해당 이슈의 배경을 이해하는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독일어 공부를 위해 특히 도움이 되는 것은 세바스티안 식의 Zwiebelfisch라는 칼럼입니다.
http://www.spiegel.de/thema/zwiebelfisch/
이 칼럼은 책으로도 나왔는데 대단한 베스트셀러였습니다. (저도 한권 가지고 있을 정도.)
칼럼의 내용은 독일 사람들도 잘못 사용하는 독일어 문법이나 표현을 지적하는 것으로 꽤 유머러스하게 쓰여 있어 읽는 재미도 좋습니다.
독일어 온라인 사전은 http://dict.leo.org 를 추천합니다.
독영/영독 사전인데 수록량도 많고 유용한 표현들을 많이 배울 수 있습니다.
3. 회화가 불가능한 독일어는 시체.
한국에서 독일어를 공부하는 분들에게는 좀 어려운 문제일 수 있겠지만 듣고 말하기는 언어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이기에 절대적으로 우선되어야 하는 부분입니다. 읽기와 마찬가지로 많이 접해봐야 늘 수 있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독일 사람과 많은 접촉을 하시길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한국 사람끼리 독일어로 대화해서는 절대 늘지 않습니다. 오히려 나쁜 버릇만 생기죠.)
이때 잊지 말아야 하는 것들은 이렇습니다.
-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 것. (실수를 해야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 모르는 표현이 나왔을 때 꼭 물어볼 것. (모르는 것은 죄가 아닙니다.)
- 잘 못 알아들었을 때 다시 물어 볼 것. (독일 사람도 이해를 못하면 되물어 봅니다.)
- 쉬운 단어로 쉽게 설명하는 연습을 많이 할 것. (자꾸 어려운 단어로 표현하려고 노력하지 마세요.)
- 음절의 올바른 발음보다는 단어/문장의 강세, 억양이 더 중요. (강세, 억양만 올바로 구사해도 독일어 잘한다는 말 듣습니다.)
- 말끝을 대강 얼버무리지 말 것. (한국말이나 독일말이나 끝까지 똑바로 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독일어 사투리는 되도록이면 배우지 마세요. 발음이 망가집니다. ㅠ.ㅠ
4. 외국어를 잘하려면 먼저 한국말부터 잘해야.
정말이지 우리말을 잘하는 사람이 외국어도 빨리 쉽게 배웁니다. 자신의 생각을 쉽게 하지만 조리있게 정리를 해서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 독일어도 그렇게 구사합니다. 반면에 무슨 말인지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이야기에 핵심이 없는 사람은 독일어도 마찬가지입니다.
독일어 작문이 어렵다는 사람을 보면 우리말로 작문을 해놔도 마찬가지로 어렵게 써놓습니다. 어려운 단어와 표현을 많이 써야 글을 잘 쓰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읽는 이를 배려해 조리있게 쓰느냐가 중요합니다. 작문이 어렵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한번 자신의 생각을 먼저 우리말로 써보시길 권해드립니다. 그리고 우리말로도 어렵게 써놓은 자신의 글을 좀 더 쉬운 말로 바꾸어 다시 써보시는 연습을 해보세요.
5. 외국어는 결국 암기.
많은 반복을 통해 암기하는 것이 결국은 최고의 학습법이더군요. 심지어 회화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슨 말을 해야 할 때 먼저 어떻게 말할 것인가를 머릿속에서 생각해 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시뮬레이션을 반복하다보면 여러 상황에서 쉽게 말이 나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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