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맥주에 환장한 놈이라는 건 저번 정모때 나오셨던 분들은 다들 아실 겁니다. 정모에서 비싼 크롬바허 생맥주를 마시게 된 것도 다 제가 '명색이 독일 축덕들이 모였는데 독일 맥주쯤은 마셔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라고 주장했기 때문이었죠. 근데 생각해보면 저는 그때 필젠 마셨고 옆테이블에서는 헤페바이젠 마시다가 파울라너 시킬 걸 그랬다고 후회했던 거 같습니다만 뭐 아무튼...
제가 좋아하는 맥주는 밀맥주와 복, 스트롱에일인데 밀맥은 이것저것 대중적인 건 거의 다 먹어보고 먹은 거 또 마시는 단계에 들어섰고, 복맥주는 이제 독일의 도펠복과 벨기에의 두벨복, 트리펠복을 막 마시기 시작한 단계였죠. 바이엔슈테판 비투스는 밀맥주 기반으로 만든 바이젠복인데 저 같은 취향에게는 정말 최적의 조합이라고 할 수 있죠. 근데 비싸요, 좀 많이 비쌉니다. 해서 늘 먹어야지 먹어야지 하다가 말곤 했는데 어제 고양이 사료 사러 홈플러스 갔다가 전용잔 세트를 파는 걸 보고 냉큼 하나 집어왔습니다. 그리고 다른 거 제껴두고 비투스부터 마셨죠.
속되게 말해 맥주 마시다 오르가즘을 느낄 뻔 했습니다. 원래 먹고 마신다는 게 자극적인 맛에 익숙해지면 더 나은 맛을 인식하고 구별하기가 쉽지 않은 법인데 이건 마시면서 이런 맥주도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게... 와... 진짜 최상급 맥주들 마셔본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병당 만원쯤 하는 맥주들은 제법 마셔봤는데 이거 마시고서 뻑 갔네요. 몇 주 전에 마신 코로나도 이디엇에 못지 않은, 그보다 더한 충격이었습니다. 끄어어어... 비투스 정도로 이런 느낌이면 나중에 코르비니안 마시면 진짜 눈물 흘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그 이전에 이제 앞으로 다른 맥주들 어떻게 마시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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